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 몸은 이렇게 생겼어요: 겉모습부터 뱃속까지, 그리고 도살·레터럴·포트홀이 정확히 어디인지

크레를 오래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는 것들이 있어요. 등 가장자리에 난 톱니 같은 줄은 뭘까요? 왜 가끔 혀를 길게 내밀어 눈을 핥을까요? 배 아래쪽에 점점이 박힌 저 비늘은 뭘까요? 그리고 브리더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는 “도살”, “레터럴”, “포트홀” 같은 말은 대체 몸의 어디를 가리키는 걸까요? 짧게 먼저 답하면 이래요. 톱니 같은 줄은 볏이고, 눈을 핥는 건 눈꺼풀이 없어서 각막을 덮은 투명한 비늘(스펙터클)을 혀로 닦는 행동이에요. 배 아래 점점이 보이는 것은 비늘이 아니라 커진 비늘 가운데에 뚫린, 충분히 자란 수컷의 전총배설강 구멍이고, 다른 도마뱀 연구에 비춰 보면 화학 신호를 내보내는 샘의 출구로 추정돼요. 도살은 등면, 레터럴은 옆면, 포트홀은 하부 레터럴에 뜨는 흰 반점을 가리켜요.

나뭇잎 위에 앉은 야생 크레의 근접 사진. 눈 위 속눈썹 모양 비늘, 눈 뒤의 귀구멍, 윗입술 비늘, 앞발가락까지 한 장에 보인다
야생 크레 한 마리에 이 글에서 다룰 구조가 거의 다 들어 있어요. 눈 위 가시 비늘, 눈 뒤의 뻥 뚫린 귀구멍, 발가락 아래의 접착판까지요. 사진: Lennart Hudel, CC BY 4.0

이 글은 그 질문들에 한 번에 답하려고 쓴 크레 몸 구조 안내서예요. 순서는 사육하면서 가장 자주 궁금해지는 것부터 갈게요. 먼저 모프 이야기에 쓰이는 부위 용어를 해부학 용어와 하나씩 이어 붙이고, 이어서 암수 구분과 몸의 치수, 그다음 발과 꼬리, 칼슘 주머니, 머리와 감각, 피부처럼 겉으로 보이는 구조를 차례로 보고, 마지막에 몸속으로 들어가요.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의 근거가 어디서 왔는지

먼저 솔직하게 한 가지 짚고 갈게요. 크레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려 도마뱀 중 하나인데도 몸 전체를 훑은 해부 기재 문헌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글은 성격이 다른 근거를 섞어서 쓰고, 섞은 티를 일부러 내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근거의 계층(evidence hierarchy)을 표시하는 건데, 쉽게 말하면 아래처럼 이름표를 붙여 두는 거예요.

이 글에서 이렇게 쓰면 이런 뜻이에요
“크레에서 확인됐어요” 크레(Correlophus ciliatus)를 직접 다룬 학술 자료가 근거예요
“토케이게코에서는”, “레오파드게코에서는”, “리치아누스에서는” 다른 게코 종에서 밝혀진 것이에요. 크레도 비슷할 가능성이 크지만 크레로 확인된 건 아니에요
“사육계에서는 이렇게 불러요” 브리더 커뮤니티에서 통용되거나 Zen Habitats·Pangea Reptile 같은 사육 정보 사이트에 실린 내용이에요
“저희 집 릴리는”, “저희 집 쿼드는” 저희가 키우는 개체 사진에서 직접 본 모습이에요

1. 실전편: 모프 용어와 해부학 용어 이어 붙이기

먼저 이것부터 정리하고 시작할게요. 모프 분양글을 읽다 보면 “도살이 깨끗하다”, “레터럴에 포트홀이 잘 박혔다”, “크라운이 좋다” 같은 말이 나오는데, 각각이 몸의 어디인지 그림으로 한 번에 정리해 봤어요.

1-1. 도살, 레터럴, 포트홀이 정확히 어디인지

크레 옆모습 사진에 영어로 부위 이름이 표시돼 있다. Eyelashes(속눈썹 비늘), Head(머리), Crests(볏), Dorsal(등면), Upper Lateral(상부 옆면), Lower Lateral(하부 옆면), Limbs(사지)
사육계에서 부위를 부르는 이름을 실제 개체 위에 표시한 그림이에요. Dorsal이 도살, Upper/Lower Lateral이 상부·하부 레터럴, Crests가 볏이에요. 출처: MorphMarket 커뮤니티 게시물
크레 사진에 부위별로 색을 칠해 구분한 그림. 등면은 노란색, 상부 옆면은 보라색, 하부 옆면은 초록색, 사지는 연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같은 구분을 색으로 칠해 본 그림이에요. 노란색이 등면(도살), 보라색이 상부 레터럴, 초록색이 하부 레터럴이에요. 출처: 네이버 블로그 kisaki60

두 그림이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줘요. 위쪽 사진은 부위 이름을 선으로 짚었고, 아래쪽 그림은 아예 색으로 칠해 구분했어요. 영어 이름을 우리말로 옮기면 Dorsal이 도살, Upper Lateral과 Lower Lateral이 상부·하부 레터럴, Crests가 볏이에요. 포트홀은 이 중 하부 레터럴(초록색 부분)에 나타나는 흰 반점을 가리켜요.

옆에서 본 크레 전신. 밝은 크림색 등면과 어두운 옆면이 뚜렷하게 갈리고, 그 경계를 따라 솟은 비늘 줄이 이어진다
저희 집 쿼드예요. 위 도해와 나란히 놓고 보면 등면과 옆면의 경계가 어디인지 한눈에 들어와요

그럼 용어를 하나씩 이어 붙여 볼게요. 아래 표의 왼쪽은 브리더 커뮤니티에서 오래 쓰여 온 관용 표현이에요.

사육계 용어 해부학적으로는 설명
도살(dorsal) 등면(dorsum), 좌우 볏 사이의 등 위쪽 면 등 무늬가 얹히는 무대예요. 크림색이나 흰색 패턴이 여기 나타나요
레터럴(lateral) 옆구리(flank). 위아래로 나눠 상부·하부 레터럴로 부름 옆줄과 포트홀이 나타나는 자리예요
핀스트라이프(pinstripe) 볏이 끝나는 지점에서 뒤로 이어지는, 솟고 커진 등쪽 비늘 줄 비늘 줄 자체는 크레라면 다 있는 종 형질이에요. 평가 대상은 그 비늘 줄이 얼마나 도드라졌는지, 그리고 그 위에 얹힌 색 줄이 얼마나 끊김 없이 이어지는지 두 가지예요
쿼드스트라이프(quadstripe) 등쪽 비늘열을 따라가는 줄 2개(좌우) + 레터럴 줄 2개(좌우) 줄이 모두 4개라서 quad예요
엠티백(empty back) 도살에 얹히는 패턴색 핀처럼 보이는데 패턴색이 크게 줄어 도살이 비어 보이는 상태예요
슈퍼스트라이프(superstripe) 도살 한가운데를 앞뒤로 지나는 줄 도살이 완전히 채워지고 그 가운데로 줄이 하나 더 지나가요. 엠티백의 다른 이름인지 별개 항목인지는 아직 불명확해요
포트홀(portholes) 하부 레터럴의 밝은 반점 옆구리 아래쪽을 따라 앞뒤로 줄지어 나요. 성장하면서 커지고 번지는 경향이 있어요
화이트월(white wall) 하부 레터럴 옆구리 아래쪽을 앞뒤로 가로지르는 두꺼운 크림색 띠예요
스노플레이크(snowflake) 레터럴과 사지 옆구리와 다리에 흩어진 흰 점이에요. 줄지어 나는 포트홀과 달리 흩어져 있어요
화이트 프린지(white fringe) 뒷다리 뒤쪽 가장자리 그 가장자리를 따라 밝은 선이 나요. 꼭 흰색이 아니라 다른 밝은 색일 수도 있어요
니캡(kneecaps) 뒷다리 무릎과 그 안쪽·앞쪽 가장자리 프린지와 성격은 같고 자리만 달라요
블러싱(blushing) 아래턱 아랫면, 가슴까지 이어지기도 함 그 자리가 붉은 기를 띠는 것이에요
퍼리(furred/furry) 볏 뒤 등쪽 비늘 줄 주변 볏 가시가 원래 줄에서 벗어나 넓게 퍼져 난 상태예요
크라운(crowned) 머리 폭. 볏 가시의 길이가 아니에요 머리가 넓고 볏이 발달한 상태예요. Yamamoto 2016 차트는 “보통 머리 길이가 머리 폭의 1.3배 미만”이라는 기준을 적고, 이건 머리 폭 이야기이지 볏 가시의 길이 이야기가 아니라고 괄호로 못 박았어요
달마시안(dalmatian) 스팟 몸 전체의 피부. 특정 부위에 한정되지 않아요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어요. 점 색이 검정만은 아니에요. 같은 차트도 “이 점들은 여러 가지 색일 수 있다”고 적었고, 올리브 그린이나 빨강, 크림색 점도 보고돼요

표 아래쪽 항목들(포트홀부터 크라운까지)의 정의는 브리더 커뮤니티에서 가장 널리 재유통되는 형질 차트인 Erica Yamamoto의 “Crested Gecko Morphs* & Traits” v1.0(2016)과, 여러 브리더가 함께 쓴 문서인 Foundation Genetics Part 2.1·2.2를 기준으로 적었어요. 이 이름들이 각각 어떤 모프·형질로 이어지는지는 크레의 모프와 형질 개론에서 사진과 함께 다뤘어요.

크라운은 특히 오해가 잦아서 한마디 보탤게요. 크라운은 머리 폭 이야기예요. 볏이 개 귀처럼 옆으로 늘어져 처진 상태는 크라운이 아니라 플로피 크레스트(floppy crest)라는 별개 이름으로 불러요. 그리고 Foundation Genetics는 플로피 크레스트를 “보통 머리에 지방이 늘어서 생긴다”고 설명해요. 그렇다면 물려받는 형질이라기보다 그 개체의 상태를 보여 주는 신호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건 브리더 문서의 설명이고 원인이나 유전 여부가 확인된 건 아니에요.

쿼드스트라이프 항목만 조금 더 풀어 볼게요. 저희 집 쿼드의 이름이 여기서 왔는데, 줄이 넷이라는 뜻이에요. 등면 가장자리를 따라 좌우로 하나씩 두 줄, 그리고 옆면에 좌우로 하나씩 두 줄, 합해서 넷이에요. 위 도해에서 보면 톱니 줄이 지나가는 자리(좌우 두 줄)와 옆면 가운데의 점선 자리(좌우 두 줄)라고 생각하면 돼요.

