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 Object Leopard Gecko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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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물건 앞에서, 크레는 왜 레오파드게코보다 움츠러들까

사육장에 새 장식품이나 은신처를 넣어줬을 때, 레오파드게코는 금방 다가가 살펴보는데 크레는 몇 날 며칠 쳐다도 안 보는 경험 해보셨나요? 이게 그냥 “크레가 겁이 많아서”인지, 개체 성격 차이인지, 아니면 정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신호인지 궁금할 수 있어요.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아우토노마대 연구팀(Fernández-Lázaro, Latorre, Fontanillas Pérez, Barja)이 크레(Correlophus ciliatus)와 레오파드게코(Eublepharis macularius) 17마리에게 낯선 물건을 보여주는 실험을 하고, 동시에 대변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대사물(FCM)까지 측정해서 행동과 생리 지표를 함께 비교한 논문이에요. 학술지 Animals에 2023년 실렸고, 오픈 액세스(CC BY 4.0)라 원문 그림도 그대로 가져다 썼어요.

파충류용 티슈 위에 있는 레오파드게코 한 마리와 밀웜 한 마리
사진: Michał Zawiślak(mihauz), CC BY-SA 2.5

누구를, 어떻게 관찰했을까

실험 대상은 크레 10마리(수컷 9, 암컷 1)와 레오파드게코 7마리(수컷 3, 암컷 4), 총 17마리예요.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수의학부 파충류 사육실에서 각자 독립된 사육장에 살고 있었고, 레오파드게코 사육장은 40×60×40cm, 크레 사육장은 나무 오르기가 필요한 종인 만큼 세로로 긴 70×40×50cm였어요. 온도는 26-29°C, 습도는 약 40% 정도였는데 크레는 습도를 더 높이려고 분무까지 해줬대요. 먹이는 크레가 곤충(귀뚜라미·밀웜)과 다진 과일을 섞어서, 레오파드게코는 곤충만 주 2-3회 급여했고, 매번 칼슘과 비타민을 발라줬어요.

관찰은 2019년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이 동물들이 활발해지는 오후 5시부터 밤 8시 30분 사이에 진행했어요. 재미있는 부분은 대변 채집 방법인데, 레오파드게코는 대변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크레는 나뭇가지와 식물 사이에 숨어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대요. 그래서 다진 과일 먹이에 파란색 식용 색소를 섞어서, 대변이 파랗게 나오도록 만들어 쉽게 찾을 수 있게 했어요(이 색소는 여러 척추동물 연구에서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방법이라고 해요). 이렇게 4개월간 모은 대변은 총 200개, 개체당 6-17개였고, 말려서 무게를 맞춘 뒤 완충액과 메탄올로 추출하고 효소면역분석(EIA) 키트로 코르티코스테론 대사물(FCM) 농도를 쟀어요.

낯선 물건 실험은 이렇게 진행했어요

각 개체의 사육장에 6가지 물건을 하나씩 넣고 10분간 반응을 지켜봤어요. 잠자리·나비 모양의 작은 플라스틱 곤충 피규어 2종, 노란 팩맨 인형과 빨간 하트 인형(말랑한 재질의 큰 장난감) 2종, 거울 1개, 그리고 뱀(보아뱀·코랄루스속 나무뱀) 대변으로 냄새를 입힌 나무토막 1개예요. 이 향 나는 나무토막은 포식자 냄새에 대한 반응을 보려고 준비한 거예요. 같은 개체에게 다른 물건을 보여줄 때는 최소 8일 간격을 뒀고, 물건은 항상 사육장 유리벽 옆 같은 위치에 놓아서 조건을 맞췄어요.

모든 실험은 영상으로 기록해서, BORIS라는 행동 코딩 프로그램으로 아래 8가지 행동을 분류했어요.

행동 항목정의
탐색(Exploration)물건에서 떨어진 채 느린 속도로 사육장을 돌아다니거나 수직면을 오르는 행동. 혀 날름거림 포함
정지(Sedentary)눈을 뜨거나 감은 채 가만히 엎드리거나 서 있는, 활동이 없는 상태
근접(Proximity)몸의 절반 이상이 물건과 2cm 이내 거리에 있는 상태(주의를 물건에 두지 않아도 해당)
조작(Manipulation)물건을 밟거나 오르거나 물거나 핥으면서 실제로 주의를 기울이는 행동
회피(Avoidance)자극에서 빠르게 멀어지거나 뛰어오르거나, 얼굴이 안 보이게 숨는 행동
섭식(Eating)먹이를 핥아먹거나 물을 마시는 행동
이상반복행동(ARB)정해진 경로로 사육장을 반복해서 돌거나(2회 이상), 유리를 긁거나 파려는 시도를 20초 넘게 지속
기타(Other)모래를 긁거나 물건을 묻으려 하는 행동

여기서 물건에 다가가기까지 걸린 시간(접근 잠복기), 만지기까지 걸린 시간(조작 잠복기)도 따로 기록했어요. 만약 10분 동안 한 번도 다가가거나 만지지 않았다면, 그 시간을 0초가 아니라 “실험 시간을 꽉 채운 것”으로 계산해서 통계에 왜곡이 없도록 처리했어요.

