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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의 유전체 지도가 완성됐어요: 꼬리가 다시 안 자라는 이유를 찾아서

크레(크레스티드 게코, 학명 Correlophus ciliatus)의 유전체(게놈) 지도가 염색체 수준으로 완성됐어요. 2024년 11월, 미국 남가주대학교(USC) 정형외과·줄기세포생물학 연구팀(Gumangan, Pan, Lozito)이 학술지 Gigabyte에 발표한 논문이에요. 조립된 유전체 서열의 99.54%가 19개의 염색체 길이 조각에 담겼으니, 염색체별로 순서를 매긴 지도가 처음 나온 셈이죠. 그런데 먼저 짚어 둘 게 하나 있어요. 이 논문은 크레의 꼬리가 왜 다시 안 자라는지, 그 이유를 규명한 논문이 아니에요. 원인을 밝히는 건 앞으로의 몫이고, 이 논문이 한 일은 그 연구를 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할 지도를 먼저 그려 둔 거예요.

크레를 키우다 보면 꼬리가 톡 떨어지는 걸 본 적 있으실 거예요. 게코(도마뱀붙이)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꼬리가 어느 정도 다시 자라는데, 크레는 한번 잃은 꼬리가 평생 돌아오지 않아요. 지난 기초 편에서도 잠깐 짚었던 이 특징이 유전학자들 사이에서는 꽤 특별한 연구 소재예요. 그래서 이 지도가 반가운 거고요. 원문은 오픈 액세스로 누구나 볼 수 있고, 이 글은 그 논문을 직접 읽고 참고문헌까지 확인해서 정리한 내용이에요.

왜 하필 크레를 연구했을까

답부터 말하면, 꼬리 재생을 못 하는 게코 가운데 실험실에서 다루기 좋은 조건을 유독 크레가 두루 갖췄다고 논문이 봤기 때문이에요. 지구상에는 게코(도마뱀붙이)가 1,850종 넘게 있는데, 그중 꼬리 재생 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고된 종은 지금까지 14종이에요. 모든 게코의 재생 능력이 같은 수준으로 조사된 건 아니니까 “세상에 딱 14종만 그렇다”가 아니라 “지금까지 확인된 게 14종”으로 읽는 게 맞아요. 논문은 이 14종 가운데 미국·유럽 반려동물 취미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은 크레뿐이라고 썼어요. 뒤에 나오는 표를 보면 다른 종에도 유통량 등급이 붙어 있는데, 크레만 등급이 “++++++”로 다른 종(최대 “+++”)의 두 배라서 나온 표현으로 보여요. 나머지 종은 반려동물 시장에서 크레만큼 흔하게 유통되지 않아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연구팀은 크레가 꼬리 재생 상실을 연구하기에 “이상적인 모델 도마뱀(ideal model lizard)”이라고 논문에서 표현했어요. 학계가 크레를 모델 생물로 인정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 논문이 그렇게 제안했다는 뜻이에요. 쉽게 말하면 실험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얘기인데요, 사육이 쉽고(특수 조명이나 곤충 사료 없이 실온에서 잘 살아요), 번식이 계절에 안 갇혀 일 년 내내 가능하고, 무엇보다 개체 확보가 쉬워요. 게다가 크레는 꼬리 재생이 안 되는 종 중 유일하게, 재생이 되는 근연종과 교배(하이브리드)까지 가능해요. 논문이 언급한 교배 가능 근연종은 Correlophus sarasinorum, Mniarogekko chahoua(모씨게코, 흔히 ‘차오아’라고 불러요), Rhacodactylus auriculatus(가고일 게코)인데, 뒤의 두 종은 크레 다음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반려 게코예요. 재생이 되는 종과 안 되는 종을 교배시킬 수 있다는 건, 자손에서 재생 여부가 갈라져 나오고 개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재생 능력과 함께 유전되는 유전체 영역을 좁혀 볼 길이 열린다는 뜻이에요. 교배가 된다는 사실만으로 유전자 위치가 밝혀지는 건 아니고, 여기까지는 아직 앞으로의 과제예요.

