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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둥지에서 나온 새끼는 더위에 강해질까? 기대와 정반대로 간 게코 실험

결론부터 말할게요. 더운 조건에서 부화한 새끼는 더위에 더 강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형제자매보다 더 낮은 체온에서 먼저 뻗었어요. 가열 시험에서 서늘한 쪽의 보고값은 40.2°C인데 더운 쪽은 38.7°C에서 이미 몸을 가누지 못했어요. 반대로 몸을 식히는 시험에서도 더운 쪽이 먼저 뻗었고요(뒤에서 자세히 볼게요). 그런데 야외 바위 온도를 실측해 그 위에 부화 시기를 얹어 계산해 보니, 고온 노출을 훨씬 크게 가른 것은 이 1.5°C가 아니라 3주 넘게 앞당겨진 부화 날짜였어요. 야생 개체의 생존을 직접 추적한 게 아니라 계산으로 얻은 결과예요. 참고로 이건 크레스티드 게코 실험이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벨벳게코 실험이에요.

더운 곳에서 자라면 더위에 강해질 것 같지요. 사람도 여름을 몇 번 나면 첫 폭염 때보다는 덜 힘들어하니까요. 파충류 알이라면 더 그럴듯해 보여요. 배아 때부터 높은 온도를 겪었으니 몸이 거기에 맞춰 만들어질 법하잖아요. 연구팀도 그렇게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어요.

Dayananda, B., Murray, B. R. & Webb, J. K. (2017). “Hotter nests produce hatchling lizards with lower thermal toleranc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20(12), 2159-2165. DOI 10.1242/jeb.152272

먼저 분명히 해 둘 것: 이건 크레 논문이 아니에요

시작부터 짚고 갈게요. 이 연구의 주인공은 크레스티드 게코가 아니에요. 오스트레일리아 동남부 사암 지대에 사는 벨벳게코(Lesueur’s velvet gecko, 학명 Amalosia lesueurii)를 실험한 논문이에요.

바위 위에 앉은 벨벳게코 성체. 이 논문의 실험 대상 종이에요.
벨벳게코 Amalosia lesueurii. 사진: Will Cornwell,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 4.0

그럼 크레 블로그에서 왜 이 논문을 볼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벨벳게코는 크레와 같은 Diplodactylidae과예요. 크레(Correlophus ciliatus)와 벨벳게코는 속도 다르고 사는 대륙도 다르지만, 게코 전체를 놓고 보면 꽤 가까운 친척이에요. 알 낳는 방식도 닮았어요. 벨벳게코 암컷은 한 번에 양피지 같은 껍질의 알을 두 개 낳는데, 크레도 한 배에 알이 두 개예요.

둘째, 부화 온도가 새끼에게 무엇을 남기는지를 이렇게까지 파고든 크레 연구가 아직 없어요. 크레 알을 여러 온도에서 부화시켜 결과를 겨뤄 본 논문 자체가 없다는 이야기는 최적 부화 온도를 다룬 글에서 정리해 뒀어요. 그 빈자리를 다른 종 연구로 메우려는 게 아니라, 부화 온도라는 변수가 얼마나 멀리까지 영향을 남길 수 있는지 감을 잡으려는 거예요. 다른 종 논문을 이런 각도로 읽은 사례로는 레오파드게코의 공간 기억을 다룬 글도 있어요.

그러니 이 글의 숫자를 인큐베이터 설정값으로 옮겨 적지는 말아 주세요. 마지막 절에서 왜 그러면 안 되는지 따로 정리할게요.

벨벳게코는 어떤 도마뱀일까

논문이 소개하는 이 종의 생태가 실험 설계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해요.

항목 내용
학명 Amalosia lesueurii (Duméril & Bibron 1836)
과 Diplodactylidae (크레와 같은 과)
분포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 남동부부터 퀸즐랜드 남동부까지의 사암 노두
크기 주둥이-항문 길이 최대 65mm
활동 야행성. 밤에 먹이를 찾고 일광욕(basking)은 하지 않음
낮 시간 햇볕에 달궈진 바위 아래 틈으로 들어가 체온을 조절
산란 둥지를 파지 않고, 바위 틈이나 바위 밑 공동 산란지에 클러치당 알 2개
부화 늦여름부터 가을(남반구 기준 2-3월)
부화 뒤 산란지 근처의 얇고 햇볕 드는 바위 밑에 자리를 잡음. 첫 1년간 바위 한두 개만 쓰고 30m 넘게 이동하는 일이 드묾
벽에 붙어 있는 어린 벨벳게코. 꼬리 일부가 재생된 개체예요.
벨벳게코 어린 개체. 사진: Peter Firminger,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 2.0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공동 산란지예요. 연구팀이 모튼 국립공원의 산란지 세 곳을 관찰했더니, 암컷들이 지난 25년 동안 같은 자리에 계속 알을 낳고 있었어요. 논문은 여기서 암컷의 산란 행동에 유연성이 거의 없다고 봐요. 다만 이건 개체별로 장소 선택을 실험해 확인한 결과가 아니라 25년치 관찰(논문에 저자의 미발표 자료로 표시돼 있어요)에서 끌어낸 해석이에요. 그리고 이 지역에서는 하루 최고 기온과 둥지 속 온도가 강하게 맞물려요(결정계수 \(r^2\)=0.74). 기온이 올라가면 둥지 온도도 따라 올라가는데 개체군 수준에서 산란지가 좀처럼 바뀌지 않으니, 여름이 더워지면 알이 그대로 그 열을 받게 되는 구조예요.

