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stedgecko Genome 01 Figure1
|

크레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됐어요: 꼬리가 다시 안 자라는 이유를 찾아서

크레(크레스티드 게코, 학명 Correlophus ciliatus)를 키우다 보면 꼬리가 톡 떨어지는 걸 본 적 있으실 거예요. 다른 도마뱀붙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다시 자라는데, 크레는 한번 잃은 꼬리가 평생 돌아오지 않아요. 지난 기초 편에서도 잠깐 짚었던 이 특징, 사실 유전학자들 사이에서는 꽤 특별한 연구 소재예요.

2024년 11월, 미국 남가주대학교(USC) 정형외과·줄기세포생물학 연구팀(Gumangan, Pan, Lozito)이 크레의 유전체(게놈) 전체를 염색체 단위까지 해독해 학술지 Gigabyte에 발표했어요. 원문은 오픈 액세스로 누구나 볼 수 있고, 이 글은 그 논문을 직접 읽고 참고문헌까지 확인해서 정리한 내용이에요.

왜 하필 크레를 연구했을까

지구상에는 게코(도마뱀붙이)가 1,850종 넘게 있는데, 그중 꼬리 재생 능력을 잃어버린 종은 딱 14종뿐이에요. 그리고 이 14종 중에서 미국·유럽 반려동물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은 크레가 유일해요. 나머지는 대부분 학계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희귀종이에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연구팀은 크레를 “모델 생물(model organism)”로 선택한 건데요, 쉽게 말하면 실험하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뜻이에요. 사육이 쉽고(특수 조명이나 곤충 사료 없이 실온에서 잘 삽니다), 번식이 계절에 안 갇혀 일년 내내 가능하고, 무엇보다 개체 확보가 쉬워요. 게다가 크레는 꼬리 재생이 안 되는 종 중 유일하게, 재생이 되는 근연종과 교배(하이브리드)까지 가능해요. 논문이 언급한 교배 가능 근연종은 Correlophus sarasinorum, Mniarogekko chahoua(모씨게코, 흔히 ‘차오아’라고 불러요), Rhacodactylus auriculatus(가고일 게코)인데, 뒤의 두 종은 크레 다음으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반려 게코예요. 재생이 되는 종과 안 되는 종을 교배시켜 그 자손을 분석하면, 재생 능력을 켜고 끄는 유전자 부위를 훨씬 좁혀서 찾아낼 수 있어요.

표 1: 꼬리를 재생하지 못하는 게코 14종

논문은 꼬리 재생이 안 되는 전체 14종 중 정보가 확인된 13종을 아래처럼 표로 정리했어요(원문에도 “14종”이라 적어 놓고 정작 표에는 13종만 실려 있어요, 아마 정보가 아예 없는 한 종은 표에서 빠진 것으로 보여요).

분포반려동물 유통량보전 상태(IUCN)
Correlophus ciliatus (크레)뉴칼레도니아++++++취약(Vulnerable)
Correlophus belepensis뉴칼레도니아자료 없음위급(Critically Endangered)
Nephrurus amyae호주+++관심대상(Least Concern)
Nephrurus asper호주+++관심대상(Least Concern)
Nephrurus sheai호주++관심대상(Least Concern)
Uroplatus ebenaui마다가스카르+++취약(Vulnerable)
Uroplatus fetsy마다가스카르자료 없음자료 없음
Uroplatus fiera마다가스카르+자료 없음
Uroplatus finaritra마다가스카르+자료 없음
Uroplatus fotsivava마다가스카르자료 없음자료 없음
Uroplatus kelirambo마다가스카르자료 없음자료 없음
Uroplatus malama마다가스카르자료 없음취약(Vulnerable)
Uroplatus phantasticus마다가스카르+++관심대상(Least Concern)

(“+”는 논문이 매긴 반려동물 시장 유통량 등급이에요. 많을수록 흔하게 유통된다는 뜻이고, 크레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표를 보면 재생 불가 게코는 뉴칼레도니아·호주·마다가스카르 세 지역에 흩어져 있는데, 크레의 고향인 뉴칼레도니아 쪽은 크레를 뺀 나머지 종(C. belepensis)이 위급 등급일 만큼 상황이 안 좋아요.

논문 Figure 1: (A) 크레 전신, (B) 머리 가시 부위 확대, (C, D) 절단 26일 후 크레와 근연종 꼬리 비교, (E) 크레 핵형(2n=38)
출처: Gumangan et al. 2024, Gigabyte, CC BY 4.0

논문의 Figure 1이 위 사진이에요. A는 크레 전신, B는 머리 확대 사진인데 흰 화살표가 볏(head crest) 가시, 검은 화살표가 속눈썹 모양 가시를 가리켜요. 지난 기초 편에서 설명한 그 눈 위 돌기예요. C, D는 꼬리를 자른 지 26일이 지난 시점 비교인데, 왼쪽 크레는 그대로인 반면 오른쪽 근연종 C. sarasinorum은 꼬리 끝이 다시 자란 게 보여요. E는 크레의 핵형, 그러니까 염색체를 종류별로 늘어놓은 사진인데 2n=38, 즉 부모에게서 한 벌씩 받은 19쌍의 염색체를 가진다는 뜻이에요. 이 19라는 숫자를 기억해 두시면 뒤에서 다시 나와요.