표 1: 꼬리를 재생하지 못하는 게코 14종

논문은 꼬리 재생이 안 되는 게코를 아래처럼 표로 정리했어요. 그런데 본문과 표 설명에는 “14종”이라고 적어 놓고 정작 표에 실린 건 13종이에요. 논문 안에서 숫자가 어긋나 있고 빠진 한 종이 무엇인지도 밝혀 두지 않았으니, 표는 “14종 중 논문이 실어 둔 13종”으로 보시면 돼요.

종 분포 반려동물 유통량 보전 상태(IUCN)
Correlophus ciliatus (크레) 뉴칼레도니아 ++++++ 취약(Vulnerable)
Correlophus belepensis 뉴칼레도니아 자료 없음 위급(Critically Endangered)
Nephrurus amyae 호주 +++ 관심대상(Least Concern)
Nephrurus asper 호주 +++ 관심대상(Least Concern)
Nephrurus sheai 호주 ++ 관심대상(Least Concern)
Uroplatus ebenaui 마다가스카르 +++ 취약(Vulnerable)
Uroplatus fetsy 마다가스카르 자료 없음 자료 없음
Uroplatus fiera 마다가스카르 + 자료 없음
Uroplatus finaritra 마다가스카르 + 자료 없음
Uroplatus fotsivava 마다가스카르 자료 없음 자료 없음
Uroplatus kelirambo 마다가스카르 자료 없음 자료 없음
Uroplatus malama 마다가스카르 자료 없음 취약(Vulnerable)
Uroplatus phantasticus 마다가스카르 +++ 관심대상(Least Concern)

(“+”는 논문이 매긴 반려동물 시장 유통량 등급이에요. 많을수록 흔하게 유통된다는 뜻이고, 크레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표를 보면 재생 불가 게코는 뉴칼레도니아·호주·마다가스카르 세 지역에 흩어져 있는데, 크레의 고향인 뉴칼레도니아 쪽은 크레를 뺀 나머지 종(C. belepensis)이 위급 등급일 만큼 상황이 안 좋아요.

논문 Figure 1: (A) 크레 전신, (B) 머리 가시 부위 확대, (C, D) 절단 26일 후 크레와 근연종 꼬리 비교, (E) 크레 핵형(2n=38)
출처: Gumangan et al. 2024, Gigabyte, CC BY 4.0

논문의 Figure 1이 위 사진이에요. A는 크레 전신, B는 머리 확대 사진인데 흰 화살표가 볏(head crest) 가시, 검은 화살표가 속눈썹 모양 가시를 가리켜요. 지난 기초 편에서 설명한 그 눈 위 돌기예요. C, D는 꼬리를 자른 지 26일이 지난 시점 비교인데, 왼쪽 크레는 그대로인 반면 오른쪽 근연종 C. sarasinorum은 꼬리 끝이 다시 자란 게 보여요. E는 크레의 핵형, 그러니까 염색체를 종류별로 늘어놓은 사진인데 2n=38, 즉 부모에게서 한 벌씩 받은 19쌍의 염색체를 가진다는 뜻이에요. 이 19라는 숫자를 기억해 두시면 뒤에서 다시 나와요.

유전체는 어떻게 해독했을까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연구팀은 23°C에서 두 달 동안 배양한 알에서 꺼낸 암컷 크레 배아 한 개체(부화 전 단계예요)를 통째로 갈아 DNA를 뽑았어요. 여기서 얻은 고분자량 DNA 약 100μg을 PacBio Sequel II 장비로 긴 조각(롱리드) 시퀀싱했고요(읽어낸 총량 185.8기가염기). 커버리지, 그러니까 유전체의 같은 자리를 평균 몇 번씩 읽었는지는 논문 표에 62배로 제시돼 있어요. 다만 185.8기가염기를 조립 크기 1.65기가염기로 그냥 나누면 약 113배가 나와요. 논문이 62배를 어떤 데이터 단계 기준으로 계산했는지는 밝혀 두지 않았으니, 두 숫자를 곧바로 같은 잣대로 비교하지는 마시고 원문 값 그대로 봐 주세요. 나중에 유전자를 예측할 때 쓴 RNA도 두 달 된 암컷 배아 한 개체에서 뽑았는데, DNA를 뽑은 그 개체인지 다른 개체인지는 논문에 적혀 있지 않아요. 이 조각들을 Hifiasm이라는 조립 프로그램으로 먼저 이어 붙인 다음, Dovetail Omni-C라는 별도 기법으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HiRise 프로그램으로 큰 덩어리(염색체 단위)로 다시 묶었어요.