물건 종류별로는 뚜렷한 공통 반응이 없었어요

연구팀은 원래 “숨거나 올라탈 수 있는 물건(팩맨·하트 인형)이 더 인기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는데, 결과는 예상과 달랐어요. 개체마다, 그리고 같은 개체라도 실험마다 반응 편차가 워낙 커서, 17마리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 물건이 저 물건보다 확실히 더 반응이 좋다”고 할 수 있는 물건 쌍은 하나도 없었어요. 팩맨과 하트 인형에서는 레오파드게코 대부분이 다가갔지만 일부는 만지지 않았고, 크레는 아예 다가가지 않은 개체(C2, C3, C4)부터 만지기까지 한 개체까지 반응이 훨씬 더 다양했어요. 거울도 마찬가지로, 세 마리(수컷)는 40%·21%·19%의 시간을 거울 조작에 썼지만 나머지 7마리는 아예 다가가지도 않았어요.

유일하게 종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난 건 냄새 나무토막이었어요. 레오파드게코는 한 마리(L6)만 빼고 전부 다가가서 만지기까지 했는데, 크레는 10마리 중 8마리가 아예 다가가지 않고 실험 시간의 76%를 가만히 있는 정지 상태로 보냈어요. 연구팀은 이걸 두 종의 서로 다른 포식자 대응 전략으로 해석했어요. 레오파드게코는 선행 연구에서도 뱀 포식자 냄새를 화학적·시각적으로 적극적으로 “탐지”하는 경향이 보고된 반면, 크레는 위협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 얼어붙거나 회피하는 쪽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종합하면 레오파드게코가 더 대담했어요

물건별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6개 물건에 대한 반응을 개체별로 평균 내서 비교하자 종 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어요. 성별에 따른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암수 모두 변이가 너무 커서 유의미한 패턴이 없었어요), 종에 따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어요.

(A) 크레와 레오파드게코의 물건 반응 행동 비교. (B) 성별·종별 FCM(스트레스 호르몬 대사물) 수준. (C) 개체별 FCM 수준을 종별로 흩뿌린 그래프
출처: Fernández-Lázaro et al. 2023, Animals, Fig. 2

평균적인 레오파드게코는 평균적인 크레보다 물건을 더 일찍 만지기 시작했고(조작 잠복기 0.60 대 0.90, 값이 작을수록 빨리 만졌다는 뜻이에요), 물건 근처에 더 오래 머물렀고(근접 시간 0.14 대 0.03), 실제로 만지는 시간도 더 길었어요(조작 시간 0.06 대 0.01). 세 지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였어요(P < 0.05). 반면 탐색이나 정지, 회피 같은 다른 행동에서는 종 간 차이가 없었어요.

행동 지표들끼리도 서로 연관이 있었는데, 물건에 빨리 다가간 개체일수록 빨리 만지기 시작했고, 물건 근처에 더 오래 머물며 더 오래 조작했어요. 반대로 “정지” 행동을 많이 보인 개체일수록 다가가고 만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상호작용 시간도 짧았어요. 쉽게 말하면 “느긋하게 엎드려 있는 성향”과 “새 물건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는 성향”이 같은 개체에게서 함께 나타났다는 거예요.

스트레스 호르몬도 종에 따라 달랐어요

FCM(대변 코르티코스테론 대사물) 수치를 비교했더니, 수컷이 암컷보다 평균이 조금 높긴 했지만(4188 대 3029ng/g)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별 차이는 없었어요. 종으로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크레가 레오파드게코보다 훨씬 높고 변이도 큰 FCM 수치를 보였어요(크레 평균 5714 ± 5444ng/g, 레오파드게코 평균 1181 ± 424ng/g, P = 0.001). 위 그림의 (C) 패널을 보면 크레 쪽에 유독 아주 높은 값을 가진 개체 몇 마리가 있는 게 보이는데, 연구팀도 이 결과를 “크레라는 종 자체가 무조건 스트레스가 높다”고 성급하게 해석하지 말고, 일부 개체의 극단값이 평균을 끌어올렸을 가능성까지 감안해서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고 짚었어요.

