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을 닮은 꼬리: 크레스티드 게코 접착꼬리의 구조와 힘을 밝힌 논문
크레(크레스티드 게코, 학명 Correlophus ciliatus)를 사육해 보신 분이라면 이 도마뱀붙이가 꼬리로 나뭇가지를 척척 감아쥐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실 거예요. 발가락 끝의 접착판은 유명하지만, 사실 꼬리 끝에도 똑같이 미세한 털(강모, seta)이 빽빽하게 나 있어서 발가락 못지않게 잘 달라붙어요. 미국 마르케트대·로욜라대(시카고)·빌라노바대·캘리포니아대(리버사이드) 공동 연구팀(Griffing, Sanger, Epperlein, Bauer, Cobos, Higham, Naylor, Gamble)이 이 “접착꼬리(adhesive tail pad)”의 구조와 발생 과정, 그리고 얼마나 센 힘으로 매달릴 수 있는지를 정밀하게 측정한 논문을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2021년 발표했어요. 이 글에서 그 내용을 자세히 풀어드릴게요.

발가락은 유명한데, 꼬리는 120년 넘게 방치돼 있었다
게코와 아놀도마뱀(Anolis)의 발가락 접착판(발가락 끝의 비늘 같은 흡착 구조, 스캔서·라멜라)은 자연 다큐멘터리에도 자주 나올 만큼 잘 알려져 있고 연구도 많이 됐어요. 반면 꼬리 끝에 붙는 힘이 있는 “접착꼬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데, 놀랍게도 전체 게코 중 21개 속에서만 발견되는 흔치 않은 구조예요. 1899년에 처음 학계에 보고됐을 만큼 존재 자체는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이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접착꼬리가 실제로 얼마나 센 힘을 내는지, 배아 시절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제대로 측정하거나 기술한 적이 없었어요.
연구팀이 이 논문에서 답하려 한 질문은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크레 접착꼬리의 해부학적·미세구조적 특징은 무엇인가. 둘째, 발가락 접착판과 비교했을 때 기능적으로(얼마나 세게 붙잡는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셋째, 접착꼬리가 발가락 접착판과 상동기관(같은 발생학적 뿌리에서 나온 반복 구조)인지를 확인하는 것이에요.

꼬리 끝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연구팀은 성체와 태아 표본의 꼬리·발을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촬영하고, 컴퓨터단층촬영(μCT)으로 뼈대를, 조직 염색으로 속살을 들여다봤어요. 아래 사진이 그 결과 중 하나예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크레의 꼬리는 27개의 양쪽이 오목한(amphicoelous) 미추골로 이뤄져 있고, 몸에서 가까운 8번째 척추뼈까지만 자절면(꼬리가 스스로 끊어지도록 미리 나 있는 절단 예정선, autotomy plane)이 있어요. 쉽게 말하면, 꼬리 전체가 아니라 몸에 가까운 부분에만 “여기서 끊어지도록” 설계된 이음매가 있고, 접착판이 달린 꼬리 끝부분에는 그런 절단선이 아예 없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꼬리를 다치면 끝부분만 살짝 잃는 게 아니라 몸에 가까운 쪽에서 크게 끊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강모 밭(setal field)은 가장 먼 쪽 13-16개의 비늘(스캔서) 열에 걸쳐 있고, 몸쪽으로 갈수록 강모가 짧아지다가 결국 가지를 치지 않은 짧은 돌기(spinule)로 바뀌어요. 강모 하나하나의 평균 높이는 20.0마이크로미터(가장 긴 것은 26.6마이크로미터)였는데, 발가락 강모의 평균 높이 23.8마이크로미터(최대 32.7마이크로미터)보다 살짝 짧아요. 반대로 밀도는 꼬리 쪽이 더 높아서, 1제곱밀리미터당 꼬리는 약 32,950개, 발가락은 약 30,000개의 강모가 나 있어요. 핵심 수치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 항목 | 꼬리 접착판 | 발가락 접착판 |
|---|---|---|
| 강모 평균 높이 | 20.0 µm (최대 26.6 µm) | 23.8 µm (최대 32.7 µm) |
| 강모 밀도(1mm²당) | 약 32,950개 | 약 30,000개 |
| 실측 접착력 범위 | 0.22-1.19 N | 1.33-8.12 N |
| 몸무게 대비 접착력 스케일링 지수 | mass0.97 | mass1.04 |
| 몸길이(SVL) 대비 접착판 면적 스케일링 | SVL1.54(음의 상대성장) | SVL1.88(등척적) |
연구팀은 크레 접착판이 다른 뉴칼레도니아산 근연 게코들과 비교해도 유독 강모가 촘촘하고, 강모 끝이 넓게 갈라져 있다는 점도 확인했어요. 가까운 근연종인 Correlophus sarasinorum보다 강모 끝 너비가 2-3배나 넓었어요. 보통은 몸집이 큰 게코일수록 강모가 성기고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다른 게코속 연구에서 확인된 패턴), 크레는 몸집에 비해 유난히 촘촘하고 넓게 갈라진 강모를 갖고 있었어요. 연구팀은 이 특징이 크레의 접착력이 유독 강한 이유일 수 있다고 봤어요.