유전체는 어떻게 해독했을까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연구팀은 부화 2개월 된 크레 배아 한 마리에서 DNA를 뽑아 PacBio Sequel II 장비로 긴 조각(롱리드) 시퀀싱을 했어요(총 185.8기가염기, 62배 커버리지). 이 조각들을 Hifiasm이라는 조립 프로그램으로 먼저 이어 붙인 다음, Dovetail Omni-C라는 별도 기법으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HiRise 프로그램으로 큰 덩어리(염색체 단위)로 다시 묶었어요.

쉽게 비유하면, 게놈 조립은 수십억 조각짜리 직소 퍼즐을 맞추는 일이에요. PacBio 롱리드는 비교적 큼직큼직한 퍼즐 조각을 주는 방법이라 이웃한 조각끼리 맞추기가 수월해요. 문제는 큰 조각들을 다 맞춰도 “이 조각 뭉치가 퍼즐 전체에서 어느 구역(염색체)에 속하는지”는 알기 어렵다는 거예요. 여기서 Dovetail Omni-C가 힌트를 줘요. 세포 안에서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던 DNA끼리는 서로 연결된 흔적이 많이 남는데, 이 흔적을 읽어서 “이 조각들은 같은 염색체(같은 퍼즐 구역) 소속”이라고 알려주는 거예요.

작업 중 재미있는 해프닝도 있었어요. 조립된 서열을 검사해 보니 크레 것이 아닌 방선균(Actinobacteria, 흙이나 물에 흔한 세균 무리) DNA 조각이 섞여 있었대요(약 15Mb 분량). 시료 채취나 처리 과정에서 오염된 걸로 보이고, 연구팀은 이를 걸러내 최종 지도에서 제외했어요. 반죽에 섞인 잔가시를 골라내는 것과 비슷한 정제 작업이었던 셈이에요.

논문 Figure 4: Hi-C 접촉 지도(Link Density Histogram). 대각선을 따라 나타나는 19개의 진한 사각 블록이 각각 하나의 염색체에 해당한다
출처: Gumangan et al. 2024, Gigabyte, CC BY 4.0

이 빨간 격자 그림이 바로 그 힌트 데이터를 시각화한 것(Figure 4)이에요. 가로세로 축 모두 게놈 위치를 나타내고, 색이 진할수록 그 두 위치의 DNA가 서로 자주 붙어 있었다는 뜻이에요. 대각선을 따라 뚜렷하게 진한 사각형 블록이 줄지어 있는 게 보이실 텐데, 세어 보면 정확히 19개예요. 앞서 핵형 사진(Figure 1E)에서 확인한 19쌍의 염색체 수와 정확히 맞아떨어져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이건 스캐폴딩이 염색체 경계를 정확히 잘 잡았다는 품질 증거이고, 쉽게 말하면 “지도가 실제 염색체 구조와 딱 들어맞는다”는 뜻이에요.

완성된 지도는 어느 정도 정밀할까

핵심 수치를 정리하면 이래요.

지표
전체 유전체 크기약 1.65 Gb(16억 5천만 염기쌍)
스캐폴드(조각) 수152개
염색체 단위로 조립된 비율99.54%(19개 염색체 스캐폴드)
N50109 Mb
GC 함량45%
반복서열 비율40.41%
이형접합률약 0.51%
예측된 단백질 코딩 유전자 수30,780개
BUSCO 완성도99.6%

숫자가 많으니 하나씩 풀어드릴게요.

N50 109Mb는 조립 품질을 보는 대표적인 지표예요. 전문적으로는 “전체 게놈의 절반 이상을 커버하는 데 필요한 최소 스캐폴드 길이”를 뜻해요. 쉽게 말하면 조각들을 큰 것부터 순서대로 이어 붙이다가 전체의 절반을 채운 시점, 그때 쓰인 마지막 조각의 크기가 109Mb라는 거예요. 이 숫자가 클수록 큼직한 조각들로 게놈 대부분을 채웠다는 뜻이라 조립이 잘 됐다고 봐요. 실제로 152개 조각 중 단 19개(염색체 수만큼)가 전체의 99.54%를 차지했으니, 자잘한 부스러기 조각은 거의 없이 큼직하게 잘 이어졌다는 뜻이에요.