왜 “더우면 더위에 강해진다”를 기대했을까

연구팀이 이 실험을 설계한 배경에는 발생가소성(developmental plasticity)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같은 유전형이라도 발생 과정에서 겪은 환경에 따라 완성되는 표현형이 달라지는 현상이에요. 쉽게 말하면 설계도는 같은데 공사 중의 날씨에 따라 다른 집이 지어지는 셈이에요.

기후가 더워질 때 이 능력이 있으면 큰 도움이 돼요. 진화는 여러 세대가 걸리지만, 발생가소성은 한 세대 안에서 몸을 바꿔 놓으니까요. 실제로 다른 동물에서는 그런 사례가 보고돼 있어요. 초파리는 더 높은 온도(일정 온도든 변동 온도든)에서 유충기를 보낸 개체가 성체가 됐을 때 내열성이 더 높았어요.

발생가소성과는 결이 다르지만, 여러 세대에 걸친 빠른 진화 반응도 보고됐어요. 물벼룩(Daphnia magna)은 주변보다 4°C 높은 야외 수조에서 키운 집단이 빠르게 더 높은 열내성을 진화시켰어요. 한 개체의 몸이 발생 중에 바뀐 게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며 집단의 유전적 구성이 바뀐 사례라, 앞의 초파리 이야기와는 층위가 달라요.

그런데 도마뱀도 이렇게 될까요? 논문은 이 지점에서 아직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적어요. 지금까지의 부화 온도 연구는 거의 다 현재 자연 둥지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온도 범위 안에서만 이뤄졌거든요. 미래에 겪게 될 더 뜨거운 조건에서 배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자료가 없었어요.

게코라서 더 궁금해지는 이유도 있어요. 논문이 인용한 종합 자료에 따르면 게코류의 임계 최고 온도(CTmax) 평균은 40.8±2.2°C인데, 아가마과(Agamidae)·이구아나과(Iguanidae)·크로타피티드과(Crotaphytidae)·테이드과(Teiidae) 같은 다른 도마뱀 무리는 44.9-47.1°C예요. 게코는 다른 도마뱀보다 더위에 4-6°C쯤 약한 편이고, 선호 체온도 낮아요. 그러니 기후가 더워질 때 게코가 먼저 곤란해질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발생가소성이 그 약점을 메워 줄 수 있다면 그것도 게코에게 특히 중요한 일이 되겠지요.

실험은 이렇게 했어요

알 모으기와 나누기

2014년 10월, 연구팀은 알을 밴 벨벳게코 암컷을 두 곳에서 잡아 왔어요.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다라왈 국립공원에서 23마리, 170km 떨어진 모튼 국립공원 인근에서 20마리, 모두 43마리예요. 실험실에서 개체별로 사육하다가 산란하면 원래 잡은 자리에 그대로 놓아줬어요.

여기서 이 실험의 핵심 설계가 나와요. 한 어미가 낳은 알 두 개를 서로 다른 처리에 무작위로 하나씩 배정했어요. 이런 방식을 split-clutch 설계라고 불러요. 같은 클러치에서 나온 알을 양쪽에 하나씩 나누니까 부모와 어미 상태처럼 한 클러치가 공유하는 영향이 두 그룹에 고르게 퍼져요. 그래서 두 처리 사이의 평균적인 차이를 부화 온도의 효과로 해석하기가 훨씬 수월해져요. 물론 형제자매라고 유전형이 똑같지는 않고 알마다의 차이나 측정 오차도 남지만, 그런 것들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만드는 설계예요.

알은 개당 0.01g 단위로 무게를 재고, 젖은 버미큘라이트를 담은 100ml 유리병에 넣은 뒤 랩으로 덮어 마르지 않게 했어요. 버미큘라이트의 수분 퍼텐셜은 논문에 200kPa로 적혀 있어요. 수분 퍼텐셜은 관례상 음수로 쓰는 값이어서 -200kPa를 뜻할 가능성이 크지만, 논문에 부호가 없는 채로 인쇄돼 있어 원문 표기를 그대로 옮겼어요.