1-2. 핀스트라이프의 정체는 비늘 줄이었어요

부위 용어 중에서도 오해가 가장 많은 게 핀스트라이프예요.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기도 해요.

2012년 뉴칼레도니아 자이언트 게코 재기재 논문에서, 저자들은 크레와 새로 기재한 근연종(C. belepensis)을 비교하면서 크레 쪽의 특징을 이렇게 적었어요. 크레는 “가시 모양 볏이 끝나는 지점에서 뒤로 이어지는, 솟고 커진 비늘 줄”을 가진다고요. 근연종은 같은 자리가 주변과 다르지 않은 균일한 비늘이라서, 이게 두 종을 가르는 형질이 돼요.

이 문장을 사육자의 눈으로 다시 읽으면 이렇게 돼요.

사육계가 “핀스트라이프”라고 부르는 그 자리의 해부학적 실체가, 바로 이 솟고 커진 비늘 줄이에요.

크레 등 가장자리 확대. 밝은 등면과 어두운 옆면의 경계선을 따라 솟은 비늘이 줄지어 나 있다
저희 집 쿼드의 등 가장자리예요. 이 솟은 비늘 줄이 학술 기재에 적힌 그 줄이고, 브리더가 핀스트라이프를 평가하는 자리예요

그리고 여기서 아주 중요한 오해를 하나 바로잡아야 해요. 핀스트라이프 개체만 이 비늘 줄을 가진 게 아니에요. 이 줄은 크레라면 다 가지고 있는 종 형질이에요. 저희 집 릴리도, 쿼드도, 여러분의 크레도 다 있어요.

그럼 브리더가 평가하는 건 뭘까요? 축이 둘이에요. 그 비늘 줄이 얼마나 도드라졌는지, 그리고 그 위에 얹힌 색 줄이 얼마나 끊김 없이 이어지는지예요. Yamamoto 2016 차트의 100% 핀스트라이프 설명이 이 두 축을 나란히 적어 뒀어요. “핀스트라이핑은 아주 도드라진 볏 가시를 가리킨다”가 앞의 축이고, “도살이 몸의 나머지 부분과 대비를 이룰 때에만 핀이라고 부를 수 있다”가 뒤의 축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색이 꼭 흰색은 아니에요. Foundation Genetics는 이 형질을 도살 양옆을 따라 솟아 도살과 옆구리를 갈라 주는 비늘로 정의하면서, 그 위에 얹히는 색이 흔히 흰색이지만 바탕색이거나 주황, 노랑, 탠저린, 분홍일 수도 있다고 적어요.

흔한 오해 실제
핀스트라이프 개체에만 특별한 비늘 줄이 있다 비늘 줄은 크레 전체가 가진 종 형질이다
핀스트라이프는 비늘이 자란 것이다 비늘 줄은 원래 있고, 그게 얼마나 도드라졌는지와 그 위 색 줄의 연속성을 함께 본다
100% 핀은 비늘이 100% 났다는 뜻 비늘이 새로 100% 났다는 뜻이 아니라, 핀 줄이 앞에서 뒤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는 뜻이다

전문적으로는 “구조 형질(비늘 줄)과 색 형질(색 줄)이 같은 자리에 겹쳐 있고, 사육계는 그 둘을 함께 평가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고, 쉽게 말하면 줄 칠 자리는 모두에게 있는데 그 자리가 얼마나 도드라졌는지와 거기에 색이 얼마나 잘 칠해졌는지를 보는 것이에요. 앞의 표에서 핀스트라이프 항목만 유독 설명이 길었던 이유가 이거예요.

한 가지 더. 크레는 허리 아래와 꼬리 기부의 흰 결절(lumbosacral tubercles)이 없어요. 같은 속의 C. belepensis에는 대개 있는 구조인데 크레에는 없다는 것이, 같은 논문에서 크레의 기준 표본(선정기준표본, lectotype)으로 확인된 사실이에요.

정리하면 이래요.

  • 구조가 먼저 있고, 그 위에 색이 얹혀요. 볏도 비늘 줄도 옆구리도 모든 크레가 가진 몸의 구조예요.
  • 모프와 형질 이름은 그 구조가 얼마나 발달했는지, 그리고 그 위에 색이 어떻게 얹혔는지를 부르는 말이에요. 대부분은 색과 무늬 이야기지만 크라운이나 퍼리처럼 구조 자체를 가리키는 이름도 있어요.
  • 그래서 같은 자리를 두고도 “핀이 100%다”, “포트홀이 잘 박혔다”, “도살이 깨끗하다”처럼 색과 무늬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모프와 형질이라는 말 자체의 정의, 그리고 그 둘을 어떻게 구분해서 쓰는지는 모프가 뭐고 형질은 또 뭘까에서 다뤘어요. 이 글은 말하자면 그 글의 “구조 편”이에요. 그리고 이런 형질이 어떻게 대물림되는지 궁금하시면 딱 한 번만 훑고 가는 기초 유전학을 이어서 보시면 좋아요.

여기서 이어 붙인 부위 이름들이 실제로 어떤 모프와 형질을 가리키는지는 크레의 모프와 형질 개론에 모아 뒀어요. 도살·레터럴·포트홀·핀스트라이프가 각각 어느 이름과 연결되는지 실물 사진과 함께 볼 수 있어요.

2. 암수 구분: 총배설강 주변, 감별 포인트는 화학 신호 기관으로 보여요

부위 이름 다음으로 자주 궁금해하시는 게 암수 구분이에요. 그런데 감별에 쓰는 그 자리가 실은 꽤 재미있는 기관이라, 여기서 함께 볼게요.

크레의 배설과 생식은 총배설강(cloaca)이라는 공간 하나로 합쳐져 있어요. “총(總)”이 붙은 이유가 그거예요. 대변, 소변, 생식이 다 여기로 모여요.

용어를 하나만 먼저 구분하고 갈게요. 총배설강은 몸 안쪽에 있는 공동(방)이고, 겉에서 보이는 그 가로로 난 틈은 정확히 말하면 총배설강구(vent), 즉 총배설강이 바깥으로 열리는 구멍이에요. 사육 현장에서는 둘을 뭉뚱그려 “총배설강”이라고 부르는 일이 많고 이 글에서도 대체로 그렇게 쓰지만, 안쪽 방 이야기를 하는 8-5절에서 다시 나눠서 볼게요.

성별 감별을 해 보신 분이라면 여기를 들여다본 적이 있을 거예요. 저희 집 릴리(수컷)와 쿼드(암컷)를 같은 각도로 찍어 봤어요.

수컷 크레의 총배설강 부위 확대 사진. 꼬리 기부 양쪽이 좌우 대칭으로 볼록하게 부풀어 있고, 총배설강 옆에 뾰족한 돌기가 보이며, 가로로 난 배설강 틈이 뚜렷하다
저희 집 릴리(수컷)예요. 꼬리 기부가 좌우로 볼록하게 부풀어 있고, 총배설강 양옆으로 뾰족한 돌기가 하나씩 나 있어요
암컷 크레의 총배설강 부위 확대 사진. 꼬리 기부가 평평하고 좌우 융기가 없으며, 총배설강 옆에 작은 돌기가 보인다
같은 각도에서 본 저희 집 쿼드(암컷)예요. 꼬리 기부가 평평하죠. 다만 총배설강 옆의 작은 돌기는 암컷에게도 있어요

수컷 쪽에서 꼬리 기부가 부풀어 보이는 이유는 그 안에 반음경(hemipenis)이 좌우로 하나씩, 두 개 수납돼 있기 때문이에요. 이건 사육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감별법인데, 아래에서 반음경 구조를 다룰 때 다시 이야기할게요.

총배설강 양옆의 뾰족한 돌기는 총배설강 돌기(cloacal spur)라고 불러요. 수컷이 더 크지만 암컷에게도 있어서 감별 지표로는 신뢰도가 낮아요. 위 두 사진을 나란히 보면 암컷에게도 분명히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이 돌기가 골격상 어떤 뼈와 연결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충분히 자란 개체에서 성별을 훨씬 확실하게 갈라 주는 건 따로 있어요. 전총배설강 구멍(precloacal pores)이에요. 어린 개체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아서 쓸 수 없는데, 그 시기는 이 절 끝에서 이야기할게요.

수컷 크레의 배설강 앞쪽 확대 사진. 주변보다 커진 비늘이 갈매기 모양 띠로 배열돼 있고 비늘마다 가운데에 점이 찍혀 있다
릴리의 배설강 앞쪽을 더 확대한 컷이에요. 주변 알갱이 비늘보다 커진 비늘이 갈매기 모양 띠를 이루고, 비늘마다 가운데에 점이 찍혀 있어요. 그 점 하나하나가 구멍이에요
암컷 크레의 배설강 앞쪽 확대 사진. 같은 자리가 주변과 다르지 않은 균일한 알갱이 비늘로 덮여 있다
쿼드의 같은 자리예요. 커진 비늘 띠도, 가운데 점도 없이 균일한 알갱이 비늘이죠. 이 대조가 성별 감별의 핵심이에요

학술 기재에 따르면 Correlophus 속의 수컷은 이 구멍을 2-3열, 총 40-60개 가지고 있고, 허벅지 기부의 40% 지점까지 이어져요. 배설강 앞쪽의 다소 커진 비늘이 이룬 패치에 여러 줄로 배열되는 구조예요. 여기서 조심할 게 있어요. 이 수치는 속 진단이지 크레 한 종의 값으로 확정된 게 아니에요. 속 안에는 크레 말고도 두 종이 더 있고, 종마다 값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저희 릴리의 사진으로는 커진 비늘 띠와 점은 또렷하게 보이지만 몇 열인지 정확히 세기는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 구멍의 정체가 재미있어요. 그냥 뚫린 구멍이 아니라 샘의 출구예요.

여기서부터는 근거의 층위를 분명히 하고 갈게요. 아래 설명은 크레를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같은 구멍을 가진 도마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이에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표피의 배아층이 안쪽으로 함입해 여포 단위를 만들고, 홀로크린 분비로 반고형 물질을 내보내요. 홀로크린 분비란 분비 세포가 통째로 부서져서 그 내용물 자체가 분비물이 되는 방식이에요. 여기에 케라틴 판이 섞여서 단단한 마개처럼 구멍을 채워요. 다리 안쪽에 같은 구조가 있는 종에서는 대퇴공(femoral pore)이라고 부르는데, 위치만 다를 뿐 상동 구조로 봐요.

