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아직 없지만, 우리 집 막내가 태어났어요
8월 12일, 인큐베이터 안의 알들을 살펴보다가 알 하나에서 액체가 새어 나온 걸 발견했어요. 저희 집 크레 아잔(아잔틱 모프, 이미 블로그에서 몇 번 소개해드렸던 그 아이예요)이 낳은 알이었어요. 조심스럽게 만져 봤는데 안에서 아무 움직임이 없었어요. 그래서 급히 알을 찢어 열었어요. 안에는 새끼가 익사한 채로 죽어 있었어요. 아잔틱이 겉으로 드러난 개체, 그러니까 비주얼 아잔틱이었어요.
크레는 한 배에 알을 두 개씩 낳아요. 같은 클러치의 나머지 알 하나가 바로 옆에 있었어요. 그 알도 같은 상태일까 봐 급한 마음에 그것마저 찢어 열었어요. 그 안에서 나온 아이가 오늘 소개하려는 저희 집 막내예요.
그러니까 이 아이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게 아니라, 제가 알을 열어 꺼낸 개체예요. 꺼냈을 때 배에 난황이 아직 남아 있는 게 보였고 피도 살짝 비쳤어요. 난황 흡수가 끝나지 않은, 미숙한 상태로 알 밖에 나온 거예요.
지금 돌이켜 보면 옆 알까지 열 만한 근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액체가 새고 한 마리가 죽어 있는 걸 본 직후라 차분하게 판단할 여유가 없었어요. 이렇게 하시라고 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희 집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과 그때의 판단을 그대로 적어 두는 거예요.

난황이 남은 채로 나왔어요
크레 새끼는 알에서 나온 뒤 바로 먹이를 먹지 않아요. 첫 탈피를 마치기 전까지는 아예 먹지 않고 알 속에 있던 난황낭(yolk sac)에 남은 영양분으로 버텨요. 부화 직후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먹는 게 크레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 말은 정상적으로 알에서 나올 무렵이면 난황이 이미 몸 안으로 들어가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막내는 그 난황이 아직 배 밖에서 보이는 상태로 나왔어요. 난황을 몸 안으로 들이는 과정을 다 마치기 전에 알 밖으로 나온 셈이에요. 피가 살짝 비친 것도 그 자리 때문이었을 거예요.
제가 수의학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처음 며칠은 종이타월만 깐 통에 두고 최대한 건드리지 않은 채 지켜보기만 했어요. 다행히 그 뒤로는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어요.
아빠는 모르지만, 엄마는 확실해요
아잔은 혼자 지내는 개체였는데도 알을 낳았고, 그 알에서 이 아이가 나왔어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크레스티드 게코 암컷은 짝짓기 이후 정자를 몸속에 오래 저장해뒀다가 시간이 지난 뒤에 수정에 쓸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한 번 짝짓기를 했다면 그 뒤로 따로 수컷을 만나지 않아도 한동안은 알을 낳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아잔은 입양 전부터 이미 그런 상태였을 가능성이 있는데, 정확히 언제 어떤 개체와 짝짓기를 했는지는 저희도 몰라요. 그래서 이 아이의 아빠는 모름으로 기록해뒀어요. 확실한 건 엄마가 아잔이라는 것뿐이에요.
모프는 100헷(아잔틱)이에요
겉모습만 보면 색이 진하고 특별한 무늬도 없어서 그냥 “노말”처럼 보이는데, 사육 기록에는 “100헷(아잔틱)”으로 적어 뒀어요. 왜 그렇게 적을 수 있는지를 아래에서 단계로 나눠서 적어 볼게요. 기초 유전학 글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헷(het)”은 특정 열성 유전자를 한 자리에만 갖고 있어서 겉모습에는 드러나지 않는 상태를 뜻하고, 앞에 붙은 “100”은 그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게 확정됐다는 의미예요. 여기서 “확정”은 유전자 검사로 확인했다는 뜻이 아니라, 부모 조합과 본인의 겉모습을 함께 놓고 따지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뜻이에요.
첫 번째 단계는 엄마 쪽이에요. 엄마 아잔은 아잔틱 모프예요. 아잔틱은 무늬가 생기는 형질이 아니라 색 형질이에요. 노랑과 빨강 계열 발색이 크게 줄어들어서 회색빛에 가까워 보이는 거죠(그 색을 담당하는 세포가 황색소포와 적색소포인데, 크레 아잔틱에서 어느 쪽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까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브리더들의 교배 기록에서 열성으로 유전되는 것으로 정리돼 있어요. 열성 형질이 겉으로 나타나려면 관련 유전자를 부모 양쪽에서 하나씩 물려받아 두 자리를 다 채워야 해요. 아잔은 이미 아잔틱이 겉으로 드러난 개체(비주얼 아잔틱)니까, 아잔틱 유전자를 두 자리 모두 갖고 있다는(동형접합, homozygous) 뜻이에요. 그러니 아잔이 낳은 알이라면 아빠가 누구든 상관없이 엄마 쪽에서 아잔틱 유전자를 반드시 하나 받아요. 아빠를 몰라도 이건 확정이에요.
그런데 “아잔틱 유전자를 하나 갖고 있다”와 “헷이다”는 아직 같은 말이 아니에요. 나머지 한 자리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는 아빠에게 달렸거든요. 만약 아빠도 아잔틱 유전자를 줬다면 두 자리가 다 채워져서, 이 아이는 헷이 아니라 비주얼 아잔틱으로 태어났을 거예요.
두 번째 단계는 이 아이 본인이에요. 이 아이는 비주얼 아잔틱이 아니에요. 노랑과 빨강 계열 발색이 그대로 올라와 있거든요. 열성 형질은 두 자리를 다 채워야 겉으로 나오니까, 겉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건 나머지 한 자리는 아잔틱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도 이 아이가 100% 헷 아잔틱이라고 확정할 수 있어요.
지금은 몸 전체가 진한 갈색이지만, 자라면서 색이 밝아져도 아잔처럼 색이 빠진 모습으로 변하는 건 아니에요. 헷은 겉모습만으로 유전자가 없는 개체와 구별할 수 없거든요. 나중에 다른 헷이나 아잔틱 개체와 짝짓기하면 자손에서 아잔틱이 나올 가능성이 생겨요.

