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위에서 방긋 웃던 다다, 우리 집에 온 이야기

오늘은 사육 정보 말고, 그냥 자랑을 좀 하려고 해요. 우리 집 크레 중 한 마리, 다다 이야기예요.

다다는 2025년 9월 7일에 우리 집에 왔어요. 크레(첫째)를 입양한 지 얼마 안 돼서 습관처럼 파사모(크레스티드 게코 관련 네이버 카페)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마침 근처에서 무료 분양(무분) 글이 올라온 거예요. 닉네임 miregi님이 올린 글이었는데, 사실 처음엔 그냥 구경만 하려다가 마음을 뺏겨버린 케이스예요.

손가락에 매달려 정면을 바라보는 다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듯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손가락 마디에 매달려서 이쪽을 빤히 보는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얼굴을 보고 “이 친구다” 싶었어요. 그렇게 데려온 게 벌써 시간이 꽤 흘렀네요.

이름은 다다예요. 사실 분양 글에도 “말을 잘 안 듣는다”는 설명이 있긴 했는데, 데려와 보니 정말이었어요.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사육장 안을 얼마나 정신없이 뛰어다니던지, “우다다다다”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어요. 그래서 그 “우다다”에서 따서 다다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참고로 개체 코드는 HAT-250907-O-PSM-MIREGI로 따로 적어 두고 있는데, 이건 입양일과 분양처 이름을 그대로 딴 관리용 이름표라 이름과는 별개예요.

“100헷”이 무슨 뜻이냐면

성별은 수컷이고, 분양 당시 안내받은 표기는 “100% 헷 아잔틱”이었어요. 이 글의 주소와 태그에 들어간 “100헷”도 그때 받은 표기를 그대로 옮겨 둔 거예요.

먼저 이 말부터 풀어 볼게요. 유전자는 같은 위치(유전자좌)에 부모에게서 하나씩 받은 대립유전자 두 개가 짝을 이루고 있어요. 이 글에서는 그 두 개를 편하게 “두 자리”라고 부를게요. “헷(het)”은 heterozygous(이형접합)의 줄임말로, 두 자리 중 한쪽에만 특정 열성 대립유전자를 갖고 있어서 겉모습에는 드러나지 않는 상태를 가리켜요. 뒤에 붙은 “아잔틱”은 그 대립유전자가 아잔틱이라는 뜻이고요. 아잔틱은 노랑과 빨강 계열의 발색이 크게 줄어들어 흑백 사진처럼 보이는 색 형질이에요. 무늬가 아니라 색에 관한 형질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아요. 표기대로라면 다다는 겉으로 보이는 색은 평범한데 유전자 카드 안에는 다른 패가 한 장 들어 있는 셈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짚어 둘 게 하나 있어요. “100% 헷 아잔틱”은 모프 이름이 아니에요. 할리퀸이나 아잔틱처럼 겉모습을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유전자 상태를 적어 둔 유전형 표기거든요. 그래서 “다다의 모프는 100헷”이라고 말하면 사실 앞뒤가 맞지 않아요. 겉모습만 놓고 보면 다다는 화려한 무늬 없이 갈색과 올리브색이 도는 평범한 크레예요.

앞에 붙은 “100”도 오해하기 쉬운 숫자예요. 유전자 검사로 그 대립유전자를 직접 찾아냈다는 뜻이 아니에요. 부모의 유전형을 알고 있을 때, 그 조합에서 태어난 자손이라면 해당 대립유전자를 반드시 하나 물려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아잔틱 개체(두 자리가 모두 아잔틱)와 그 대립유전자가 없는 개체를 교배하면, 태어나는 자손은 예외 없이 한 자리는 아잔틱, 다른 한 자리는 아잔틱이 아닌 상태가 돼요. 그래서 확률이 100%인 거예요. 바꿔 말하면 이 표기는 부모의 유전형과 혈통 기록을 믿을 수 있을 때에만 성립해요. 이 계산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기초 유전학 글에서 퍼넷 사각형까지 그려 가며 자세히 다뤘어요.

그래서 솔직하게 적어 둘 게 있어요. 다다에게는 그 근거가 되는 부모 기록이 없어요. 해칭일이나 부모 개체 정보를 함께 전달받지 못했거든요. 부모를 알면 왜 100%인지 따라가 볼 수 있는데 그 근거를 갖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 다다를 “확정된 100% 헷”이라고 부를 수는 없고, 지금은 분양 당시 그렇게 안내받았다는 사실을 그대로 적어 두는 게 정확해요.

