이번엔 스스로 나왔어요, 그것도 두 마리나
9월 7일 밤에 인큐베이터 안 부화통을 열어 봤더니, 알 두 개가 껍데기만 남고 그 옆에 새끼 두 마리가 나와 있었어요. 지난번 콩이는 제가 알을 찢어서 꺼낸 아이였는데, 이번엔 제가 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둘 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왔어요.
바로 사육통으로 옮겨 줬어요. 아래 사진은 옮긴 뒤에 찍은 거예요. 알 껍데기도 같이 옮겨 뒀고요.

크레는 한 배에 알을 두 개씩 낳아요. 이렇게 한 번에 낳은 알 한 배를 클러치(clutch)라고 불러요. 사진에 보이는 껍데기 두 개가 딱 그 한 클러치예요. 엄마는 콩이 때와 같은 아잔이고, 콩이와는 다른 클러치에서 나왔어요.
지난번과 무엇이 달랐냐면요
콩이 때 이야기를 짧게만 되짚어 볼게요. 8월 12일, 인큐베이터 안에서 액체가 새는 알을 발견하고 열어 봤더니 안의 새끼가 죽어 있었어요. 그 옆 알까지 급한 마음에 열었고, 거기서 나온 아이가 콩이예요. 그래서 콩이는 배에 난황(yolk, 알 속에서 새끼가 쓰는 영양분)이 남은 미숙한 상태로 알 밖에 나왔어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첫 소개 글에 그대로 적어 뒀어요.


두 사진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눈에 들어와요. 콩이는 알에서 꺼낸 직후라 몸이 젖어 번들거려요. 이번 두 마리는 사육통으로 옮긴 뒤에 찍었는데 몸이 젖어 있지 않고, 잎 아래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어요.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둘게요. 콩이가 미숙한 상태로 나온 건 알을 연 사람이 저였기 때문이에요. 이번 아이들이 더 튼튼해서 스스로 나왔다거나, 콩이가 약해서 못 나왔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산란 76일 만이었어요
이 알들은 6월 23일에 낳은 알이에요. 9월 7일에 나왔으니 산란 후 76일 만이에요.
저희 블로그에는 해칭일 계산기가 있어요. 산란일과 인큐베이션(incubation, 알을 일정한 온도에서 품어 부화시키는 과정) 온도를 넣으면 예상 해칭일을 알려주는 도구인데, 이번 알에 실제로 써 봤어요. 결과를 실제 해칭일과 나란히 놓으면 이래요.
| 기준 | 예상 부화일수 | 예상 해칭일 |
|---|---|---|
| 23도 | 80-85일 | 2026년 9월 11일 – 16일 |
| 24도 | 70-75일 | 2026년 9월 1일 – 6일 |
| 실제 | 76일 | 2026년 9월 7일 |
23도로 봤을 때보다 나흘 빨랐고, 24도로 봤을 때보다는 하루 늦었어요. 두 예상 구간 사이에 떨어진 셈인데, 굳이 따지면 24도 쪽에 더 가까워요.
처음엔 계산기가 빗나갔나 싶었는데, 다시 보니 그렇게 볼 일이 아니었어요. 이 알들은 23도에만 있었던 게 아니거든요. 대부분은 23도에서 지냈지만 마지막 약 4주는 24도에서 보냈어요. 계산기는 온도 하나를 골라 넣는 도구라 “23도 내내”나 “24도 내내”만 계산해 주는데, 실제 인큐베이션은 그 둘에 걸쳐 있었던 거예요. 어느 한쪽 구간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은 게 오히려 앞뒤가 맞는 셈이에요.
온도를 올린 건 이 알들 때문이 아니었어요
여기서 인큐베이터 온도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 알들은 대부분의 기간을 23도에서 보냈고, 해칭 4주쯤 전부터 24도에 있었어요. 온도를 바꾼 정확한 날짜를 적어 두지 않아서 4주 전이라는 것도 제 기억이에요. 그래서 이 글에서 말하는 4주는 전부 어림값이에요.
온도를 올린 이유는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읽다 보니 24도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저희 블로그 부화 온도 글에도 적었듯 24도가 최적이라고 논문으로 확정된 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제 판단이에요). 다른 하나는 8월 12일에 미숙한 상태로 나온 콩이를 보고 조금 따뜻하게 맞춰 주고 싶어서였고요. 이 알들의 부화를 앞당기려고 조정한 게 아니에요. 결과적으로 마지막 약 4주가 24도가 된 거예요.
그러면 23도 예상보다 이르게 나온 게 온도 때문일까요. 방향은 맞아요. 온도가 높으면 부화가 빨라지는 경향은 부화 온도를 다룬 연구들에서 반복해서 확인돼요. 다만 그 실험들은 크레가 아니라 같은 과의 다른 게코들이고, 크레 알을 여러 온도에 나눠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직 없어요. 그리고 이 한 클러치만 가지고 온도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 계산기가 주는 값 자체가 참고용 구간이에요. 계산기 화면에도 실제 부화 시점은 알 상태, 인큐베이터 온도 편차, 습도, 개체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적혀 있어요.
- 인큐베이터 표시 온도와 알이 실제로 겪은 온도가 같다는 보장도 없어요.
- 무엇보다 비교할 대조군이 없어요. 같은 조건에서 23도를 끝까지 유지한 알이 언제 나오는지를 저는 아직 몰라요.
그래서 이번 기록은 “24도로 올렸더니 나흘 빨라졌다”가 아니라, “76일이 걸렸고 마지막 약 4주는 24도였다”로 남겨 두려고 해요. 같은 기록이 몇 클러치 더 쌓이면 그때는 비교해 볼 수 있을 거예요.
계산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한 번 써 보고 계산기가 맞다 틀리다를 말할 수는 없어요. 애초에 76일은 두 예상 구간 어느 쪽에도 들어 있지 않고, 계산기가 혼합 온도를 계산해 주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저희 집 첫 실측이 계산기가 잡아 준 두 구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알을 인큐베이터에 넣고 나면 언제쯤 나올지 가늠이 안 돼서 답답한데, 그때 대략의 창을 잡아 주는 용도로는 쓸 만했어요. 다음 클러치에도 넣어 보고 결과를 또 적어 둘게요.
두 마리는 서로 조금 달라요
두 마리를 나란히 놓고 보면 무늬가 꽤 달라요.