얼마나 세게 붙잡을 수 있을까: 실제로 당겨서 측정했다

연구팀은 크레 10마리(몸무게 6.0-41.3그램 범위)를 대상으로, 접착판을 깨끗한 아크릴판 위에 붙인 채로 힘측정계(force gauge)를 연결해 서서히 잡아당겨서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순간의 힘(뉴턴, N)을 측정했어요. 꼬리는 정확한 측정을 위해 대부분 자절(스스로 끊어냄, autotomy)시킨 뒤 따로 측정했고, 앞다리는 살아있는 개체에서 측정했어요.
결과를 보면 앞다리(한쪽) 접착력은 1.33N부터 8.12N까지 나왔고, 몸집이 클수록 세졌으며(상관도 매우 높음, r²=0.95), 몸무게에 거의 비례해서(스케일링 지수 mass1.04) 커졌어요. 꼬리 접착력은 0.22N부터 1.19N까지로 앞다리보다는 약했지만, 역시 몸무게에 거의 비례해서(mass0.97) 커졌어요(r²=0.88). 때로는 꼬리 하나의 접착력이 발가락 하나가 내는 힘의 최대 80.2퍼센트에 달하기도 했어요.
연구팀은 “안전계수(safety factor)”라는 지표도 계산했어요. 전문적으로는 꼬리가 낼 수 있는 최대 접착력을 그 개체 몸무게가 만드는 중력과 비교한 비율인데, 쉽게 말하면 “꼬리 하나로 자기 몸무게의 몇 배까지 버틸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숫자예요. 이 값이 1보다 크면 꼬리만으로 온몸을 매달 수 있다는 뜻인데, 크레의 안전계수는 작게는 2.45배(가장 큰 개체), 크게는 5.57배(중간 크기 개체)로 모든 개체가 1을 훌쩍 넘었어요. 즉 크레는 나뭇가지에 꼬리만 걸고 거꾸로 매달려도 충분히 버틸 수 있고, 최댓값 기준으로는 꼬리 하나가 이론적으로 크레 다섯 마리 몫의 무게까지 버틸 수 있는 셈이에요.
비교하자면, 크레의 발가락 접착력은 게코 중에서도 손꼽히게 강한 축인데, 지금까지 측정된 게코 중에는 토케이 게코(Gekko gecko)만 크레보다 강한 접착력을 낸다고 알려져 있어요. 꼬리만 놓고 봐도, 크레 꼬리 하나가 내는 힘(최대 1.19N)은 발가락 접착 연구로 유명한 아놀도마뱀 한 마리가 앞다리 하나로 내는 힘보다 자주 더 셌어요(연구팀이 비교한 아놀도마뱀 두 종은 양쪽 앞다리를 합쳐도 각각 1.3-1.5N 정도밖에 안 나옵니다). 다만 카멜레온처럼 꼬리로 자기 몸무게의 최대 35배까지 움켜쥐는 힘(grip force)을 내는 동물에 비하면 크레는 아직 한참 못 미쳐요. 카멜레온 꼬리의 그 수치는 접착이 아니라 순전히 감아쥐는 근력만으로 낸 값이라, 표면에 들러붙는 크레의 ‘접착’ 방식과는 결이 다른 비교이긴 하지만요.
몸길이(SVL) 대비 접착판 면적을 보면 발가락은 등척적(isometric)으로, 즉 몸이 커지는 비율과 거의 같은 비율로 커지는데(SVL1.88, 등척 기대값은 SVL²), 꼬리는 음의 상대성장(negative allometry, SVL1.54)을 보였어요. 쉽게 말하면 몸이 커질수록 꼬리 접착판은 발가락 접착판만큼 비례해서 커지지 않는다는 뜻인데, 뒤집어 보면 몸집이 작은 어린 개체일수록 상대적으로 꼬리 접착판이 더 크다는 의미예요. 연구팀은 이 결과가 어린 개체일수록 이동할 때 꼬리에 더 의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봤어요(다만 야생에서 실제로 그런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어요).
배아에서부터 발가락과 똑같이 자란다: 꼬리는 ‘늦게 생긴 발가락’이었다
연구팀은 크레 배아 286개를 수집해 발생 단계별 표본 계열(staging series)을 처음으로 만들었어요(이 게코 계통 전체를 통틀어 최초 사례예요). 그리고 접착꼬리가 없는 근연 게코인 도둑게코(Lepidodactylus lugubris, 암컷 혼자 알을 낳아 번식하는 처녀생식 게코)의 꼬리 발생 과정과 나란히 비교했어요.
크레의 발가락 접착판은 배아 36단계(발가락 사이 물갈퀴가 줄어들기 시작한 직후)에 발달을 시작해요. 처음엔 발가락 끝 넓은 부분에 4개의 줄(scansorial ridge)이 생기고, 이후 몸쪽으로 더 많은 줄이 추가되면서 옆으로도 넓어지다가 42단계에 완성돼요.