번식기에 분비가 가장 활발하고,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많이 내며, 안드로겐(테스토스테론 같은 성호르몬)이 이 기관의 발달과 유지에 관여한다는 것도 도마뱀 일반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온 이야기예요. 기능은 페로몬 전달을 비롯한 화학적 의사소통으로 보고, 종에 따라서는 영역 표시에도 관여한다고 봐요. 그러니까 사육 현장에서 “수컷 표시”로만 쓰이는 이 구조가 도마뱀에게는 화학 신호를 남기는 기관인 셈이에요. 조사된 도마뱀들에서는 분비물이 공중에 뿌려지는 게 아니라 배와 다리 안쪽이 닿는 자리에 묻어 남았어요. 다만 크레에서 이 분비물의 성분이나 실제 역할을 조사한 자료는 찾지 못했으니, 크레도 그럴 것이라는 추정까지만 해 두는 게 정확해요. 참고로 구멍은 대략 생후 4개월 무렵부터 보이기 시작해서 9-10개월이면 뚜렷해진다는 것이 사육계에서 통용되는 정보인데, 개체차가 커서 확정 기준은 아니에요.

크레의 성별이 애초에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크레의 성별은 엄마가 정한다에서, 배아 단계에서 생식소가 언제 갈라지는지는 크레 배아의 생식소에서 다뤘어요.

3. 숫자로 보는 크레

부위 이름과 암수 구분을 봤으니, 이번에는 몸의 전체 치수를 정리하고 갈게요. 사육장을 어떻게 꾸릴지 가늠할 때도 이 숫자를 기준으로 삼게 되는데, 사육 환경 자체는 크레 처음 키운다면에서 따로 다뤘어요.

파충류 몸길이를 말할 때는 보통 SVL을 써요. snout-vent length의 약자로, 주둥이 끝에서 총배설강구(배설과 생식의 출구, 몸 아래쪽에 가로로 난 틈)까지의 길이예요. 꼬리를 빼고 재는 이유는 간단해요. 도마뱀은 꼬리를 끊거나 다치는 일이 흔해서, 꼬리를 포함하면 같은 개체라도 길이가 널을 뛰거든요.

옆으로 누운 크레 전신 사진에 두 개의 측정 구간이 표시돼 있다. 위쪽 빨간 구간은 주둥이 끝에서 뒷다리 사이 총배설강까지, 아래쪽 파란 구간은 주둥이 끝에서 꼬리 끝까지 이어진다
빨간 구간이 SVL이에요. 주둥이 끝에서 시작해 뒷다리가 붙은 자리, 즉 꼬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끝나요. 파란 구간이 꼬리까지 포함한 전장이고요. 총배설강은 몸 아래쪽에 있어서 이 각도에서는 직접 보이지 않으니, 빨간 구간의 끝은 그 위치를 옆에서 표시한 것으로 봐 주세요. 사진: 저희 집 잔틱

그림으로 보면 차이가 확 와닿아요. 꼬리가 몸통만큼 길기 때문에, 전장은 SVL의 거의 두 배가 돼요. 그래서 “우리 애 20cm예요”라는 말과 “SVL 10cm예요”라는 말이 같은 개체를 가리킬 수 있어요.

항목 값 근거
Correlophus 속 진단의 최대 SVL 135mm 뉴칼레도니아 자이언트 게코 재기재 논문(Bauer et al. 2012). 크레 한 종의 값이 아니라 속 전체의 진단값이에요
Correlophus 속 진단의 꼬리 길이 SVL의 80-92% 같은 논문의 속 진단
성체 SVL 약 10-12cm 사육계 통용 수치
성체 전장(꼬리 포함) 약 19-21cm 사육계 통용 수치
성체 체중 약 35-60g 사육계 통용 수치

표에서 앞 두 줄과 나머지는 성격이 다른 값이에요. 뒤의 세 줄은 여러 케어시트가 대체로 일치하는 범위를 옮긴 것이지 개체별로 반드시 그렇다는 뜻이 아니고, 검증된 측정 자료가 아니라서 크기와 체중을 대략 가늠하는 참고 맥락으로만 쓰고 정상이나 건강을 판정하는 선으로 읽지 않는 게 좋아요. 케어시트에 흔한 연령별 성장 속도 수치는 이런 참고 범위로 쓸 만한 근거도 확인하지 못해 여기서는 다루지 않았어요. 성별, 유전적 체격, 먹는 양, 사육 조건에 따라 편차가 커요. 그리고 앞 두 줄은 크레를 재서 나온 값이 아니라 크레가 속한 속 전체를 진단하는 값이에요. 속 안에는 크레 말고도 두 종이 더 있으니, 크레 한 종의 최대 크기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이 숫자만으로 확정할 수 없어요.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의할 게 있어요. 케어시트에서 자주 보이는 “암컷 35g이면 성숙”, “브리딩은 45g 이상”이라는 숫자는 해부학적으로 몸이 다 컸다는 기준이 아니라 브리딩에 투입해도 될지에 대한 사육 권고치예요. 알을 만드는 일이 암컷 몸에 큰 부담이라 여유를 두고 잡은 값이지, “45g이 되면 몸 구조가 완성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4. 붙이는 몸: 발과 꼬리

크레가 유리를 오르고 가지를 감아쥐는 능력은 발과 꼬리에 나뉘어 들어 있어요. 두 구조가 같은 설계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지니, 묶어서 볼게요.

4-1. 사지와 발: 붙이는 장치가 아니라 붙였다 떼는 장치

크레의 발은 앞뒤 모두 발가락 다섯 개예요. 발가락 사이에는 약하게-중간 정도로 발달한 물갈퀴가 있고, 각 발가락 아래에는 분할되지 않은(undivided) 확장 지하판(subdigital lamellae)이 깔려 있어요.

게코 발바닥 접사. 발가락 아래에 가로 줄무늬처럼 보이는 판이 층층이 배열돼 있고 발가락 끝에 작은 발톱이 보인다
발가락 아래에 가로줄로 보이는 것이 지하판이에요. 이 판이 좌우로 갈라지지 않고 하나로 이어진 것이 Correlophus 속의 진단 형질 중 하나예요. 사진: Dawson, CC BY-SA 2.5

“지하판”은 발가락 아래(subdigital)의 판(lamella)이라는 뜻이에요. 사진에서 가로줄무늬처럼 보이는 게 그거예요. 크레의 지하판은 가운데가 갈라지지 않고 한 줄로 이어져 있는데, 이것도 속 진단 형질에 들어가요. 그리고 앞뒤 발 모두 첫 번째 발가락(엄지)의 발톱은 갈라지지 않은 끝판 옆에 붙어 있어요.

붙는 원리는 이렇게 세 단계로 작아져요.

단계 크기(게코 일반) 무엇인가
지하판(lamella) 눈에 보임 발가락 아래의 가로 판
강모(seta) 지름 약 5µm 지하판 위에 빽빽하게 난 털
주걱(spatula) 폭 약 200nm 강모 끝이 갈라져 생긴 납작한 끝

표의 크기는 게코 무리 전반에서 흔히 인용되는 값이지 크레를 재서 나온 값이 아니에요. 크레를 직접 측정한 숫자는 뒤의 꼬리 절(4-2)에 나오는 강모 높이 20.0µm(꼬리)와 23.8µm(발가락), 밀도 약 32,950개/mm²(꼬리)와 약 30,000개/mm²(발가락) 같은 값들이니, 둘을 섞어 읽지 않도록 해 주세요.

이 주걱이 표면에 닿을 때 작동하는 힘이 반데르발스 힘이에요. 전문적으로는 분자끼리 아주 가까이 붙었을 때 전자 구름이 순간적으로 치우치면서 생기는 약한 인력인데, 쉽게 말하면 아주 가까이만 붙으면 그냥 저절로 끌리는 힘이에요. 개별 주걱 하나의 힘은 무시해도 될 만큼 작지만, 수많은 주걱이 동시에 닿으면 몸무게를 지탱하고도 남아요. 접착제도 아니고 빨판도 아니어서 끈적임 없이 유리를 올라요.

게코의 접착 구조를 단계별로 그린 도해. 게코 머리와 발, 발가락 지하판, 그 위의 강모, 강모 끝의 주걱, 그리고 분자 사이 인력을 나타낸 그림이 함께 있다
발가락에서 지하판, 강모, 주걱, 분자 사이 인력까지 한 장에 담은 도해예요. 그림 속 종은 크레가 아니라 무어벽도마뱀붙이(Tarentola mauritanica)예요. 그림: Matteo Gabaglio, CC BY-SA 3.0

그런데 이 구조에서 정말 어려운 문제는 붙는 게 아니라 떼는 것이에요. 그렇게 잘 붙는데 어떻게 걸음마다 발을 떼는 걸까요?

답은 과신전(digital hyperextension)이에요. 발가락을 위로 젖혀서 끝에서부터 벗겨 내는 동작이에요. 접착 테이프를 손톱으로 한쪽 끝을 들어 벗기는 것과 같은 원리죠. 토케이게코에서 밝혀진 바로는 짧은발가락폄근과 등쪽뼈사이근이 끝에서 두 번째 발가락뼈를 당겨 이 젖힘을 일으키고, 다섯째 발가락에서 첫째 발가락 순서로 차례차례 벗겨 내요. 반대로 붙일 때는 긴굽힘건이 발톱을 표면 쪽으로 당기고, 측지건(lateral digital tendon)이 각 판으로 가지를 내어 굽힘근의 장력을 접착판 전체에 고르게 전달해요.

그래서 게코의 접착은 켜고 끄는 스위치가 아니라 끝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여닫는 지퍼에 가까워요. 덕분에 걸을 때 힘이 갑자기 확 걸리거나 확 풀리는 일이 없어요. 게다가 토케이게코의 발목(mesotarsal) 관절은 발의 회전과 굽힘·폄을 분리해서, 몸이 어떤 자세로 있든 발바닥을 표면에 딱 맞출 수 있게 해 줘요.

유리 벽에 붙어 있는 크레. 발가락 아래가 유리에 밀착돼 있다
저희 집 다다예요. 이 자세를 유지하는 데 접착제도 빨판도 필요 없어요

힘도 실제로 재 봤어요. 크레의 앞다리 한쪽 접착력은 1.33-8.12N으로 측정됐어요. 논문은 지금까지 기록된 게코 접착력 중 크레보다 높은 값을 낸 종은 토케이게코(Gekko gecko)뿐이라고 적어요. 다만 이건 절대적인 힘 기준이지 체중이나 접착 면적으로 보정한 비교가 아니라는 점은 짚어 둘게요.