부모 기록이 있으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마침 저희 집에 비교할 사례가 있어요. 아잔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막내는 어미가 아잔틱이고 본인은 아잔틱이 아니라서, 아비가 누구인지 몰라도 100% 헷이 확정돼요. 어미에게서 한 자리를 받은 게 확실하고, 겉으로 아잔틱이 나오지 않았으니 나머지 한 자리는 아잔틱이 아니라는 게 확정되거든요. 그 이야기는 막내 소개 글에 적어 뒀어요. 같은 “100% 헷”이라도 근거의 두께가 이만큼 달라요.

교배로 확인하려면

그럼 다다가 정말 헷인지 확인할 길이 아예 없느냐면, 그건 아니에요. 검정교배(test cross)라는 방법이 있어요. 유전형을 모르는 개체를 그 열성 형질이 겉으로 드러난 개체와 붙여 보는 방법이에요. 다다라면 아잔틱 개체와 교배해 보는 거죠.

다다가 정말 헷이라면 태어나는 자손 한 마리 한 마리가 아잔틱일 확률은 50%예요. 그래서 아잔틱 자손이 한 마리라도 나오면 다다가 그 대립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강한 증거가 돼요. 친자 관계가 확실하고, 아잔틱이 알려진 대로 단순 열성으로 유전되며, 붙인 상대의 아잔틱이 다다 쪽 아잔틱과 같은 유전자좌의 호환되는 형질이라는 전제 위에서요.

마지막 전제는 그냥 넘길 조건이 아니에요. 브리더 커뮤니티에는 아잔틱 계통이 여럿 있는데, 계통 사이의 호환성이 직접 교배로 확정되지는 않았거든요. 서로 다른 유전자가 비슷한 흑백 표현형을 만드는 것이라면, 다다가 정말 아잔틱 대립유전자를 하나 갖고 있어도 아잔틱 자손이 나오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면 아래 50% 계산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요.

반대 방향은 성립하지 않아요. 아잔틱이 한 마리도 안 나왔다고 해서 헷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다다가 헷이더라도 자손이 우연히 전부 비아잔틱으로 나올 수 있거든요. 자손이 \(n\)마리일 때 그 확률은 이렇게 계산돼요.

\[ P(\text{아잔틱 0마리}) = \left(\frac{1}{2}\right)^{n} \]

숫자를 넣어 보면 이래요.

자손 수 \(n\) 헷인데도 아잔틱이 한 마리도 안 나올 확률
1 50%
2 25%
3 12.5%
4 6.25%
5 3.13%
6 1.56%
8 0.39%
10 0.10%

그래서 “아잔틱이 안 나왔다”는 말은 자손이 몇 마리였는지를 함께 밝혀야 의미가 생겨요. 두세 마리에서 안 나온 건 우연으로 충분히 설명되지만, 여덟 마리 열 마리를 봐도 계속 안 나온다면 헷이 아니라고 볼 근거가 꽤 두꺼워지는 거예요. 검정교배가 왜 이렇게 한쪽으로만 확실한 답을 주는지는 모프와 형질 이야기에서도 다뤘어요.

얼굴과 성격

유리 안쪽에서 정면을 향해 붙어 있는 다다의 얼굴 클로즈업

얼굴은 이렇게 생겼어요. 사육장 유리 안쪽에서 찍은 사진인데, 눈두덩이 위로 살짝 도톰하게 올라온 볏이 매력 포인트예요. 색은 갈색과 짙은 올리브색이 섞인 차분한 톤이라, 화려한 모프들 사이에서도 은근히 눈이 가는 얼굴이에요.

유리벽에 매달려 두 팔을 벌린 자세로 붙어 있는 다다

성격은 한마디로 “유리에 딱 붙어서 인사하는 애”예요. 사람이 다가가면 종종 이렇게 유리벽에 매달려서 손을 흔드는 듯한 자세를 잡거든요. 겁이 많아서 잘 숨는 타입은 아니고, 오히려 궁금한 게 많은 편이에요.

나무 책상 위에 몸 전체가 보이도록 엎드려 있는 다다. 등 쪽으로 은은한 줄무늬가 이어진다

몸 전체가 나온 사진을 보면 등 쪽 무늬가 은은한 줄무늬로 이어지는 게 보여요. 크레는 자라는 동안 색과 무늬의 인상이 달라지기도 하고, 하루 중에도 발색이 올라갔다 내려갔다(파이어업, 파이어다운) 하면서 대비가 짙어졌다 옅어졌다 해요. 그래서 이 사진의 무늬도 나중에 보면 인상이 달라져 있을 수 있어요. 앞으로 다다가 어떻게 변해 갈지 지켜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예요.

입양한 지 꽤 됐는데, 다다는 지금도 밥 시간이 되면 가장 먼저 나와서 얼굴을 들이미는 편이에요. 다음엔 다른 아이들도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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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핑백: 크레 몸은 이렇게 생겼어요: 겉모습부터 뱃속까지, 그리고 도살·레터럴·포트홀이 정확히 어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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