두 가지 온도 프로파일

부화기는 프로그램이 가능한 모델을 써서, 일정 온도가 아니라 하루 동안 오르내리는 변동 온도를 만들었어요. 자연 둥지가 그렇게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처리 평균 범위 무엇을 흉내 냈나
서늘한 처리(cold) 23.2°C 10-33°C 2006-2007년 여름에 공동 산란지 아홉 곳에 넣어 둔 소형 로거로 실측한 현재 둥지 온도
더운 처리(hot) 27.0°C 14-37°C 기온이 3-4°C 오른다는 기후 모델을 적용한 2050년경 둥지 온도
서늘한 처리와 더운 처리의 하루 온도 변동 곡선을 11월부터 2월까지 월별로 나타낸 그래프
출처: Dayananda, Murray & Webb 2017,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20, Fig. 1

그래프를 보면 두 곡선이 나란히 오르내리는데, 점선(더운 처리)이 실선(서늘한 처리)보다 늘 위에 있어요. 그리고 계절이 갈수록 두 곡선의 봉우리가 함께 높아져요. 11월에는 하루 최고점이 서늘한 처리 27°C, 더운 처리 31°C인데, 1월과 2월에는 각각 33°C와 37°C까지 올라가요. 실제 여름이 흘러가는 모양을 그대로 옮긴 거예요.

여기서 하나 확인하고 갈게요. 더운 처리의 최고점은 37°C예요. 논문은 이 온도를 스트레스를 주지만 치사에는 이르지 않는(stressful but non-lethal) 수준이라고 불러요. 알을 죽이는 치사 조건이 아니라, 발생 과정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비치사 조건으로 설정한 거예요.

부화한 새끼는 22°C 방에서 개별 사육했고, 낮 동안(08시-16시)에는 케이지 한쪽에 열선을 깔아 22-32°C의 온도 구배를 만들어 줬어요. 밤에는 22°C로 떨어뜨렸고요. 두 그룹 모두 같은 조건이었어요. 부화 이후의 환경 차이가 결과에 섞여 들지 않게 한 조치예요.

임계 온도, 어떻게 재는 걸까

결과로 가기 전에 이 논문의 측정값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해요.

임계 최고 온도(CTmax, critical thermal maximum)와 임계 최저 온도(CTmin, critical thermal minimum)는 동물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온도 범위의 양쪽 끝을 가리켜요. 전문적으로는 열성능곡선(thermal performance curve)의 양 끝점이고, 관행적으로 뒤집기 반사(righting response)의 소실 시점으로 정의해요.

뒤집기 반사가 뭐냐면, 도마뱀을 배가 위로 가게 뒤집어 놓으면 곧바로 몸을 돌려 바로 눕는 반응이에요. 아주 기본적인 신경-근육 반응이라 몸이 정상 작동하는 한 자동으로 나와요. 이게 안 나오는 순간이 곧 몸이 더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점이에요.

쉽게 말하면 이래요. 체온을 아주 천천히 올리면서 1분마다 도마뱀을 살짝 뒤집어 봐요. 계속 스스로 몸을 바로 하다가 어느 온도에서 그러지 못하게 되는데, 그때의 체온이 그 개체의 CTmax예요. 반대로 체온을 천천히 내리면서 같은 시험을 하면 CTmin이 나오고요.

죽는 온도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해요. 실제로 논문은 시험 중에 다친 개체가 없었고, 실험이 끝난 개체는 모두 표시를 한 뒤 어미를 잡았던 자리에 방사했다고 밝혀요.

측정 조건은 이랬어요.

항목 내용
대상 부화 후 7-10일 된 새끼 45마리
시작 체온 22°C(순화 체온)
온도 변화 속도 분당 0.25°C로 가열 또는 냉각
판정 방법 붓으로 살살 뒤집어 뒤집기 반사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지점
확인 간격 CTmax는 36°C부터, CTmin은 10°C 아래부터 1분마다
최종 표본 CTmax 41마리(더운 처리 21, 서늘한 처리 20), CTmin 45마리(더운 처리 22, 서늘한 처리 23)

한 개체에 두 시험을 모두 했지만, 시험 사이에 꼬리를 자른 개체는 한쪽만 썼어요. 그래서 CTmax와 CTmin의 표본 수가 조금 달라요.

통계는 일반선형혼합모형을 썼어요. 부화 처리(더움/서늘함)를 고정 설명변수로 두고, 채집 지역과 어미 개체를 무작위효과로 넣었어요(논문의 표현은 random control variables이고, 어미는 지역 안에 중첩돼요). 자유도는 새터스웨이트(Satterthwaite) 근사로 구했고요. 이렇게 하면 특정 어미의 새끼들이 원래 더 강했다거나 한 공원 개체군이 원래 더 튼튼하다는 식의 설명을 걸러낼 수 있어요.

결과 1: 더운 쪽이 더위에 더 약했어요

서늘한 처리와 더운 처리 새끼의 CTmax(위)와 CTmin(아래) 산점도
출처: Dayananda, Murray & Webb 2017,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20, Fig. 2. 검은 가로선은 중앙값

위 그래프의 A 패널이 CTmax예요. 왼쪽이 서늘한 처리, 오른쪽이 더운 처리인데, 두 무리가 눈으로 봐도 확실히 갈라져 있어요. 서늘한 쪽 점들은 대체로 39.5°C 위에 몰려 있고, 더운 쪽 점들은 39.3°C 아래에 모여 있어요. 겹치는 구간이 거의 없어요.