크레가 이 발을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 특히 뛰어내려 착지할 때 몸에 걸리는 충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크레 점프 착지 생체역학에서 다뤘어요. 수직면에 내려앉으면 충격이 수평면의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사육장 배치에도 시사점이 있는 결과예요.

4-2. 발가락이 하나 더 있는 셈, 접착 꼬리

크레의 꼬리 끝 아랫면에는 강모밭(setal field)이 있어요. 발가락에 있는 그 접착 구조가 꼬리 끝에도 달려 있다는 뜻이에요.

크레 꼬리 끝 접착판의 조직 절편 사진. 비늘 하나하나가 위로 솟아 있고 그 위에 털 다발이 얹혀 있는 단면이 보인다
꼬리 접착판을 잘라 염색한 조직 절편이에요. 비늘 하나하나가 솟아 있고 그 위에 강모 다발이 얹혀 있는 구조가 보여요. 출처: Griffing et al. 2021, Proc. R. Soc. B, Fig. 1d

수치를 보면 발가락과 얼마나 비슷한지 알 수 있어요.

항목 꼬리 접착판 발가락 접착판
강모 평균 높이 20.0µm (최대 26.6µm) 23.8µm (최대 32.7µm)
강모 밀도 약 32,950개/mm² 약 30,000개/mm²
접착력 0.22-1.19N 1.33-8.12N (앞다리 한쪽)
면적의 상대성장 SVL^1.54 (음의 상대성장) SVL^1.88 (거의 등척)

강모밭은 꼬리 끝에서 가장 먼 쪽 13-16개 판 줄에 분포하고, 몸 쪽으로 갈수록 짧은 돌기로 바뀌어요. 접착력만 놓고 보면 실험 조건에서 꼬리 접착판을 잡아당겨 재 봤더니 자기 몸무게의 2.45-5.57배에 해당하는 힘이 나왔어요. 안전계수라고 부르는 값이에요. 다만 이건 시험용 표면에 접착판을 온전히 붙인 상태에서 정해진 방향으로 당겨 잰 값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해요. 실제 사육장에서는 표면 상태(먼지, 물기, 거칠기), 실제로 닿은 면적, 개체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에 따라 걸리는 힘이 크게 달라져요. 그러니 “꼬리만 걸려 있으면 안 떨어진다”고 믿고 다룰 근거로 쓸 값은 아니에요.

표에서 눈여겨볼 건 마지막 줄이에요. 발가락 접착판은 몸이 커지는 만큼 면적도 거의 비례해서 커지는데(등척), 꼬리 접착판은 몸이 커지는 것보다 덜 커져요(음의 상대성장). 그래서 어린 개체일수록 몸에 비해 꼬리 접착판이 상대적으로 커요. 다만 이건 면적의 상대성장에서 나온 형태 이야기예요. 어린 개체가 실제로 꼬리 접착에 더 많이 기대는지를 행동으로 재 본 자료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학술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이거예요. 논문은 배아 발생 데이터를 근거로, 꼬리의 접착판과 발가락의 접착판이 연속상동(serial homology)임을 지지하는 근거를 제시했어요. 연속상동이란 한 몸 안에서 같은 발생 프로그램이 여러 번 반복돼 만들어진 구조들의 관계예요. 사람의 손가락뼈들이 서로 연속상동인 것처럼요. 쉽게 말하면 꼬리 끝이 “여섯 번째 발가락”처럼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데이터로 뒷받침됐다는 뜻이에요. 다만 “상동임이 확정됐다”가 아니라 “지지하는 근거가 나왔다”는 표현이 정확해요.

참고로 접착 꼬리를 가진 게코는 크레만이 아니에요. 21개 속이 꼬리 끝 배쪽에 강모 달린 판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3개 과에 흩어져 있어서 최소 다섯 번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돼요. 크레의 꼬리가 물건을 감아쥘 수 있다는 건 그와는 별개의 이야기예요.

이 논문 전체 내용은 발가락을 닮은 꼬리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꼬리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그 글을 이어서 보세요.

4-3. 끊기는 꼬리, 그런데 다시 안 자라는 꼬리

크레 꼬리 속을 들여다보면 미추골(꼬리 척추뼈)이 늘어서 있어요. 마이크로 CT로 촬영한 연구는 크레의 꼬리가 미추골 27개로 이뤄진다고 기재했어요.

크레 꼬리의 마이크로 CT 영상. 꼬리 전체 골격이 왼쪽에, 척추뼈 두 개를 확대한 영상이 위쪽에 배치돼 있다
크레 꼬리를 마이크로 CT로 찍은 영상이에요. 왼쪽이 꼬리 전체 골격, 위쪽 상자가 척추뼈를 확대한 모습이에요. 출처: Griffing et al. 2021, Proc. R. Soc. B, Fig. 1c

이 척추뼈들은 양요형(amphicoelous), 즉 앞뒤 양쪽 면이 모두 오목한 형태이고 옆으로 뻗은 돌기(횡돌기)가 축소돼 있어요. 양쪽이 오목하면 뼈와 뼈 사이에 공간이 남으니 잘 휘는 데 유리하지 않을까 짐작하게 되는데, 이 형태가 실제로 감아쥐는 능력을 만들어 준다고 검증한 자료를 찾은 건 아니에요. 여기서는 관찰된 형태까지만 말해 둘게요.

자절(autotomy), 즉 꼬리를 스스로 끊는 것은 게코의 경우 척추뼈 안에 미리 만들어진 자절면을 따라 일어나요. 도마뱀 전체로 보면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서 끊어지는 방식도 있지만, 여기서 다루는 건 앞쪽이에요. 논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대부분의 게코와 달리, 여덟 번째 척추뼈보다 먼 쪽에는 자절면이 보이지 않는다”예요. 앞에 붙은 “대부분의 게코와 달리”가 중요해요. 다른 게코는 꼬리 뒤쪽까지 끊길 자리가 이어지는데 크레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거든요. 그리고 이 문장은 “1번부터 8번까지는 다 끊긴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되고, “적어도 8번보다 바깥쪽에는 끊길 자리가 없더라”는 관찰로 읽어야 해요.

그런데 크레의 진짜 특별한 점은 여기 있어요. 끊기는 하는데 다시 자라지 않아요.

꼬리가 없는 크레의 사진. 몸통은 정상이고 꼬리 자리가 뭉툭하게 마무리돼 있다
꼬리가 끊어진 뒤 다시 자라지 않은 크레예요. 사육 개체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고, 상처가 아문 뒤에는 대체로 평범하게 생활해요. 사진: Crocodoodle, CC BY-SA 4.0

레오파드게코를 비롯한 많은 도마뱀은 끊긴 꼬리를 다시 만들어요. 새로 자란 꼬리는 뼈 대신 연골 막대가 들어가 모양이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자라요. 그런데 크레는 그러지 못해요. 크레 유전체 논문에서 크레는 꼬리를 재생하지 못하는 게코 14종 목록에 들어 있어요. 다만 이 목록이 논문 저자들의 직접 실험 결과인지 기존 문헌을 종합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니, “크레를 포함한 비교 문헌에 그렇게 정리돼 있다”까지만 말해 둘게요.

왜 못 자라는지, 그 답을 유전체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실제로 있었어요. 크레의 유전체 지도가 완성됐어요와 두 번째 팀이 또 완성했어요에서 그 이야기를 다뤘어요.

사육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건 이거예요. 꼬리는 한 번 끊기면 그걸로 끝이니, 애초에 끊길 상황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해요. 급하게 잡거나 꼬리를 잡아당기는 일은 물론이고, 몸을 세게 누르거나 움켜쥐는 것, 갑자기 놀라게 하는 것, 사육장 문이나 은신처 틈에 꼬리가 끼는 것, 합사한 개체에게 물리거나 쫓기는 것으로도 자절이 일어날 수 있어요. 핸들링은 붙잡기보다 손바닥 위에서 스스로 걸어 다니게 하는 쪽이 안전하고, 사육장 안에 꼬리가 끼일 만한 틈이 없는지도 한 번 살펴보세요.

이미 끊어진 뒤라면 자절 직후 며칠은 상태를 잘 지켜봐야 해요. 끊긴 자리에서 피가 계속 나지는 않는지, 바닥재나 배설물이 상처에 들러붙지 않는지, 붓거나 진물이 나지 않는지, 먹이를 거부하거나 계속 숨어 있지는 않은지 보세요. 자절 자체는 크레가 살아남으려고 쓰는 정상적인 방어 수단이고 대개는 무사히 아물지만, 그 뒤에 따라올 수 있는 출혈, 상처 오염, 감염, 스트레스는 별개의 문제예요. 이상이 보이면 파충류 진료가 가능한 수의사에게 데려가시는 게 좋아요.

5. 입천장의 흰 주머니, 칼슘낭

크레 입을 벌려 본 적 있으신가요? 입천장 앞쪽에 하얀 주머니 한 쌍이 도드라져 보이는 개체가 있어요.

입을 벌린 크레의 입천장 앞쪽에 하얗게 도드라진 주머니 한 쌍
입천장 앞쪽 좌우에 흰 주머니가 보여요. 출처: Altitude Exotics, How to check Calcium Sacks in Crested Geckos (4:35)

사육계에서는 이걸 그냥 칼슘 주머니(칼슘낭)라고 부르는데, 정식 이름은 내림프낭(endolymphatic sac)이에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이래요. 속귀에는 원래 내림프라는 액체가 든 공간이 있는데, 게코 무리에서는 이 공간이 두개강 밖으로 크게 확장돼 목 양옆과 입천장 뒤쪽까지 주머니 형태로 뻗어 나가요. 그 안에 탄산칼슘 결정이 저장돼요. 쉽게 말하면 귀에서 시작된 주머니가 몸속 칼슘 창고 노릇을 하도록 늘어난 것이에요. Sphaerodactylidae, Diplodactylidae, Gekkonidae 여러 과에서 보고돼 있고, 크레도 이 중 Diplodactylidae에 속해요.

게코 여러 종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이 주머니가 성체 암컷에서 크게 부풀고, 난각(알 껍데기) 형성과 연결된다고 봐요. 알 껍데기를 만들려면 칼슘이 대량으로 필요한데, 그 수요가 반복적으로 오니까요. 크레를 대상으로 같은 것을 확인한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크레도 보통 한 배에 알 두 개를 낳고 시즌 동안 여러 번 산란하니 칼슘 수요가 계속 돌아오는 몸인 것은 분명해요.