성별은 아직 몰라요. 갓 태어난 크레는 겉모습만으로 암수를 확정하기가 어려워요. 가장 믿을 만한 지표는 총배설강 앞쪽에 줄지어 나는 전총배설강 구멍(precloacal pores)인데, 대략 생후 4개월 무렵부터 보이기 시작해서 9-10개월이면 뚜렷해진다는 것이 사육계에서 통용되는 이야기예요. 다만 이 월령은 어림값이라서, 자라는 속도와 체격에 따라 개체마다 차이가 나요.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그보다 이른 시기에 낌새를 잡기도 하지만, 어린 개체에서는 어디까지나 추정이에요. 총배설강 양옆의 뾰족한 돌기는 암컷에게도 있어서 이것만으로는 성별을 가릴 수 없고요. 수컷의 꼬리 기부가 좌우로 볼록해지는 반음경(헤미페니스) 융기는 그보다 더 자란 뒤에 눈에 들어와요. 이 부위를 암수 사진으로 나란히 비교한 내용은 크레 몸 이야기에 정리해 뒀어요. 지금은 그저 갓 태어난 아기라서, 성별은 나중에 더 자라면 다시 확인해볼게요.
이름은 아직 고민 중이에요
사육 기록에는 이 아이가 아직 “이름없음”으로 적혀 있어요. 코드로는 N-260812-02지만, 정식 이름은 저희끼리도 아직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 확정된 게 없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그냥 “막내”라고 부르려고 해요. 나중에 진짜 이름이 정해지면 그때 다시 소개해드릴게요.
(2026년 9월 6일 덧붙임) 이름이 정해졌어요. 콩이라는 이름을 얻은 소식에서 성장 근황과 함께 전해 드렸어요.

지금은 작은 사육통에서 안전하게 지내며 먹이 적응 중이에요. 아직 손바닥에도 다 못 채울 만큼 작지만, 언니오빠들(잔틱, 쿼드, 릴리)만큼 자라는 모습을 앞으로 하나씩 기록해볼게요. 막내의 다음 소식은 또 다이어리로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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