대담한 개체일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이 낮았어요

행동 데이터를 주성분분석(PCA)과 K-평균 군집분석으로 더 들여다보니, 개체들이 네 가지 유형으로 묶였어요.

그룹특징
B1물건에 다가가지도, 만지지도, 탐색하지도 않음 (가장 소극적)
B2탐색은 하지만 물건을 발견·접근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만지지는 않음
B3탐색하며 처음엔 물건에 끌렸지만 만지기까지 시간이 걸림 (개체 1마리만 해당)
B4실험 시작부터 물건에 끌려 자주 만지거나 근처에 머묾 (가장 대담)

B1 그룹은 크레가, B4 그룹은 레오파드게코가 주로 차지했어요(B2는 두 종이 섞였는데, 흥미롭게도 여기 속한 크레는 전부 수컷, 레오파드게코는 전부 암컷이었대요. 다만 연구팀도 이건 표본이 작아서 나온 우연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어요). 그리고 이 네 그룹을 FCM 수치와 겹쳐보면, 가장 대담한 B4 그룹이 대체로 가장 낮은 FCM을, 가장 소극적인 B1 그룹이 가장 높은 FCM을 보였고, 중간 성향인 B2는 중간 수치를 보였어요. 즉 “새로운 물건에 빨리 다가가고 오래 관심을 보이는 개체일수록, 평소 스트레스 호르몬 기저치가 낮다”는 경향이 나온 거예요.

참고로 이 연구에서는 크레 두 마리가 꼬리 자절(자기 방어를 위해 스스로 꼬리를 끊는 행동)을 겪었는데, 실험 시작 시점에 막 꼬리를 잃은 개체(C1)는 극단적으로 높은 FCM 수치를 보이며 혼자 B3 그룹으로 묶였고, 이미 예전에 꼬리를 잃은 개체(C2)는 오히려 크레 중 가장 낮은 FCM 수치를 보였어요. 연구팀은 이걸 “꼬리를 잃은 스트레스가 시간이 지나며 가라앉았을 가능성”으로 조심스럽게 해석하면서도, 개체가 2마리뿐이라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고 못박았어요.

크레 사육자에게 주는 시사점

이 논문에서 얻을 수 있는 실전 힌트는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크레는 종 전체로 보면 레오파드게코보다 새로운 자극에 더 소극적이고 신중한 편이에요. 사육장에 새 장식품이나 은신처를 넣었을 때 크레가 며칠씩 다가가지 않는다고 해서 뭔가 잘못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이 논문이 보여준 종 특성에 가까워요.

둘째, 그렇다고 “크레는 원래 다 그래”라고 뭉뚱그리기도 어려워요. 같은 크레 안에서도 개체별 편차가 아주 컸고(B1부터 B4까지 크레도 여러 그룹에 걸쳐 나타났어요), 대담하게 새 물건에 반응하는 개체일수록 스트레스 호르몬 기저치가 낮았다는 결과는 “이 아이가 유난히 소심하다”면 그게 단순한 성격을 넘어 평소 스트레스 수준과도 연결돼 있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즉 새로운 물건이나 환경 변화에 유독 움츠러드는 개체라면, 사육 환경(은신처 확보, 소음·진동, 핸들링 빈도 등)을 한 번 점검해볼 가치가 있어요.

셋째, 뱀 냄새(포식자 냄새)에 대한 반응 차이도 흥미로운 대목이에요. 크레가 낯선 냄새 앞에서 얼어붙는 경향을 보였다는 건, 크레를 다루거나 사육장을 정리할 때 예상치 못한 냄새(다른 파충류를 만지고 온 손 등)가 크레에게는 생각보다 큰 경계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손을 씻거나 냄새를 없앤 뒤 만지는 습관이 레오파드게코보다 크레에게 더 중요할 수 있겠어요.

다만 이 연구는 17마리(그중 크레는 10마리, 그마저 암컷은 1마리뿐)라는 작은 표본으로 나온 결과라, 연구팀 스스로도 더 많은 개체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어요. 크레 복지 지표를 확립하기 위한 첫걸음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글은 아래 원 논문을 직접 읽고 참고문헌까지 확인해서 정리했어요.

출처: Fernández-Lázaro G, Latorre R, Fontanillas Pérez JC, Barja I. “Reaction to Novel Objects and Fecal Glucocorticoid Metabolite Levels in Two Species of Nocturnal Geckos.” Animals, 2023;13(21):3384. https://doi.org/10.3390/ani13213384

본문의 그래프(Fig. 2)는 위 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왔어요. 첫 사진은 Eublepharis macularius 1.jpg by Michał Zawiślak(mihauz), CC BY-SA 2.5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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