그래서 사육자들이 입천장을 들여다보고 암컷의 칼슘 상태를 가늠하는 문화가 생겼어요. 다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어요.

주머니의 크기는 혈중 칼슘 수치나 골격 건강을 진단해 주는 검사가 아니에요. “주머니가 작으니 칼슘 부족”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요. 육안 관찰은 참고 정보일 뿐이고, 개체의 칼슘 상태에 이상이 의심된다면 파충류 진료가 가능한 수의사에게 진찰을 받으세요.

그리고 확인하겠다고 억지로 입을 벌리지 마세요. 턱과 목에 무리가 가고 개체에게 큰 스트레스가 돼요. 하품하거나 먹이를 먹을 때 우연히 보이는 정도로만 참고하시고, 상태가 걱정되면 직접 들여다보려 하는 대신 위에 적은 대로 수의사에게 맡기시는 게 맞아요.

칼슘 관리와 이른바 칼슘 크래시 이야기는 크레스티드 게코 종 가이드와 크레 처음 키운다면에서도 다뤘어요.

6. 머리와 감각: 볏, 눈, 귀, 그리고 소리

크레 머리에는 특이한 구조가 유난히 많이 몰려 있어요. 볏과 속눈썹 비늘부터 귀, 혀, 이빨, 눈, 그리고 소리까지 차례로 볼게요.

6-1. 머리: 볏, 속눈썹, 그리고 뻥 뚫린 귀

크레 머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볏(crest)이에요.

위에서 정면으로 본 크레의 머리와 몸. 넓적한 머리, 눈 위의 가시 비늘, 좌우로 갈라져 몸통까지 이어지는 볏, 몸 전체를 덮은 자잘한 과립 비늘이 보인다
저희 집 릴리를 정면 위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머리 양옆 가장자리를 따라 삼각형 비늘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줄이 목을 지나 몸통 등쪽까지 이어져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볏은 안와(눈이 들어앉은 뼈 구멍) 뒤에서 시작해 몸통 등쪽까지 이어지는, 확대된 삼각형 비늘 두 줄이에요. 쉽게 말하면 등 가장자리를 따라 좌우 한 쌍으로 난 톱니 장식이죠. 이건 크레가 속한 Correlophus 속의 진단 형질, 그러니까 이 속을 다른 속과 구별할 때 쓰는 특징 중 하나로 학술 기재에 올라 있어요.

옆에서 본 크레의 몸. 눈 뒤에서 시작한 가시 비늘 줄이 목과 몸통을 지나 뒷다리 근처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같은 개체를 옆에서 보면 볏이 머리에서 끝나지 않고 몸통 등쪽 가장자리를 따라 계속 이어지는 게 보여요

그리고 여기서 아주 흔한 오해를 하나 풀고 갈게요. 볏과 “속눈썹”은 다른 구조예요.

  • 볏: 안와 뒤에서 시작해 목과 몸통으로 이어지는 삼각형 비늘 줄
  • 속눈썹처럼 보이는 것: 눈 바로 위에 뾰족한 가시 모양으로 줄지어 난 눈썹 비늘(supraciliary scales)

크레의 종명 ciliatus는 라틴어 cilium(속눈썹)에서 왔는데, 이름의 유래가 된 건 볏이 아니라 눈 위의 이 가시 비늘 줄이에요. 같은 속의 다른 종을 기재하면서 세어 본 예를 보면 한쪽 눈 위에 열일곱에서 열여덟 개 정도가 줄지어 나 있어요. 그러니까 “볏이 눈에서 시작한다”와 “속눈썹이 이름의 유래다”를 한 문장에 섞어 쓰면 안 되고, 두 구조를 따로 말해야 정확해요.

크레 얼굴 정면 접사. 눈 위에 뾰족한 가시 비늘이 줄지어 나 있고, 눈은 세로로 갈라진 동공을 가지며, 주둥이 끝에 한 쌍의 콧구멍이 보인다
눈 위의 가시 비늘이 종명 ciliatus(속눈썹)의 유래예요. 눈 아래로 이어지는 자잘한 알갱이 비늘, 주둥이 끝의 콧구멍 두 개도 함께 보여요

눈은 이 절 안에서 곧 따로 자세히 다룰게요. 여기서는 크레에게 눈꺼풀이 없다는 것만 기억하고 넘어가요. 눈꺼풀 대신 투명한 비늘이 각막을 덮고 있어서, 눈을 감을 수 없고 대신 혀로 핥아서 청소해요.

귀는 눈 뒤 아래쪽에 있어요. 사람처럼 귓바퀴가 튀어나와 있지 않고, 대신 움푹 들어간 귀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 안쪽에 얇은 고막(tympanum)이 자리해요.

나뭇잎 위에 앉은 야생 크레의 근접 사진. 눈 뒤쪽에 덮개 없이 뚫린 어두운 귀구멍이 보인다
글머리에 실었던 야생 개체 사진을 다시 봐요. 눈 뒤쪽에 뻥 뚫린 어두운 구멍이 귀구멍이에요. 사진: Lennart Hudel, CC BY 4.0

게코 무리에서 중이의 소리 전달은 등자뼈에 해당하는 콜루멜라(columella) 하나와 거기 이어진 연골(extracolumella)이 맡아요. 사람 중이에 뼈가 세 개인 것과 달리 하나예요.

크레의 속귀가 소리의 높낮이를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크레는 소리의 높낮이를 어떻게 구분할까에서 유모세포 수준까지 다뤘어요.

콧구멍은 주둥이 끝 비늘 옆에 한 쌍 있어요. 크레는 뱀이나 왕도마뱀처럼 혀를 쉴 새 없이 날름거리지는 않아요. 일부 게코에서는 혀를 내밀지 않고도 입안 바닥을 리듬감 있게 움직이는 구강 맥동(buccal pulsing)으로 냄새 분자를 감각 기관까지 보낸다는 관찰이 보고됐어요. 다만 이게 게코 전체의 주된 냄새 맡기 방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냄새를 받는 기관은 서골비기관(Jacobson’s organ, VNO)이에요. 코와 별개로 입천장 앞쪽에 구멍이 열려 있어서, 혀와 입안의 움직임을 통해 그 구멍으로 전달된 화학 물질을 여기서 받아요. 크레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물질을 옮기는지 직접 조사한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게코의 구강 구조를 조사한 연구를 보면 입천장에는 앞쪽에 이 서골비기관 개구, 가운데에 후비공(choana, 콧구멍이 입안으로 뚫린 구멍), 뒤쪽에 침샘 개구가 순서대로 자리해요. 이 배열은 게코 일반에서 확인된 것이고, 크레의 입안을 같은 수준으로 기재한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나뭇잎 위에서 혀를 길게 내밀고 있는 크레
저희 집 크레예요. 이 혀 하나가 물 마시기와 눈 닦기를 하고, 냄새 물질을 서골비기관으로 옮기는 데에도 관여할 것으로 봐요

혀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레오파드게코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게코 혀는 앞쪽 부분(foretongue)의 유두 모양과 간격이 나머지 부위와 달라서, 이 앞쪽 유두가 물을 모아 나르는 일을 한다는 게 확인됐어요. 크레가 사육장 벽에 맺힌 물방울이나 잎에 뿌린 분무를 핥아 마시는 모습을 보면 비슷한 원리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크레의 혀를 같은 방식으로 조사해 확인한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그러니 “크레도 아마 이렇게 물을 옮길 것”까지만 말해 둘게요. 어쨌든 그 혀 하나로 눈도 닦고, 냄새 물질을 서골비기관으로 옮기는 데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있어요.

이빨 이야기는 크레가 아니라 도마뱀 일반과 레오파드게코에서 밝혀진 내용이에요. 게코를 포함한 많은 도마뱀의 이빨은 턱뼈 안쪽 면에 붙어 있는 측생치(pleurodont)예요. 도마뱀 전체가 그런 건 아니어서, 아가마과나 카멜레온과처럼 턱뼈 가장자리에 얹히듯 붙는 단생치(acrodont)를 가진 무리도 있어요. 사람 이빨처럼 뼈 구멍에 깊이 박힌 게 아니라 턱뼈 안쪽 벽에 붙어 있는 형태예요.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게코를 포함한 대부분의 도마뱀은 다생치(polyphyodont)여서 평생에 걸쳐 이빨을 계속 갈아 끼워요. 레오파드게코에서는 이빨을 뽑은 뒤 약 1개월에 재형성이 시작되고 2-3개월이면 거의 회복되는 것이 확인됐어요. 크레의 이빨을 따로 조사한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마지막으로 두개골이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사람 머리뼈는 아래턱만 움직이지만, 게코 두개골에는 관절이 여러 군데 살아 있어요. 전문 용어로는 세 가지예요.

이름 어디가 움직이나 쉽게 말하면
방형골 회전(streptostyly) 아래턱을 매단 방형골이 앞뒤로 돌아감 턱걸이 지점 자체가 앞뒤로 흔들려요
중간관절 운동(mesokinesis) 눈 뒤쪽 두개 지붕이 접힘 머리 윗부분이 경첩처럼 살짝 접혀요
후두부 두개내 운동(metakinesis) 뒤통수 쪽 두개골이 뇌를 감싼 뇌두개에 대해 앞뒤로 움직임 머리 뒤쪽 뼈들이 서로 미세하게 어긋나요

이건 토케이게코와 Phelsuma(데이게코 무리)를 X선 영화와 근전도로 촬영한 연구에서 확인된 것이고, 크레에서 직접 측정된 값은 아니에요. 입을 벌릴 때 방형골이 앞으로 돌고 입천장과 위턱이 통째로 들리며 뒤통수 쪽 두개골이 앞으로 움직여요. 머리와 목 사이의 관절이 아니라 두개골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이에요. 먹이를 물고 으깰 때 두드러지고, 물을 마시거나 숨을 쉴 때는 거의 쓰이지 않아요. 토케이게코에서 실제로 재 보니 이 중간관절 운동이 최대로 벌릴 수 있는 입 크기를 약 10% 늘려 줬어요. 크레가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릴 때 “저게 어떻게 저렇게 벌어지지” 싶은 이유가 여기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6-2. 감을 수 없는 눈, 그래서 혀로 닦아요

크레에게는 움직이는 눈꺼풀이 없어요. 대신 눈꺼풀이 융합해서 생긴 투명한 비늘이 각막을 덮고 있는데, 이걸 스펙터클(spectacle) 또는 브릴레(brille)라고 불러요. 안경알 하나가 눈에 붙어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크레 눈의 접사. 세로로 갈라진 동공과 그물처럼 뻗은 홍채 무늬가 보인다
각막 위를 투명한 비늘 한 장이 통째로 덮고 있어요. 사진: Gabriel Zanda, CC BY 4.0

스펙터클은 단순한 막이 아니라 3층 구조예요. 여기서부터 나오는 수치는 눈꺼풀 없는 도마뱀과 게코 여러 종을 조사한 연구에서 나온 것이지 크레를 잰 값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 둘게요. 바깥쪽 상피층, 가운데 기질층(콜라겐 섬유와 가는 혈관이 들어 있어요), 안쪽 상피층으로 되어 있고, 두께는 종에 따라 74-244µm예요. 그리고 이건 비늘이기 때문에 탈피할 때 같이 벗겨져요. 탈피 부전으로 눈 주위 껍질이 안 벗겨지는 일이 문제가 되는 이유예요.