지표 서늘한 처리 더운 처리 차이 통계
CTmax(임계 최고 온도) 40.2°C 38.7°C 더운 쪽이 1.5°C 낮음 \(t_{18.24}\)=9.82, P<0.001
CTmin(임계 최저 온도) 5.7°C 6.2°C 더운 쪽이 0.5°C 높음 \(t_{29.10}\)=4.55, P<0.001

표의 온도는 논문 본문과 초록에 적힌 처리별 보고값이에요. 논문은 이 값이 평균인지 중앙값인지 밝히지 않았고, Fig. 2의 검은 가로선은 별도로 중앙값이라고 표시했어요. 그래서 표의 숫자와 그림의 선을 같은 통계량으로 묶어 읽지는 않을게요. 자유도가 소수점으로 붙은 것은 혼합모형에서 새터스웨이트 근사를 썼기 때문이에요.

두 결과가 가리키는 방향은 같아요. CTmax가 낮아졌다는 것은 더 낮은 온도에서 더위에 뻗는다는 뜻이고, CTmin이 높아졌다는 것은 더 높은 온도에서 이미 추위에 뻗는다는 뜻이에요. 더운 처리에서 나온 새끼는 두 임계점이 각각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논문은 이 결과를 논의에서 이렇게 정리해요. 예측과 반대로(contrary to predictions), 발생 중 37°C의 스트레스성 고온에 노출된 것이 CTmax를 위로 밀어 올리지 못했다고요. 그리고 이 결과가 다른 도마뱀 연구와도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여요.

  • Sceloporus undulatus: 배아를 35°C 또는 40°C 봉우리의 일주기에 이틀 노출한 뒤 42°C, 다시 44°C 봉우리에 노출했더니, 심장 활동 측정 결과 44°C에서 모든 배아가 죽었어요. 앞선 고온 경험이 방패가 되어 주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 Sceloporus tristichus: 열 스트레스를 받은 암컷에서 나온 배아는 7일간 이어지는 고온 노출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오히려 더 낮았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논문은 솔직하게 왜 그런지 분명하지 않다(It is unclear why)고 적으면서 하나의 가설을 제시해요. 열충격단백질(HSP, heat shock protein)이에요.

HSP는 세포가 고온 같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현이 늘어나는 단백질 무리예요. 다른 단백질이 열에 뒤틀리지 않게 붙잡아 주고 제 모양을 찾도록 돕기 때문에 분자 샤페론(molecular chaperone, 직역하면 분자 보호자)이라고 불러요. 얼핏 많을수록 좋을 것 같지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요.

  • 초파리에서 Hsp70이 적당한 수준일 때는 열내성이 올라가지만, 너무 많으면 성체의 열내성이 오히려 떨어져요.
  • Hsp70 유전자 사본을 추가로 가진 초파리 유충은 발생이 느리고 사망률이 높았어요.
  • HSP 농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세포의 다른 기능을 방해할 수 있고, HSP를 만들고 분해하는 일 자체가 에너지를 크게 잡아먹어요.

논문이 찾아낸 파충류 사례는 딱 한 건이에요. 자라(Pelodiscus sinensis)에서 배아의 HSP70을 과발현시켰더니 배아 단계의 내열성은 올라갔는데, 거기서 나온 새끼의 내열성은 대조군보다 오히려 떨어졌어요. 발생 중에 HSP를 많이 만드는 데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뜻이에요.

쉽게 비유하면 이래요. 공사 중에 폭염이 계속되면 현장에서는 냉방과 보양 작업에 자재와 인력을 대거 투입하게 돼요. 그 덕에 공사 자체는 무너지지 않고 끝나지만, 그만큼 다른 데 쓸 자원이 줄어서 완공된 건물이 더 튼튼해지지는 않는 거예요.

다만 이건 가설이에요. 이 논문은 벨벳게코의 HSP를 측정하지 않았어요. 논문 스스로도 도마뱀에서 HSP의 역할을 조사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고 있어요.

이 논문에서는 CTmin이 게코류 평균보다 크게 낮았어요

곁가지지만 재미있는 대목이 하나 있어요. 이 논문이 잰 벨벳게코의 CTmax(38.7-40.2°C)는 게코류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논문이 인용한 게코류 CTmax는 평균 40.8°C에 표준편차 2.2°C(40.8±2.2°C)인데, 논문은 벨벳게코의 값이 다른 게코류에서 보고된 범위 안에 든다고 적어요. 평범하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CTmin은 달라요. 논문이 인용한 게코류 평균 CTmin이 10.6±1.7°C인데, 벨벳게코는 5.7-6.2°C예요. 그 평균보다 약 4-5°C 낮은 온도까지 버티는 셈이에요.

논문은 이걸 서식지로 설명해요. 다만 이건 이 실험에서 나온 값에 대한 설명이고, 바로 아래에서 볼 후속 연구는 같은 종에서 훨씬 높은 CTmin을 보고했어요. 그러니 종 자체의 고정된 특성으로 굳혀 읽지는 말아 주세요. 아무튼 바위 노두는 하루 안에서도 온도가 크게 출렁이는 곳이에요. 겨울에 바위 온도는 5-25°C를 오가고, 여름에는 이 연구의 실측 기준으로 최고 59°C까지 올라가요. 그런 데서 사는 종이라면 넓은 열내성을 갖추는 편이 유리하겠지요.