이형접합률 0.51%는 유전적 다양성을 보는 지표예요. 우리는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한 벌씩 받아 몸속에 두 벌을 갖고 있는데, 두 벌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보는 거예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동형접합(같은 버전) 피크와 이형접합(다른 버전) 피크의 커버리지가 정확히 2배 차이 나는 걸로 이 수치를 추정했는데, 쉽게 말하면 이형접합 버전이 그만큼 흔하다는 뜻이고 이게 크레의 유전적 다양성이 꽤 높다는 신호예요. 다양성이 높으면 좋은 점(질병 저항성 등)도 있지만, 조립하는 입장에서는 골치예요. 부모에게 물려받은 두 버전이 서로 다르면 조립 프로그램이 이걸 서로 다른 두 부위로 착각하기 쉽거든요. 얼추 비슷한 레시피가 담긴 요리책 두 권을 한 권으로 합치는 것과 비슷한데, 문장이 조금씩 다르면 “이거 같은 페이지 맞아?” 헷갈리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반복서열 40.41%는 게놈의 약 5분의 2가 똑같거나 비슷한 서열이 여기저기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뜻이에요. 이것도 조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에요(비슷한 조각이 하도 많아서 어디에 이어 붙여야 할지 헷갈리거든요). 그럼에도 큼직한 스캐폴드로 잘 이어 붙였다는 게 이 논문의 성과 중 하나예요.

BUSCO 완성도 99.6%는 지도에 “빠진 페이지가 없는지” 검사한 결과예요. 생물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갖고 있을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목록(체크리스트라고 생각하시면 돼요)을 놓고, 완성된 크레 게놈에서 그 유전자들이 실제로 몇 개나 확인되는지 대조하는 검사예요. 99.6%가 확인됐다는 건 사실상 빠진 페이지가 거의 없는, 완성도 높은 지도라는 뜻이에요.

마지막으로 유전자 예측 결과, 크레는 총 30,780개의 단백질 코딩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이 중 66.37%는 증거가 탄탄하게 뒷받침되는 고신뢰 예측이에요).

그래서 꼬리는 왜 안 자랄까

여기서 살짝 김이 빠질 수도 있는데요, 이 논문 자체는 “이 유전자 때문에 꼬리가 안 자란다”는 답을 내놓은 논문이 아니에요. 학술지 Gigabyte에 실린 이 논문은 ‘데이터 릴리스’, 즉 앞으로의 연구를 위한 정밀한 지도(자원) 하나를 세상에 내놓는 논문이에요. 참고문헌을 보면 이미 게놈이 해독된 다른 게코들, 이를테면 표범도마뱀(Eublepharis macularius)이나 발가락 접착판과 꼬리 재생 능력으로 유명한 Gekko japonicus는 전부 재생이 되는 종이에요. 즉 지금까지는 “재생이 되는 게코”의 유전체만 있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재생이 안 되는 게코”의 정밀한 유전체가 나온 거예요.

이제부터가 진짜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연구팀의 다음 단계는 이 크레 유전체를 재생이 되는 근연종(앞서 나온 C. sarasinorum, 차오아, 가고일 게코 등)의 유전체와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거예요. 두 그룹의 유전자를 대조하면 “재생이 되는 종에는 있는데 크레에는 없거나 망가진 유전자”를 좁혀 나갈 수 있고, 그게 곧 꼬리 재생을 켜는 스위치 후보가 되는 거예요. 게다가 크레는 재생 종과 교배까지 가능하니, 그 자손을 분석하면 후보를 더 정밀하게 좁힐 수 있어요.

이 연구를 이끈 곳이 USC의 정형외과·줄기세포생물학 연구팀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이들이 궁극적으로 궁금한 건 도마뱀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사람은 손상된 조직을 크레처럼 통째로 재생하지 못하는데, 크레가 “왜 재생을 못 하게 됐는지” 알아내면 반대로 사람에게 잠들어 있는 재생 스위치를 어떻게 다시 켤 수 있을지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거든요. 우리 집 크레의 잘린 꼬리 하나가, 알고 보면 재생 의학 연구의 실마리와 맞닿아 있는 셈이에요.


이 글은 아래 원 논문을 직접 읽고 참고문헌까지 확인해서 정리했어요. 인용된 다른 게코 유전체 연구(예: Gekko japonicus 논문)도 원문 참고문헌 목록에서 확인했습니다.

출처: Gumangan MA, Pan Z, Lozito TP. “Chromosome-level genome assembly and annotation of the crested gecko, Correlophus ciliatus, a lizard incapable of tail regeneration.” Gigabyte, 2024. https://doi.org/10.46471/gigabyte.140

본문 이미지(Figure 1, Figure 4)는 위 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왔으며, 원 논문이 CC BY 4.0 라이선스로 공개돼 있어 출처 표기 조건 하에 재사용했습니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