스펙터클과 각막 사이에는 스펙터클 아래 공간(subspectacular space)이라는 틈이 있어요. 이것도 게코를 포함한 눈꺼풀 없는 도마뱀에서 확인된 구조예요. 여기가 하더선을 비롯한 눈 주변 샘에서 나온 분비액으로 채워지고, 그 액체는 눈물관 계통을 타고 입안 쪽으로 빠져나가요. 눈에서 입안으로 이어지는 배수로가 있는 셈이에요.

눈을 감을 수 없으니 청소는 혀로 해요. 위에서 본 혀 사진의 그 혀예요. 눈을 핥고 물을 마시는 일을 혀 하나가 다 하고, 냄새 물질을 서골비기관으로 옮기는 데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있어요.

망막 이야기도 흥미로워요. 야행성 게코의 광수용체는 어두운 데서 잘 보이는 막대세포가 원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원뿔세포에서 전환된 것이라는 가설(Walls의 transmutation 가설)이 있어요. 토케이게코에서 실제로 확인해 보니 세포 형태는 막대세포처럼 생겼는데 발현되는 옵신(빛을 받는 단백질)은 원뿔 옵신뿐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낮에 쓰던 색 감지 세포를 밤용으로 개조해서 쓰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다만 이건 토케이게코에서 확인된 것이고, 크레의 망막을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크레가 색을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는 크레는 흑백 사진에도 똑같이 반응할까에서 실험 결과로 다뤘어요.

6-3. 소리를 내는 도마뱀

크레는 소리를 내요. 놀라면 짧게 짖는 듯한 소리를 내고, 번식기에는 다른 종류의 울음을 내요.

이게 왜 특별하냐면, 유린류(도마뱀과 뱀 무리) 가운데 후두 안에 성대(vocal cord)를 가진다고 보고된 무리가 게코류 정도이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도마뱀은 쉭쉭거리는 정도의 소리만 낼 수 있는데, 게코는 성대라는 구조를 써서 훨씬 다양한 소리를 내요. 다만 “파충류 중에 게코만 소리를 낸다”로 넓히면 틀리니 조심하세요.

크레의 울음을 소나그램(소리를 주파수와 시간으로 펼쳐 그린 그림)으로 그려 본 자료가 리뷰 논문에 실려 있는데, 놀랐을 때 내는 소리(distress call)는 뚜렷한 구조 없이 넓은 주파수 대역에 퍼진 잡음에 가깝고, 구애할 때 내는 소리(advertisement call)는 규칙적인 펄스 구조와 배음을 가진다고 정리돼 있어요. 이건 리뷰에 실린 자료라 원본 녹음과 표본 정보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6-4. 이마의 “제3의 눈”은 없어요

일부 도마뱀은 정수리에 두정안(parietal eye)이라는 작은 감광 기관을 가지고 있어요. 진짜 상을 맺지는 못하지만 빛의 밝기와 주기를 감지해서 체온 조절이나 생체 리듬에 관여하는, 흔히 “제3의 눈”이라고 불리는 기관이죠. 이구아나나 아놀 같은 종의 정수리를 보면 작은 반점처럼 보여요.

게코류에서는 이 두정안이 없다고 알려져 있고, 두개골에 그 구멍(두정공)도 확인되지 않아요. 다만 여기서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해요. 두정안(제3의 눈)이 없는 것과 송과체(pineal, 멜라토닌을 만드는 뇌 속 내분비 기관) 자체가 없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게코류 전체가 두정 기관을 통째로 잃었다고 넓혀 말할 근거는 없고, 크레 개체를 직접 확인한 자료도 찾지 못했어요.

7. 피부와 비늘: 벨벳 같은 촉감의 정체

크레를 손에 올려 본 분은 알 텐데, 피부가 매끈하다기보다 벨벳이나 스웨이드 같은 느낌이에요. 그 피부를 덮고 있는 것이 과립상(granular) 비늘이에요.

전문적으로는 “등 비늘이 과립상이고 대체로 균질하며 큰 판상 비늘이 없다”고 기재돼요. 쉽게 말하면 뱀이나 도마뱀에서 흔히 보는 기왓장처럼 겹치는 큰 비늘이 아니라, 좁쌀 같은 작은 알갱이 비늘이 촘촘하게 깔려 있다는 뜻이에요. 큰 비늘이 광택을 내며 반짝이는 표면이 아니고, 실제로 만져 보면 벨벳처럼 느껴져요.

크레 등면 확대 사진. 밝은 색 등면과 어두운 옆면의 경계를 따라 뾰족한 비늘이 줄지어 서 있고, 피부 전체가 좁쌀 같은 알갱이 비늘로 덮여 있다
다시 보는 저희 집 쿼드의 등 가장자리 확대 사진이에요. 알갱이 비늘 사이로 솟은 비늘 줄이 등면과 옆면의 경계를 정확히 따라가요. 이 자리가 앞에서 이야기한 핀스트라이프의 무대예요

피부 자체는 층으로 되어 있어요. 유린류(도마뱀과 뱀 무리)의 표피는 한 벌이 여러 층으로 겹친 구조이고, 탈피가 가까워지면 헌 한 벌과 새 한 벌이 위아래로 겹쳐 있게 돼요. 아래 표는 그 한 벌을 바깥에서 안쪽 순서로 적은 거예요. 유린류 일반의 기재이지 크레를 직접 조사한 결과가 아니고, 층을 몇 개로 나누고 각각을 뭐라고 부를지는 자료마다 조금씩 달라요.

층 한 벌 안에서의 위치 역할
오버호이첸(Oberhäutchen) 가장 바깥 표면 미세 무늬를 만드는 얇은 층
β-케라틴층 그 아래 단단하고 질긴 층
중간층(mesos layer) 그 아래 β층과 α층 사이의 얇은 층
α-케라틴층 그 아래 유연한 층
투명층(clear layer) 가장 안쪽 아래에 놓인 새 한 벌의 오버호이첸과 맞닿는 면이에요
배아층(stratum germinativum) 표피 맨 아래(한 벌에 속하지 않음) 새 표피 한 벌을 통째로 만들어 내는 공장

탈피(ecdysis)는 이 구조 덕분에 일어나요. 안쪽에서 새 표피 한 벌이 통째로 만들어진 다음, 헌 한 벌의 가장 안쪽인 투명층과 새 한 벌의 가장 바깥인 오버호이첸 사이가 갈라지면서 헌 껍질이 통째로 벗겨져요. 갈라짐이 층 하나 안에서가 아니라 표피 한 벌과 한 벌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게 핵심이에요. 뱀은 대체로 한 장으로 벗지만 도마뱀은 조각으로 벗는 종이 많아요. 크레도 조각조각 벗고, 벗긴 껍질을 대개 먹어 치워요.

비늘에는 감각기관도 있어요. 이건 크레가 아니라 게코 여러 종의 비늘을 조사한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이에요. 게코 비늘 표면에는 솟은 단추(button) 모양 구조가 있고, 그 위에 8-12µm 길이의 털 같은 돌기가 서너 개씩 나 있으며 주변에 2-4µm짜리 짧은 돌기 밭이 깔려 있어요. 입술, 발가락, 꼬리 비늘에 특히 빽빽해요. 촉각 수용기로 봐요. 쉽게 말하면 비늘 표면 곳곳에 아주 작은 더듬이 같은 감각 구조가 분포하는 셈이에요. 어두운 곳에서 더듬거리듯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법한 구조지만, 크레의 이런 행동과 이 감각기관을 직접 이어 붙여 확인한 연구를 찾은 건 아니니 여기서는 구조가 있다는 데까지만 말해 둘게요.

색은 진피(피부 안쪽 층)에 층층이 쌓인 색소세포가 만들어요.

세포 담당 원리
에리트로포어·잔토포어 붉은색·노란색 색소 알갱이가 빛을 흡수하고 남은 색을 보여줌
이리도포어 흰색·파란색·광택 구아닌 결정판이 빛을 반사하고 간섭시킴(구조색)
멜라노포어 검정·갈색 멜라닌이 빛을 흡수해 바탕을 어둡게 만듦

이 세 층이 위에서부터 어떤 순서로 쌓이느냐에 따라 같은 색소로도 다른 색이 나와요. 토케이게코 연구에서는 몸의 붉은 부위는 표층 에리트로포어 아래에 이리도포어가 있고, 파란 부위는 에리트로포어 없이 이리도포어가 최상층에 있는 배치가 확인됐어요. 크레의 색과 모프가 이 층 구조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기초 유전학 글의 “색을 만드는 세포들” 부분에서 더 다뤘어요.

참고로 골편(osteoderm), 그러니까 피부 속에 박히는 작은 뼛조각은 게코 중에서는 Tarentola, Gekko, Geckolepis 세 속에서 보고돼 있어요(2020년에 나온 게코 골편 종합 기준이고, 조사가 쌓이면 목록은 늘어날 수 있어요). 크레가 속한 Diplodactylidae 과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어요. “크레에는 없다”고 직접 진술한 문헌을 찾은 건 아니어서, 여기서는 “보고된 바 없다”까지만 말해 둘게요.

8. 몸속으로: 알려진 것과, 놀랄 만큼 안 알려진 것

이제 몸속으로 들어가요. 그런데 미리 말씀드릴게요. 이 절은 대부분 “다른 게코에서는 이렇더라”예요. 크레를 해부해서 내부 장기를 기재한 자료를 찾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어느 종에서 밝혀진 것인지를 계속 밝히면서 갈게요.