쉽게 비유하면, 게놈 조립은 수십억 조각짜리 직소 퍼즐을 맞추는 일이에요. PacBio 롱리드는 비교적 큼직큼직한 퍼즐 조각을 주는 방법이라 이웃한 조각끼리 맞추기가 수월해요. 문제는 큰 조각들을 다 맞춰도 “이 조각 뭉치가 퍼즐 전체에서 어느 구역(염색체)에 속하는지”는 알기 어렵다는 거예요. 여기서 Dovetail Omni-C가 힌트를 줘요. 세포 안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던 DNA끼리는 서로 연결된 흔적이 많이 남는데, 이 흔적을 읽어서 “이 조각들은 같은 염색체(같은 퍼즐 구역) 소속”이라고 알려주는 거예요.

작업 중 재미있는 해프닝도 있었어요. 조립된 서열을 검사해 보니 크레 것이 아닌 방선균(Actinobacteria, 흙이나 물에 흔한 세균 무리) DNA 조각이 섞여 있었대요(콘티그 2개, 약 15Mb 분량). 이 서열이 어디서 들어왔는지는 논문이 밝히지 않았고, 크레 유전체가 아닌 오염 서열로 판정해 최종 지도에서 제외했다는 것까지가 적혀 있는 내용이에요. 반죽에 섞인 잔가시를 골라내는 것과 비슷한 정제 작업이었던 셈이에요.

논문 Figure 4: Hi-C 접촉 지도(Link Density Histogram). 대각선을 따라 나타나는 19개의 진한 사각 블록이 각각 하나의 염색체에 대응하도록 조립된 염색체 수준 스캐폴드다
출처: Gumangan et al. 2024, Gigabyte, CC BY 4.0

이 빨간 격자 그림이 바로 그 힌트 데이터를 시각화한 것(Figure 4)이에요. 논문은 이 그림을 “Hi-C 접촉 지도”라고 부르는데, 앞서 나온 Dovetail Omni-C가 Hi-C 계열의 기법이라 그렇게 통칭한 거예요. 가로세로 축 모두 게놈 위치를 나타내고, 색이 진할수록 그 두 위치의 DNA가 서로 자주 붙어 있었다는 뜻이에요. 대각선을 따라 뚜렷하게 진한 사각형 블록이 줄지어 있는 게 보이실 텐데, 세어 보면 정확히 19개예요. 앞서 핵형 사진(Figure 1E)에서 확인한 반수체 염색체 수 19와 일치해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이건 조립 결과가 실제 핵형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품질 근거예요. 다만 접촉 지도가 염색체 수를 맞췄다고 해서 모든 서열의 순서와 방향, 염색체 경계까지 전부 정확하다고 보증되는 건 아니에요. 쉽게 말하면 “지도의 큰 구획이 실제 염색체와 일관되게 나뉘었다”는 데까지가 이 그림이 말해 주는 내용이에요.

완성된 지도는 어느 정도 정밀할까

먼저 결론을 말씀드리면, 조각이 잘게 부서지지 않고 큼직하게 이어진 지도예요. 전체 서열의 99.54%가 염색체 하나씩에 대응하는 19개 조각에 들어갔고, 표준 완성도 검사에서도 99.6%가 확인됐어요. 다만 그 99.6%가 무엇을 검사한 값인지는 뒤에서 따로 짚을 거예요. 생각보다 조심해서 읽어야 하는 숫자거든요.

핵심 수치를 정리하면 이래요.

지표 값
조립된 유전체 총 길이 약 1.65 Gb(16억 5천만 염기쌍)
k-mer 분석으로 추정한 유전체 크기 약 1.52 Gb
스캐폴드(조각) 수 152개
염색체 단위로 조립된 비율 99.54%(19개 염색체 길이 스캐폴드)
가장 긴 스캐폴드 169 Mb
N50 109 Mb
GC 함량 45%
반복서열 비율 40.41%
이형접합률(분석한 개체 한 마리 기준) 약 0.51%
예측된 단백질 코딩 유전자 수 30,780개
BUSCO 완성도(eukaryota_odb10 기준) 99.6%

숫자가 많으니 하나씩 풀어드릴게요.