같은 종을 다시 실험한 후속 연구는 다르게 나왔어요

이 대목은 짚고 넘어가야 해요. 2년 뒤 같은 연구실에서 같은 벨벳게코를 다시 실험한 논문이 나왔는데, 제목이 “높은 부화 온도는 내한성에 오래가는 상향 이동을 만들지만 내열성에는 그렇지 않다”예요. 제목만 보면 이 글의 논문과 반대로 들리지요. 그래서 내열성(CTmax)과 내한성(CTmin)을 갈라서 봐야 해요.

지표 이 논문(2017) 후속 논문(2019)
온도 프로파일 서늘함 평균 23.2°C(10-33°C) / 더움 평균 27.0°C(14-37°C) 현재 평균 24.3°C(18.4-31.1°C) / 더움 평균 28.9°C(19.1-38.1°C)
측정 나이 7-10일령 한 번 14일령, 42일령, 6개월령
CTmax(내열성) 더운 쪽이 1.5°C 낮음(38.7 대 40.2) 14일령에 더운 쪽이 0.26°C 높음(39.96 대 39.70). 42일령·6개월령에는 차이가 남지 않음
CTmin(내한성) 더운 쪽이 0.5°C 높음(6.2 대 5.7) 14일령에 더운 쪽이 2.9°C 높음(14.11 대 11.24). 6개월령까지 유지됨
열경화 능력 측정 안 함 더운 쪽이 낮음(0.47°C 대 0.79°C)

두 연구를 겹쳐 놓으면 이렇게 읽혀요.

  • CTmin의 방향은 두 연구가 일치해요. 둘 다 더운 쪽 새끼의 CTmin이 더 높았어요. CTmin이 높다는 건 더 높은 온도에서 이미 추위에 뻗는다는 뜻이니까, 추위에 더 약해졌다는 이야기예요. 후속 논문 제목의 “내한성의 상향 이동”은 값이 올라갔다는 뜻이지 추위에 강해졌다는 뜻이 아니에요. 여기가 헷갈리기 딱 좋은 지점이에요.
  • CTmax의 방향은 두 연구가 갈려요. 이 논문에서는 1.5°C 낮아졌고, 후속 연구에서는 0.26°C 높아졌다가 그마저 사라졌어요. 온도 프로파일도(특히 서늘한 쪽 최저점이 10°C와 18.4°C로 크게 달라요) 측정 나이도 다르니 두 값을 곧바로 맞붙일 수는 없어요.
  • 그런데 두 연구가 함께 말하는 결론은 같아요. 발생 중 고온이 내열성을 쓸모 있게 끌어올려 주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후속 논문도 “내열성의 발생가소성이 도마뱀 개체군을 고온에서 지켜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로 마무리해요. 0.26°C는 이 글의 야외 자료에 비춰 보면 애초에 방패가 될 만한 크기가 아니고, 그마저 생후 6주(42일령)에 다시 재 보니 남아 있지 않았어요.

CTmin의 절대값이 두 연구에서 크게 다른 것(5.7-6.2°C 대 11.24-14.11°C)도 눈에 띄어요. 같은 종인데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요. 그래서 바로 앞 절에서 본 “벨벳게코는 추위에 유난히 강하다”는 이야기도 이 논문의 값에 한정해서 읽어야 해요. 후속 연구 값으로 보면 게코류 평균 CTmin(10.6±1.7°C)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거든요. 두 논문 모두 이 차이를 따로 설명하지 않아서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한 연구의 절대값을 다른 연구에 옮겨 쓰지 않는 편이 안전해요. 후속 연구는 부화 온도 근거를 정리한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뤘어요.

결과 2: 그런데 야외 바위 온도가 그 차이를 압도했어요

여기서부터가 이 논문의 진짜 반전이에요.

CTmax가 1.5°C 낮아졌다는 결과를 얻은 연구팀은 그래서 야생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지를 물었어요. 그러려면 새끼 게코가 실제로 어떤 온도를 겪는지 알아야 해요.

그래서 두 조사지의 미소서식지(microhabitat)에 소형 온도 로거를 묻었어요. 게코가 실제로 쓰는 자리, 그러니까 바위 틈 안쪽, 바위 밑, 큰 바위 밑에 넣고 2014년 1월 23일부터 3월 6일까지 30분마다 온도를 기록했어요.

한 가지 미리 밝혀 둘 게 있어요. 이 바위 온도는 2014년 여름 자료이고, 실험 새끼가 부화한 것은 2015년이에요. 새끼를 야외에 풀어 놓고 몸에 닿는 온도를 잰 게 아니라, 전형적인 여름 바위 온도에 각 그룹의 부화 시기를 대입해 계산한 결과라는 뜻이에요. 아래 숫자들을 “실제로 이만큼 노출됐다”가 아니라 “이런 여름이면 이만큼 노출되게 된다”로 읽어 주세요.