8-1. 골격

게코 무리는 유형성숙(paedomorphic)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유형성숙이란 어린 시절의 특징을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지니는 현상이에요. 조사된 게코들에서 척추뼈가 앞뒤 양쪽이 오목한 양요형이고 척삭(발생 초기에 몸의 중심축을 잡아 주는 막대 구조)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두개골 골화가 덜 진행되고 두정골이 좌우 한 쌍으로 남는 것 등이 그런 특징으로 꼽혀요. 게코 전체가 예외 없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 무리 전반에서 흔히 보이는 경향으로 읽어 주세요. 쉽게 말하면 다 커서도 어린 시절 골격의 특징을 상당 부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뜻이에요.

몸통 척추 개수는 어떨까요. 파충류 전체로 보면 종에 따라 8-50개로 폭이 넓고, 육상 파충류 대다수는 천추(골반과 붙는 척추) 앞쪽 척추가 23-26개, 천추가 2-3개예요. 그런데 크레의 몸통 척추 개수와 늑골 개수를 적은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꼬리 쪽은 마이크로 CT 연구가 27개라고 적어 뒀는데, 정작 몸통 쪽 숫자는 공표되지 않은 셈이에요. 크레 두개골이나 전신 골격을 기재한 문헌도 찾지 못했어요.

8-2. 호흡

크레가 속한 Diplodactylidae 과에서 폐를 자세히 조사한 자료 중 크레와 가장 가까운 건 뉴칼레도니아 자이언트 게코(Rhacodactylus leachianus) 연구예요. 같은 뉴칼레도니아 게코이고 연구자도 겹쳐요.

항목 리치아누스에서 확인된 것
폐 구조 좌우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단방(single-chambered) 폐 두 개
폐 용적 27.2 ml/100g (토케이게코와 비슷한 수준)
가스교환 조직 폐 전체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
실질 단위(ediculae) 지름 약 2mm로 매우 큼. 폐 가운데가 가장 깊고 뒤쪽이 얕음

사람 폐가 아주 작은 폐포 수억 개로 잘게 쪼개진 스펀지라면, 이 게코의 폐는 훨씬 큰 방들이 성글게 배열된 구조예요. 포유류보다 대사율과 산소 요구량이 낮은 파충류의 몸에 맞는 설계로 읽히는데, 인용한 연구가 형태를 기재한 것이지 그 인과를 검증한 건 아니라는 점은 함께 봐 주세요.

공기가 지나는 길은 콧구멍에서 시작해 비강, 후비공, 입안과 인두 공간, 성문(glottis)과 후두, 기관, 좌우 기관지 순서예요. 그리고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어요. 도마뱀에는 포유류와 같은 횡격막이 없어요. 사람은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가슴 안쪽을 음압으로 만들어 숨을 들이쉬는데, 게코는 갈비뼈와 몸통 근육을 움직여서 환기해요. 크레가 숨 쉴 때 옆구리가 오르내리는 게 그거예요.

8-3. 순환

파충류 심장은 흔히 “3방 심장”이라고 불려요. 심방이 둘, 심실이 하나라는 뜻이죠. 그런데 여기서 흔히 따라붙는 “그래서 산소가 많은 피와 적은 피가 다 섞인다”는 설명은 지나친 단순화예요.

도마뱀의 심실은 완전히 막힌 두 개의 방은 아니지만, 안쪽이 cavum arteriosum, cavum venosum, cavum pulmonale라는 세 구역으로 기능적으로 나뉘어 있어요. 심장이 뛰는 타이밍과 각 구역의 압력 차이 덕분에, 폐에서 온 산소 많은 피와 몸에서 돌아온 산소 적은 피가 상당 부분 갈라져서 각각 갈 곳으로 가요. 쉽게 말하면 심실을 완전히 둘로 가르는 벽은 없어도, 안쪽의 근육 융기와 구획, 그리고 압력 차이로 물길을 상당 부분 나눠 흐르게 하는 설계예요.

그 밖에 파충류 순환계의 특징으로 신장문맥계와 간문맥계가 있어요. 문맥계란 정맥의 피가 심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특정 장기를 한 번 거쳐 가는 회로예요. 뒷다리에 약물을 주사하면 신장을 먼저 통과해 버리는 문제가 파충류 임상에서 논의되는 이유가 이 구조 때문이에요. 다만 이건 수의사가 임상에서 따지는 문제이지 사육자가 판단할 일이 아니에요. 약물의 종류와 동물의 종, 개체의 생리 상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고 실제 영향이 얼마나 큰지도 논쟁이 있는 주제예요. 투약과 주사는 파충류 진료가 가능한 수의사에게 맡기시고, 여기 적힌 해부학 이야기로 주사 부위를 직접 정하지 마세요.

8-4. 소화

도마뱀 일반에서 소화관은 식도, 위, 소장, 대장, 총배설강으로 이어지는 익숙한 구조이고 간과 담낭도 있어요. 다만 이 구성을 크레에서 직접 기재한 자료는 찾지 못했으니, 크레도 이 큰 틀을 따를 것이라는 추정까지만 해 두는 게 정확해요.

여기서 한 가지 흔한 일반화를 조심해야 해요. “파충류는 육식성이라 소화관이 짧다”는 설명을 크레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돼요. 크레는 곤충만 먹는 종이 아니라 과일과 곤충을 함께 먹는 잡식 경향이 있다고 여겨져요. 다만 크레 자신을 대상으로 한 야생 위 내용물·분변 분석 연구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어요. 흔히 인용되는 Bauer와 Sadlier의 1994년 위·장 내용물 연구도 크레가 아니라 가고일게코(Rhacodactylus auriculatus) 21개체를 대상으로 했어요. 식물성 물질은 3개체에서 나왔고, 직접 확인된 것은 잎 조각 1개와 꽃밥 14개, 수술 20개예요. 저자들은 잎 조각은 우발적으로 삼켰을 수 있지만 꽃 조직은 의도적으로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어요. 꽃가루는 직접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위에서 나온 젤라틴성 덩어리가 부분적으로 소화된 꽃가루일 가능성만 제시됐어요. 꽃꿀과 과일도 이 연구의 위·장 내용물에서 확인되지 않았어요. 가고일게코의 수액 섭취는 별도의 Snyder 2007년 야외 연구에서 성체 암컷 한 마리가 3일 밤에 걸쳐 먹는 모습이 직접 관찰된 결과예요. 두 자료 모두 가고일게코 자료이므로, 사육 크레가 곤충과 과일을 먹는다는 관찰과 함께 크레도 비슷할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는 근연종 비교 근거일 뿐이에요. 사육에서 과일 기반 파우더 사료를 주식으로 쓰는 것도 이런 잡식 경향을 전제로 한 관행이고요. 그런 식성에 맞는 소화관 형태가 어떤지는 크레에서 조사된 자료가 없어요. 간이 몇 엽인지, 위의 형태가 어떤지 같은 세부도 크레 확인 자료가 없어서 여기서는 단정하지 않을게요.

크레의 장 속 세균에 대해서는 크레 분변에서 살모넬라가 나왔어요에서 다룬 적이 있어요.

8-5. 비뇨와 총배설강

신장은 좌우 하나씩 있고, 도마뱀에서는 몸통 뒤쪽 골반 부근에 자리해요. 요관은 방광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고 총배설강으로 열려요. 많은 도마뱀이 얇은 벽의 방광을 가지고 있지만, 소변이 방광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총배설강을 거쳐 방광으로 들어가는 구조예요. 방광이 없는 종은 대장 끝에 소변을 담아 둬요. 크레에게 방광이 있는지 명시한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한 가지 덧붙이면, 일부 게코와 스킨크, 이구아나류의 수컷은 신장 세관 일부에 성적 이형 구간이 발달해요. 번식기에 이 구간이 부풀어 정액 성분을 보태고, 종에 따라서는 색까지 달라져요. 진료 현장에서 병변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알려진 정상 변화예요. 이것도 도마뱀 일반 자료의 이야기이고 크레에서 확인된 건 아니에요.

노폐물은 사람처럼 요소가 아니라 요산(uric acid) 형태로 배출해요. 크레 배설물에 붙어 나오는 하얀 덩어리가 그거예요. 정확히는 순수한 요산 덩어리라기보다 요산염(urate)을 주성분으로 하는 흰 배설물이고, 수분과 다른 성분도 함께 섞여 있어요. 요산은 물에 거의 녹지 않아서 물을 아주 적게 쓰고 질소를 버릴 수 있어요. 물이 귀한 환경에서 유리한 방식이에요.

도마뱀의 총배설강 안쪽은 일반적으로 세 구획으로 나뉘어요. 크레에서 이 구획을 직접 기재한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기본 구성은 이래요.

구획 무엇이 들어오나
분변방(coprodeum) 대장에서 온 대변
비뇨생식방(urodeum) 요관에서 온 소변, 생식관에서 온 정자나 알
배출방(proctodeum) 위 두 곳의 내용물이 모여 바깥으로 나가는 마지막 방

그러니까 앞에서 구분한 대로, 밖에서 보이는 총배설강구는 마지막 출구일 뿐이고 도마뱀 일반에서 총배설강 자체는 안쪽에 세 구획을 둔 합류 지점이에요.

8-6. 생식: 반음경과 난관

수컷의 반음경(hemipenis)은 좌우 하나씩 두 개예요. 평소에는 꼬리 기부 안쪽에 장갑 손가락을 뒤집어 넣듯 뒤집힌(inverted) 채로 주머니에 수납돼 있고, 견인근이 잡아당겨 그 상태를 유지해요. 암수 구분 절에서 릴리의 꼬리 기부가 좌우로 볼록해 보였던 것도 안쪽에 수납된 반음경과 그 둘레 조직 때문이에요. 그 사진을 다시 볼게요.

수컷 크레의 총배설강 부위 확대 사진. 꼬리 기부 양쪽이 좌우 대칭으로 볼록하게 부풀어 있다
다시 보는 릴리(수컷)예요. 꼬리 기부의 좌우 융기 안쪽에 반음경이 하나씩 뒤집힌 채로 들어 있어요

교미할 때는 근육 수축과 체액 압력으로 장갑 손가락을 뒤집듯 밖으로 뒤집혀(eversion) 나와요. 표면에는 정자 홈(sulcus spermaticus)이 있어서 정자가 그 홈을 따라 흘러가요. 관이 아니라 홈이라는 게 포유류와 다른 점이에요. 교미가 끝나면 견인근이 다시 끌어들여요.