한 아이는 등을 따라 크림색과 황갈색 무늬가 뚜렷하게 올라와 있고, 다른 아이는 전체적으로 더 어둡고 붉은 갈색이에요. 둘 다 꼬리 끝은 밝은 색이고요.

다만 갓 나온 크레의 색과 무늬는 앞으로 계속 변해요. 지금 보이는 차이가 자란 뒤의 차이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알아요. 콩이도 한동안은 몸이 어둡게 보였는데 한 달 뒤엔 머리와 등에 밝은 무늬가 뚜렷해졌거든요.
크기가 궁금하실 것 같아서 자를 대고도 찍어 봤어요.

자가 통 바깥 아래쪽에 있어서 아이들과 같은 평면이 아니에요. 그래서 이 사진으로 몇 센티미터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고, 대충 이 정도구나 하는 감만 봐 주세요. 체중은 아직 재지 않았어요.

모프는 둘 다 100헷(아잔틱)이에요
사육 기록에는 두 마리 모두 100헷(아잔틱)으로 적어 뒀어요. 모프(morph)는 크레의 색과 무늬를 부르는 브리더 커뮤니티의 이름이에요. 여기서 “헷(het)”은 특정 열성 유전자를 한 자리에만 갖고 있어서 겉모습에는 드러나지 않는 상태를 뜻하고, 앞에 붙은 “100”은 그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게 확정됐다는 뜻이에요. 근거는 콩이 때와 똑같아요.
엄마 아잔은 아잔틱(axanthic)이 겉으로 드러난 개체예요. 아잔틱은 노랑과 빨강 계열 발색이 크게 줄어드는 색 형질이고, 브리더들의 교배 기록에서 열성으로 유전되는 것으로 정리돼 있어요. 열성 형질이 겉으로 나타나려면 관련 유전자를 부모 양쪽에서 하나씩 받아 두 자리를 다 채워야 해요. 아잔은 이미 그 두 자리가 다 채워진 개체니까, 아잔이 낳은 알이라면 아빠가 누구든 아잔틱 유전자를 반드시 하나 받아요.
그리고 이 두 마리는 비주얼 아잔틱이 아니에요. 노랑과 빨강 계열 발색이 그대로 올라와 있거든요. 열성 형질이 겉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건 나머지 한 자리가 아잔틱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아빠를 몰라도 100% 헷 아잔틱으로 확정돼요. 이 논리를 더 자세히 보고 싶으시면 기초 유전학 글과 콩이 첫 소개 글에 단계별로 풀어 뒀어요.
아빠를 모르는 사정도 콩이 때와 같아요. 크레 암컷은 짝짓기 이후 정자를 몸속에 오래 저장할 수 있어서, 혼자 지내던 아잔도 알을 낳을 수 있었어요(자세한 사정은 콩이 첫 소개 글에 적어 뒀어요).
성별은 아직 몰라요
갓 태어난 크레는 겉모습만으로 암수를 가리기 어려워요. 가장 믿을 만한 지표인 전총배설강 구멍(precloacal pores, 총배설강 앞쪽에 줄지어 나는 구멍)이 눈에 들어오려면 몇 달은 지나야 해요.
사육 기록에는 두 마리를 묶어서 HAT-260907-00이라는 코드로 적어 뒀어요. 잘 자리 잡는 걸 확인한 다음에 개체별로 코드를 나누려고 해요.
당분간은 첫 탈피와 첫 먹이가 관문이에요. 콩이 때 배운 대로 며칠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지켜보려고 해요. 두 마리의 다음 소식도 다이어리로 전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