흥미로운 점은 꼬리 접착판이 발가락 접착판 발달이 시작되자마자 거의 같은 시점에 발달을 시작한다는 거예요.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36단계: 꼬리 아래쪽을 따라 고랑(subcaudal sulcus)이 생기고(다른 프리헨자일 테일 게코에서도 확인되는, 커진 하축근육다발과 관련된 구조), 꼬리 끝이 옆으로 살짝 넓어지기 시작해요.
- 36단계 중반: 꼬리 끝 넓은 부분에 큰 옆줄들이 생기고, 이후 몸쪽으로 새 줄들이 추가돼요.
- 38단계: 이 줄들이 여러 개의 작은 단위로 잘게 나뉘기 시작해요. 연구팀은 이 과정을 “과립화(granularization)”라고 이름 붙였는데, 발가락 발달에서는 볼 수 없는 꼬리 접착판만의 독특한 단계예요.
- 39단계: 꼬리 끝이 옆으로 더 넓어지면서 주걱(spatulate) 모양이 돼요.
- 42단계: 꼬리 접착판 발달이 완료돼요.
반면 접착 기능이 없는 도둑게코 꼬리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자라요. 고랑도 안 생기고, 39단계에 가서야 꼬리 전체 둘레를 감싸는 고리 모양 비늘 줄 8개 정도가 한꺼번에 동시에 생기고, 40단계에 그 사이사이로 더 많은 고리가 채워진 뒤 41단계에 과립화돼요.
즉 크레는 “접착판이 있는 발가락”을 만드는 발생 프로그램이 진화 과정에서 꼬리 끝에도 그대로 옮겨붙어서(연구팀은 이를 호메오시스, homeosis라고 표현해요. 쉽게 말하면 원래 한 부위에서 쓰이던 발생 설계도가 다른 부위에서도 재활용되는 현상이에요) 발가락과 거의 같은 순서로 발달하는 꼬리 접착판을 만들어낸 셈이에요. 이 결과는 1998년 Bauer가 처음 제기했던 가설, 즉 “접착꼬리는 발가락 접착판의 상동기관(serial homologue)이다”라는 가설을 배아 발생 데이터로 처음 뒷받침한 사례예요. 상동기관이란 같은 생물 안에서 같은 발생학적 설계를 공유하는 반복 구조를 뜻하는데, 척추동물의 앞다리와 뒷다리 관계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워요.
사육자에게 주는 시사점
첫째, 크레 사육장에 굵고 튼튼한 가지나 나뭇가지 모양 장식을 넣어주는 게 왜 중요한지 이 논문이 숫자로 보여줘요. 크레는 꼬리 하나만으로도 자기 몸무게의 최소 2.45배, 많게는 5배 넘게 버틸 수 있을 만큼 접착력과 감아쥐는 힘이 강해서, 입체적인 사육장 환경(가지·코르크 조각·인공 덩굴 등)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신체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둘째, 이 논문은 크레 꼬리가 몸에 가까운 8번째 척추뼈까지만 스스로 끊어지는 절단선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꼬리 끝쪽(접착판이 있는 부분)에는 절단선이 아예 없어서, 꼬리를 다치면 끝부분만 살짝 잃는 게 아니라 몸에 가까운 쪽에서 크게 끊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에요. 지난 글에서 다뤘듯 크레는 다른 대부분의 게코, 심지어 가까운 근연종인 C. sarasinorum과도 다르게 한번 끊어진 꼬리가 평생 다시 자라지 않아요. 이 논문도 결론에서 같은 사실을 다시 확인하면서, 이렇게 정교하고 강력한 접착꼬리를 갖고도 재생이 안 된다는 점을 “역설적(paradoxical)”이라고 표현했어요. 스트레스나 거친 핸들링으로 꼬리 자절을 유발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한번 잃으면 이 정교한 접착판은 영영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셋째, 어린 개체일수록 몸집 대비 꼬리 접착판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결과는, 아직 발가락 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어린 크레들이 꼬리를 이동 보조 수단으로 더 적극적으로 쓸 가능성을 보여줘요. 새끼나 어린 개체를 다룰 때 꼬리로 손가락이나 나뭇가지를 자꾸 감아쥐려는 행동을 보인다면, 이건 게으름이나 불안이 아니라 이 종의 정상적이고 진화적으로 뒷받침된 습성이라는 걸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글은 아래 원 논문을 직접 읽고 참고문헌까지 확인해서 정리했어요.
출처: Griffing AH, Sanger TJ, Epperlein L, Bauer AM, Cobos A, Higham TE, Naylor E, Gamble T. “And thereby hangs a tail: morphology, developmental patterns and biomechanics of the adhesive tails of crested geckos (Correlophus ciliatu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021;288:20210650. https://doi.org/10.1098/rspb.2021.0650
본문의 그림(Fig. 1a, Fig. 1b, Fig. 2a)은 위 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왔어요. 첫 사진은 Geco crestato.jpg by Fishy MP, CC BY-SA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