조사지 자연 바위 인공 바위 큰 바위 바위 틈
다라왈 국립공원 6 8 5 8
모튼 국립공원 9 9 4 11

인공 바위가 등장하는 이유가 있어요. 두 조사지는 원래 사람들이 정원 조경용으로 표면의 돌을 걷어 가 버린 곳이었어요. 2009년에 인공 바위를 햇볕 드는 자리에 놓아 복원했는데, 이 인공 바위의 온도 특성이 자연 바위와 매우 비슷하고 벨벳게코가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는 선행 연구가 있어요.

두 조사지의 바위 밑과 바위 틈 온도를 날짜별로 그린 그래프. 가로 점선이 두 처리군의 CTmax예요.
출처: Dayananda, Murray & Webb 2017,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20, Fig. 3. A는 다라왈, B는 모튼 국립공원

그래프에서 위쪽 실선이 바위 밑 최고 온도예요. 가로로 그어진 두 점선이 더운 처리와 서늘한 처리 새끼의 CTmax(38.7°C와 40.2°C)고요. 보시면 바위 최고 온도 선이 두 점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훌쩍 넘어가요. 다라왈에서는 55°C를 넘긴 날이 여러 번이고, 최고 59°C까지 올라갔어요.

반면 아래쪽 두 선, 그러니까 바위 틈 안쪽 온도는 CTmax 근처에도 못 가요. 논문의 표현으로는 틈 안쪽 온도는 도마뱀의 CTmax를 한 번도 넘지 않았어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바위 밑이 50°C를 넘나드는 마당에 CTmax가 38.7°C냐 40.2°C냐는 바위를 은신처로 쓸 수 있느냐를 크게 좌우하지 못해요. 둘 다 한참 못 미치니까요. 논문의 문장을 옮기면, 발생 과정에서 생긴 내열성 차이는 높은 온도로부터 도마뱀을 지켜 주지 못했어요.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내열성(CTmax)뿐이에요. 앞서 본 내한성(CTmin) 차이는 한여름 바위 밑에서 걸리는 문제가 아니라 겨울나기에 걸릴 만한 문제인데, 이 논문은 그쪽을 야외 자료로 따져 보지 않았어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물이 3m 깊이로 차오르는데 키가 1m 60cm인 사람과 1m 62cm인 사람 중 누가 유리한지 따지는 것과 비슷해요. 2cm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상황이 그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요.

결과 3: 계산상 더 크게 작용한 것은 부화 날짜였어요

그러면 무엇이 노출 위험을 더 크게 갈랐을까요. 논문이 야외 온도 자료로 계산해 내놓은 답은 부화 시기예요.

더운 처리 알은 훨씬 일찍 부화했어요.

처리 부화 날짜 범위 중앙값 부화일
더운 처리 2015년 1월 10일 – 2월 7일 2월 1일
서늘한 처리 2015년 2월 11일 – 3월 11일 2월 24일

논문 초록은 더운 쪽이 27일 일찍 부화했다고 적고, 결과 절에 실린 중앙값 부화일은 2월 1일과 2월 24일로 23일 차이예요. 논문이 두 수치를 따로 맞춰 설명하지는 않지만, 어느 쪽으로 보든 3주가 넘는 큰 차이라는 점은 같아요.

그런데 남반구에서 1월 초부터 2월 초는 한여름 한복판이에요. 2월 말과 3월 초는 여름이 꺾이는 무렵이고요. 즉 더운 처리 새끼는 가장 뜨거운 시기에 세상에 나왔고, 서늘한 처리 새끼는 더위가 물러갈 때 나왔어요.

이 종의 새끼는 부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란지 근처의 얇고 햇볕 드는 바위 밑에 자리를 잡아요. 그래서 부화 시점이 곧 언제부터 바위 아래 열기를 감당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요.

논문은 이걸 두 방식으로 계산해서 대조했어요.

(가) 두 그룹이 같은 날 부화했다고 가정하면, CTmax 차이만 반영돼요.

조사지 더운 처리 서늘한 처리
다라왈 국립공원 하루 2.48시간 하루 2.00시간
모튼 국립공원 하루 2.07시간 하루 1.57시간

(바위 온도가 각 그룹의 CTmax를 넘는 하루 평균 시간)

절대 시간으로는 30분 남짓 차이예요. 비율로 보면 24-32% 늘어나는 셈이라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바로 아래 (나)와 견주면 훨씬 작은 몫이에요.

(나) 실제 중앙값 부화일을 넣으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져요.

조사지 더운 처리 서늘한 처리 통계
다라왈 국립공원 하루 2.48시간 하루 0.29시간 \(t_{1,42}\)=3.98, P<0.001
모튼 국립공원 하루 2.07시간 하루 0.05시간 \(t_{1,42}\)=3.94, P<0.001

통계 표기는 논문 PDF에 인쇄된 그대로 옮겼어요. t에 자유도가 두 개 붙는 형태는 성립하지 않고(t는 자유도를 하나만 써요) 보통 F 통계량에 쓰는 형식이라, 논문 쪽의 표기 실수로 보여요. 다만 논문이 이 비교에 어떤 검정을 썼는지 본문에 설명하지 않아서, 통계량 종류를 짐작으로 바꾸지 않고 원문 표기를 그대로 두었어요.