게코의 반음경 한쪽이 밖으로 나온 상태의 사진
반음경이 밖으로 뒤집혀 나온 상태예요. 좌우 두 개가 있고 교미 때는 한 번에 한쪽만 써요. 사진: Hexasoft, CC BY 2.5

두 개지만 교미할 때는 한 번에 한쪽만 써요.

암컷 쪽은 좌우 난관이 있고, 게코의 난관은 네 부위로 나뉘어요.

부위 역할
누두부(infundibulum) 배란된 난자를 받아들이는 깔때기
자궁관(uterine tube) 정자를 저장하는 구간
자궁(uterus) 난각(알 껍데기)을 만드는 구간
질(vagina) 총배설강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구간

눈여겨볼 건 두 번째 칸이에요. 다른 게코를 조사한 연구에서 자궁관에 정자를 저장해 두는 구조가 확인됐거든요. 브리딩을 해 보신 분들이 “합사를 끊었는데도 계속 알을 낳는다”고 하는 현상도 이와 비슷하게 설명될 가능성이 있어요. 다만 크레의 난관을 직접 조사해 정자 저장을 확인한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그러니 “크레는 이 구조 때문에 그렇다”가 아니라 “게코에서 알려진 구조로 설명될 만하다”까지만 말해 둘게요.

알 껍데기가 만들어지는 순서도 조사돼 있는데, 이건 크레가 아니라 다른 도마뱀(Sceloporus woodi)을 대상으로 한 연구예요. 그 종에서는 배란 후 24시간 안에 자궁의 샘이 난각막 섬유를 분비해 알을 감싸고, 칼슘 침착은 배란 3일 뒤부터 산란할 때까지 이어져요. 여러 알에 동시에 진행돼요. 크레의 산란 일정이 이 시간표와 똑같다는 뜻은 아니고, 알 껍데기를 만드는 데 칼슘이 짧은 기간에 많이 필요하다는 큰 그림을 보여 주는 자료로 읽어 주세요. 앞에서 본 칼슘낭 이야기가 여기서 이어져요. 크레도 보통 한 배에 알 두 개를 낳고 시즌 중 반복해서 산란하니, 칼슘 수요가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몸인 셈이에요.

8-7. 지방체, 그리고 꼬리에 대한 오해

도마뱀을 비롯한 여러 파충류에는 복강 안에 지방체(fat body)라는 뚜렷한 지방 저장 조직이 따로 있어요. 뱃속 정해진 자리에 지방 덩어리를 모아 두고 필요할 때 쓰는 구조예요. 다만 파충류가 지방을 여기에만 두는 건 아니어서, 간처럼 다른 조직에도 지방이 쌓여요. 지방체는 그중 눈에 가장 잘 띄는 주요 저장소라고 이해하면 돼요.

여기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레오파드게코는 꼬리에 지방을 저장하는데 크레는 아니다”인데, 저는 이걸 뒷받침하는 학술 출처를 확보하지 못했어요. 사육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설명이고 꼬리 모양만 봐도 그럴듯하지만, 여기서는 확인된 사실로 적지 않을게요.

8-8. 사실 게코의 뱃속은 살아 있는 상태로 보기가 어려워요

이 절을 이렇게 마무리하는 게 정직할 것 같아요. 작은 게코의 내부 장기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빠짐없이 확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레오파드게코를 초음파로 촬영해 정상 해부 구조를 정리한 연구가 있는데, 결과가 이랬어요.

초음파로 보인 것 초음파로 보이지 않은 것
폐의 배쪽면, 간, 담낭, 후대정맥, 문맥, 배쪽 복벽정맥, 대동맥, 난포, 지방체, 꼬리, 뇌 심장, 신장, 방광, 비장, 췌장

폐 안의 공기가 초음파를 튕겨 내는 것, 몸이 작은 것, 장기의 위치와 크기 같은 조건이 겹쳐 그 연구의 검사 조건에서는 중요한 장기 여럿이 화면에 안 잡힌 거예요. 장비와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지만, 작은 게코의 속을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빠짐없이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보여 주는 결과예요. 그리고 크레를 대상으로 한 영상의학이나 부검 해부 자료는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정리하면, 크레 몸속에 대해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적어요.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
크레에게 방광이 있는지 명시한 자료
크레 꼬리가 지방 저장 기관이 아니라는 학술 근거
Diplodactylidae 과에 골편이 없다는 직접 진술
총배설강 돌기의 해부학적 실체와 기능
볏의 기능(위장인지, 감각인지, 성 선택인지)에 대한 검증된 가설
크레 두개골과 전신 골격을 기재한 문헌
크레 성체의 내부 장기 위치를 보여 주는 영상의학 자료
크레의 몸통 척추와 늑골 개수

인기 있는 반려 도마뱀인데도 이래요. 앞으로 채워질 자리가 이렇게나 많다는 뜻이기도 해요.

마무리

한 마리의 크레 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눈 위의 가시 비늘이 종의 이름을 만들었고, 등 가장자리의 솟은 비늘 줄이 브리더들이 수십 년간 골라 온 핀스트라이프의 무대였고, 꼬리 끝에는 발가락과 같은 설계로 만들어진 접착판이 달려 있고, 입천장 안쪽에는 속귀의 내림프 공간이 두개강 밖으로 늘어나 만들어진 칼슘 창고가 들어 있어요.

그리고 동시에, 모르는 것도 많아요. 크레의 몸통에 척추가 몇 개인지, 방광이 있는지, 볏이 대체 무엇에 쓰이는지조차 아직 확실한 답이 없어요.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사육되는 도마뱀 중 하나인데도요.

다음에 크레를 손에 올리게 되면, 손바닥에 닿는 벨벳 같은 감촉이 좁쌀 같은 알갱이 비늘이고, 다른 게코에서 확인된 것처럼 그 비늘 표면에도 아주 작은 더듬이 같은 감각 구조가 분포할 수 있고, 발바닥의 수많은 미세한 털이 여러분의 피부 표면에 촘촘히 밀착해 있다는 걸 떠올려 보세요. 조금 다르게 보일 거예요.

참고 자료

크레를 직접 다룬 학술 자료

  • Bauer, A. M., Jackman, T. R., Sadlier, R. A. & Whitaker, A. H. (2012). Revision of the giant geckos of New Caledonia (Reptilia: Diplodactylidae: Rhacodactylus). Zootaxa 3404: 1-52. 전문 PDF · 속 진단 처리본(Zenodo)
  • Griffing, A. H., Bauer, A. M., Higham, T. E. et al. (2021). And thereby hangs a tail: morphology, developmental patterns and biomechanics of the adhesive tails of crested geckos (Correlophus ciliatu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8: 20210650. 원문
  • Gumangan et al. (2024). Chromosome-level genome assembly of the crested gecko. GigaByte. PMC
  • Russell, A. P. & Bauer, A. M. (2021). Vocalization by extant nonavian reptiles. The Anatomical Record. 원문
  • Reptile Database: Correlophus ciliatus

게코·도마뱀 일반 자료

  • Bauer, A. M. & Sadlier, R. A. (1994). Diet of the New Caledonian gecko Rhacodactylus auriculatus (Squamata, Gekkonidae). Russian Journal of Herpetology 1(2): 108-113. 원문 PDF
  • Snyder, J. P. (2007). The Autecology of Rhacodactylus auriculatus. Villanova University 석사학위논문. 원문 PDF
  • Perry, S. F., Bauer, A. M., Russell, A. P., Alston, J. T. & Maloney, J. E. (1989). Lungs of the gecko Rhacodactylus leachianus. Journal of Morphology 199: 23-40. 원문
  • Herrel, A., De Vree, F., Delheusy, V. & Gans, C. (1999). Cranial kinesis in gekkonid lizards.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2: 3687-3698. 원문
  • In Vivo Measurement of Mesokinesis in Gekko gecko: The Role of Cranial Kinesis during Gape Display, Feeding and Biting (2015). PLOS ONE. 원문
  • Higham, T. E., Zhuang, M. V. & Russell, A. P. (2021). Ankle structure of the Tokay gecko. Journal of Anatomy. PMC
  • Descriptive and functional anatomy of the digital vascular system of the tokay, Gekko gecko (2018). PubMed
  • Bonfitto, A. et al. (2023). 게코 표피 미세구조와 감각기관. The Anatomical Record. 원문
  • 게코 피부 감각기관 형태. Breviora 576. 원문
  • 게코 광수용체 전환(transmutation) 연구. PMC
  • Roth, L. S. V. et al. The pupils and optical systems of gecko eyes. Journal of Vision. 원문
  • 레오파드게코 혀와 구강, 수분 섭취 연구. 원문
  • Abbate, F. et al. (2020). 레오파드게코 혀. Anatomia, Histologia, Embryologia. 원문
  • Nogueira, K. O. P. C. et al. (2011). 게코(Hemidactylus mabouia) 난관 구조. 원문
  • Oviductal morphology and eggshell formation in the lizard, Sceloporus woodi. PubMed
  • Cojean, O. et al. (2018). 레오파드게코 초음파 해부. Veterinary Radiology & Ultrasound. 원문
  • Laver, R. J. et al. (2020). 게코 골편. Journal of Morphology. PDF
  • 레오파드게코 발치와 치아 재형성 (2021). Frontiers in Physiology. 원문
  • 토케이게코 피부 색소세포 조직학과 미세구조. PMC
  • 도마뱀 화학감각계 진화형태학. PMC
  • 도마뱀 비뇨기 해부. WikiVet
  • 파충류 기본 해부와 생리. Veterian Key · Merck Veterinary Manual

브리더 커뮤니티·통용 자료 (부위 용어)

사진 출처

Similar Posts

7 Comments

  1. 핑백: 임시 기능 테스트: MDWriterPress 수정 재임포트 확인
  2. 핑백: 크레스티드 게코(Correlophus ciliatus), 알고 보면 파란만장한 도마뱀붙이예요
  3. 핑백: 크레 모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딱 한 번만 훑고 가는 기초 유전학
  4. 핑백: 크레의 모프와 형질 개론: 이름 60개가 각각 무엇이고,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5. 핑백: 모프가 뭐고 형질은 또 뭘까: 크레 유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6. 핑백: 이름은 아직 없지만, 우리 집 막내가 태어났어요
  7. 핑백: 크레 탈피부전 확인법과 병원 신호 | 크레 탐구생활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