N50 109Mb는 조립 품질을 보는 대표적인 지표예요. 전문적으로는 “전체 게놈의 절반 이상을 커버하는 데 필요한 최소 스캐폴드 길이”를 뜻해요. 쉽게 말하면 조각들을 큰 것부터 순서대로 이어 붙이다가 전체의 절반을 채운 시점, 그때 쓰인 마지막 조각의 크기가 109Mb라는 거예요. 이 숫자가 클수록 큼직한 조각들로 게놈 대부분을 채웠다는 뜻이라 조립이 잘 됐다고 봐요. 실제로 152개 조각 중 단 19개(염색체 수만큼)가 전체의 99.54%를 차지했으니, 자잘한 부스러기 조각은 거의 없이 큼직하게 잘 이어졌다는 뜻이에요.

이형접합률 0.51%는 시퀀싱한 그 개체 한 마리가 부모에게서 한 벌씩 받은 두 벌의 유전체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추정한 값이에요. 우리도 유전자를 부모에게서 한 벌씩 받아 두 벌을 갖고 있는데, 그 두 벌이 서로 다른 자리의 비율이라고 보시면 돼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서열을 일정 길이로 잘라 센 조각(k-mer)의 빈도 분포를 봐요. 두 벌이 똑같은 자리는 두 벌에서 나온 읽기가 같은 조각으로 함께 세어지고, 두 벌이 다른 자리는 각 벌이 서로 다른 조각으로 따로 세어져요. 그래서 이형접합 자리의 봉우리는 동형접합 자리의 봉우리보다 대략 절반 깊이에 서게 되는데, 이 논문에서도 이형접합 봉우리가 약 53배, 동형접합 봉우리가 약 107배 깊이에 나타났어요. 논문은 이 분포를 GenomeScope로 분석해 이형접합률을 약 0.51%로 추정했고, 이 개체의 유전체가 이형접합도가 높은 편이라고 봤어요.

여기서 조심할 게 있어요. 이건 개체 한 마리를 분석한 값이라, 크레라는 종 전체나 어떤 야생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이 높다는 뜻으로 곧바로 옮길 수 없어요. 그러려면 여러 지역과 혈통의 개체를 더 조사해야 해요. 이 수치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조립하는 입장에서 골치라는 점이에요. 부모에게 물려받은 두 버전이 서로 다르면 조립 프로그램이 이걸 서로 다른 두 부위로 착각하기 쉽거든요. 얼추 비슷한 레시피가 담긴 요리책 두 권을 한 권으로 합치는 것과 비슷한데, 문장이 조금씩 다르면 “이거 같은 페이지 맞아?” 헷갈리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연구팀이 purge_dups라는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중복으로 조립된 조각을 따로 걸러낸 것도 그래서예요.

반복서열 40.41%는 게놈의 약 5분의 2가 똑같거나 비슷한 서열이 여기저기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뜻이에요. 이것도 조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에요(비슷한 조각이 하도 많아서 어디에 이어 붙여야 할지 헷갈리거든요). 그럼에도 큼직한 스캐폴드로 잘 이어 붙였다는 게 이 논문의 성과 중 하나예요.

BUSCO 완성도 99.6%는 지도에 “빠진 페이지가 없는지” 검사한 결과예요. 생물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갖고 있을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목록(체크리스트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을 놓고, 완성된 크레 게놈에서 그 유전자들이 실제로 몇 개나 확인되는지 대조하는 검사예요. 99.6%가 확인됐다는 건 이 체크리스트에 오른 보존 유전자 영역은 거의 빠짐없이 조립됐다는 뜻이에요. 다만 이번에 쓴 체크리스트는 진핵생물 전체의 공통 유전자 세트(eukaryota_odb10)라 항목이 255개뿐이고, 그중 254개가 확인된 결과예요. 항목이 수천 개인 척추동물 전용 세트로 검사하면 숫자가 달라질 수 있고, 반복서열이나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영역까지 빠짐없이 채워졌다는 뜻도 아니에요. 검사 대상이 된 보존 유전자 영역은 잘 채워졌다는 정도로 읽으시면 돼요.