서늘한 처리 쪽이 거의 0에 가깝게 떨어졌어요. 모튼에서는 하루 3분 수준이에요. 늦게 나온 덕분에 위험한 시기를 통째로 비켜 간 거예요.

며칠이나 위험에 노출되는지로 세어도 마찬가지예요.

조사지 더운 처리(일찍 부화) 서늘한 처리(늦게 부화)
다라왈 국립공원 26일 9일
모튼 국립공원 16일 2일

(바위 온도가 그 그룹의 CTmax를 넘은 날의 수)

두 조사지에서 각 처리군의 CTmax를 넘긴 바위의 비율을 날짜별로 나타낸 막대그래프
출처: Dayananda, Murray & Webb 2017,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20, Fig. 4. 화살표는 각 처리군의 중앙값 부화일

위 막대그래프를 보면 더 선명해요. 검은 막대(더운 처리)가 몰려 있는 구간은 1월 말부터 2월 초, 그러니까 더운 처리 새끼가 태어난 바로 그 시기예요. 어떤 날은 조사한 바위의 90% 가까이가 그들의 CTmax를 넘었고, 모튼(B 패널)에서는 조사한 바위가 전부 넘은 날도 있어요. 반면 흰 막대(서늘한 처리)는 드문드문하고 낮아요. 앞의 표에 적은 대로 모튼에서 서늘한 처리가 CTmax를 넘긴 날은 이틀뿐이에요.

정리하면 이래요. 계산상 일찍 부화한 새끼는 바위 밑을 안전한 은신처로 쓸 수 없는 날이 훨씬 많았어요. 논문은 폭염 때 이런 새끼가 더 시원한 틈으로 물러나거나 과열로 죽을 위험에 노출될 거라고 해석해요. 그리고 그 대피에도 대가가 따른다고 지적하고요.

  • 바위에서 나오는 순간 새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논문은 지적해요.
  • 서늘한 틈에 계속 숨어 있으면 체온이 낮아 성장이 느려지는 비용을 치를 수 있고요.

둘 다 이 연구에서 직접 관찰하거나 측정한 것이 아니라, 논의에서 선행 연구를 근거로 제시한 기제예요.

실제로 같은 연구팀의 다른 논문에서, 다라왈 국립공원의 더운 처리 새끼는 서늘한 처리 새끼보다 성장률과 생존율이 낮았다고 보고됐어요.

이 논문이 확인하지 못한 것

논문 스스로 밝힌 한계가 있어요. 이 부분을 빼고 읽으면 결과를 과하게 받아들이게 돼요.

  1. 부화 후 7-10일 시점만 쟀어요. 그래서 이 차이가 일시적인지, 자라면서도 계속 남는지는 이 논문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다른 도마뱀에서는 유체가 성체보다 CTmax가 높았다는 보고가 있어서, 나이에 따라 내열성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어요. 앞서 본 2019년 후속 연구가 바로 이 한계를 겨냥해 42일령과 6개월령까지 따라가 봤고, CTmax 차이는 남지 않고 CTmin 차이는 남는다는 답을 냈어요.
  2. 열경화(heat hardening)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어요. 열경화는 짧은 고온 노출을 겪은 뒤 몇 시간 안에 내열성이 일시적으로 올라가는 반응이에요. 어떤 스킨크는 이 방식으로 내열성이 최대 2.6°C까지 올랐어요. 벨벳게코 새끼도 이럴 수 있는지는 조사되지 않았어요.
  3. 내한성 변화의 야외 의미를 다루지 않았어요. 논문은 내열성에 집중했지만, CTmin이 0.5°C 높아진 것도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정해요.
  4. HSP 가설을 검증하지 않았어요. 앞서 말한 대로 측정 없이 제시된 설명이에요.
  5. 한 종, 두 조사지, 한 해의 실험이에요. 논문은 다른 도마뱀 분류군에서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변동 온도를 써서 후속 실험을 해야 결과의 일반성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마무리해요.

크레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읽을까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분명히 할게요.

  • 이 논문의 27.0°C를 크레에게 위험한 온도로 옮겨 적으면 안 돼요. 종이 다르고, 자연 둥지 온도도 서식지도 달라요. 이 실험의 27.0°C는 오스트레일리아 사암 지대 둥지의 미래 시나리오지 사육 권장값이 아니에요.
  • 더운 처리가 나빴으니 낮은 온도가 좋다는 식으로 바꿔 읽어도 안 돼요. 이 실험은 두 조건만 비교했어요. 최적값을 찾은 실험이 아니에요.
  • 결과의 상당 부분이 야외 조건에 기대고 있어요. 부화 시기가 그렇게까지 결정적이었던 이유는 새끼가 한여름 노출 바위 밑에 자리를 잡는 종이라서예요. 사육장에는 59°C짜리 바위가 없어요.

그래도 남는 것이 있어요. 숫자가 아니라 생각의 틀이에요.