마지막으로 유전자 예측 결과, 크레의 단백질 코딩 유전자는 총 30,780개로 예측됐어요. 이 중 20,429개(66.37%)는 이미 알려진 단백질·mRNA 서열과 잘 맞아떨어지는(AED 0.5 이하) 예측이에요. 뒤집어 말하면 나머지는 뒷받침 증거가 그만큼 두텁지 않다는 뜻이라, 30,780이라는 숫자를 확정된 유전자 목록으로 읽으면 안 돼요. 컴퓨터가 예측한 목록이고, 앞으로 실험으로 다듬어질 값이에요.

그래서 꼬리는 왜 안 자랄까

첫머리에 미리 말씀드린 대로, 이 논문 자체는 “이 유전자 때문에 꼬리가 안 자란다”는 답을 내놓은 논문이 아니에요. 학술지 Gigabyte에 실린 이 논문은 ‘데이터 릴리스’, 즉 앞으로의 연구를 위한 정밀한 지도(자원) 하나를 세상에 내놓는 논문이에요. 논문은 “지금까지 유전체가 해독된 다른 게코는 모두 꼬리를 재생할 수 있는 종”이라고 밝히면서 다섯 편의 선행 유전체 논문을 근거로 달아 뒀어요. 레오파드게코(표범도마뱀붙이, Eublepharis macularius)나 발가락 접착판과 꼬리 재생 능력으로 유명한 일본도마뱀붙이(Gekko japonicus)가 거기에 들어가요. 즉 논문이 파악한 범위에서는 그때까지 “재생이 되는 게코”의 유전체만 있었고, 여기서 처음으로 “재생이 안 되는 게코”의 정밀한 유전체가 나온 거예요. 덧붙이면 이 논문이 실린 지 9일 뒤에 중국 연구팀도 독자적으로 크레 유전체를 발표했는데, 그 이야기는 두 번째 크레 유전체 논문을 다룬 글에 정리해 뒀어요.

이제부터가 진짜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이 지도가 있으면 크레의 유전체를 재생이 되는 근연종(앞서 나온 C. sarasinorum, 차오아, 가고일 게코 등)의 유전체와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어요. 이때 볼 수 있는 게 유전자가 “있다·없다”만은 아니에요. 유전자 자체가 사라졌거나 망가진 경우도 물론 후보이지만, 유전자는 멀쩡한데 그것을 언제 어디서 켤지 정하는 조절 영역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상처 치유나 면역 반응처럼 재생의 앞단에 있는 과정이 다르게 굴러갈 수도 있어요. 유전체 비교로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 그러니까 유전자와 조절 영역의 서열 차이를 훑어서 재생 능력 차이에 관여할 만한 후보를 좁히는 데까지예요. 그 후보가 실제로 재생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발현 분석이나 조직·기능 실험으로 따로 확인해야 해요. 여기에 크레가 재생 종과 교배까지 된다는 점을 더하면, 자손에서 재생 여부가 갈라지고 표본을 충분히 모을 수 있다는 조건이 갖춰질 경우 후보 영역을 더 좁혀 볼 여지도 생겨요.

이 연구를 이끈 곳이 USC의 정형외과·줄기세포생물학 연구팀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논문 자체가 사람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척추동물에서 재생 능력이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사람의 상처 치유와 재생을 연구하는 쪽에서도 참고할 만한 주제예요. 사람은 꼬리 같은 복잡한 부속기관을 도마뱀처럼 통째로 되살리지는 못하니까요. 우리 집 크레의 잘린 꼬리 하나가 그런 질문의 실마리와 맞닿아 있는 셈이에요. 다만 이번 논문이 내놓은 건 어디까지나 정밀한 지도 한 장이고, 거기서 무엇을 읽어낼지는 앞으로의 연구 몫이에요.


이 글은 아래 원 논문을 직접 읽고 참고문헌까지 확인해서 정리했어요. 인용된 다른 게코 유전체 연구(예: Gekko japonicus 논문)도 원문 참고문헌 목록에서 확인했어요.

출처: Gumangan MA, Pan Z, Lozito TP. “Chromosome-level genome assembly and annotation of the crested gecko, Correlophus ciliatus, a lizard incapable of tail regeneration.” Gigabyte, 2024. https://doi.org/10.46471/gigabyte.140

본문 이미지(Figure 1, Figure 4)는 위 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왔으며, 원 논문이 CC BY 4.0 라이선스로 공개돼 있어 출처 표기 조건 하에 재사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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