첫째, 발생 중의 고온이 더위 적응 훈련이 되지는 않았어요. 이게 이 논문의 가장 값진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더운 데서 키우면 더위에 강해질 거라는 직관은 적어도 이 종, 이 조건에서는 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반대였고요. 앞서 본 후속 연구에서는 CTmax가 아주 조금 올라가긴 했지만 생후 6주에 다시 재 보니 그마저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러니 두 연구를 합쳐 봐도 조금 높게 부화시키면 더위에 더 잘 버티는 개체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뒷받침되지 않아요. 크레에서도 같은지는 아직 알 수 없고요.

둘째, 부화 온도의 효과는 부화하는 순간에 끝나지 않아요. 이 실험에서 온도가 남긴 것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몸에 새겨진 생리적 차이(CTmax와 CTmin)였고, 다른 하나는 부화 날짜가 3주 넘게 당겨진 것이었어요. 그리고 야외 온도 자료를 대입한 계산에서 더 크게 작용한 쪽은 후자였어요. 부화 온도를 정할 때 며칠 만에 나오는지는 흔히 편의의 문제로 다뤄지지만, 이 연구에서는 그 자체가 결과를 좌우하는 변수였어요.

셋째, 평균값만으로는 배아가 겪은 조건을 다 설명할 수 없어요. 이 실험의 두 처리는 평균이 23.2°C와 27.0°C로 3.8°C 차이지만, 최고점은 33°C와 37°C예요. 그런데 두 처리는 평균도 최저점도 최고점도 하루 온도 곡선의 모양도 함께 달랐기 때문에, 관찰된 효과를 37°C 봉우리 하나의 탓으로 떼어낼 수는 없어요. 논문이 그렇게 나눠서 검증한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부화 조건을 볼 때는 평균값 하나가 아니라 하루 최고점, 고온에 머문 시간, 전체 변동 양상을 함께 봐야 해요. 인큐베이터 표시창의 설정값과 알 옆의 실제 최고 온도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와도 이어져요. 이 부분은 부화 온도 근거를 정리한 글에서 실무적으로 더 다뤘어요.

넷째, 알이 부화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이 논문은 처리별 부화율을 따로 보고하지 않아요. 양쪽 모두 실험을 진행할 만큼 새끼가 나왔고, 그다음에 그 새끼들을 하나하나 재 봤을 때에야 차이가 드러났어요. 부화 성공 여부는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니라는 이야기예요.

덧붙이면, 같은 어미 43마리에서 나온 같은 알들을 같은 두 온도 프로파일로 부화시킨 같은 연구팀의 자매 논문에서는 부화율도 보고했어요. 다라왈 개체군에서 서늘한 쪽 86.4%, 더운 쪽 54.5%로 갈렸어요(모튼 국립공원 인근 나우라 개체군에서는 85.7%와 76.2%로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고요). 그 논문에서는 더운 처리 새끼가 공간 학습 과제에서도 뒤처졌어요. 그러니까 알 단계에서 이미 걸러진 뒤에, 살아서 나온 새끼들만 놓고 다시 재 봤는데도 열내성에서 또 차이가 났다는 이야기예요. 그 실험은 부화 온도 근거를 정리한 글에 정리돼 있어요.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일게요. 이 논문의 제목은 우연히 지어진 게 아니에요. 참고문헌에 2012년 논문 “Hotter nests produce smarter young lizards”(더운 둥지는 더 똑똑한 새끼 도마뱀을 만든다)가 들어 있어요. 그 제목을 뒤집어 lower thermal tolerance로 맞춰 놓은 거예요. 더운 둥지가 무엇을 만드는지는 무엇을 재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는 뜻이기도 해요.

정리

  • 오스트레일리아 벨벳게코(Amalosia lesueurii) 알을 현재 둥지(평균 23.2°C)와 미래 둥지(평균 27.0°C) 변동 온도로 부화시켰어요. 같은 클러치의 알 두 개를 양쪽에 하나씩 나눈 설계예요.
  • 더운 처리 새끼는 CTmax가 38.7°C로 서늘한 처리(40.2°C)보다 1.5°C 낮았고, CTmin은 6.2°C로 0.5°C 높았어요. 두 임계점 모두 불리한 방향으로 유의하게 움직였어요.
  • 발생 중 고온 노출이 내열성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어요. 논문은 열충격단백질 생산의 대가를 가설로 제시하되, 직접 검증하지는 않았어요.
  • 2년 뒤 같은 종을 다시 실험한 후속 논문에서는 CTmax가 14일령에 0.26°C 높아졌다가 생후 6주에는 사라졌고, CTmin은 이 논문과 같은 방향으로(더운 쪽이 더 높게) 움직여 6개월령까지 남았어요. 내열성 쪽 결과는 두 연구가 갈리지만, “발생 중 고온이 내열성을 쓸모 있게 끌어올리지는 않는다”는 결론은 두 연구가 같아요.
  • 야외 바위 밑 온도가 50°C를 넘나들었기 때문에 1.5°C의 내열성 차이는 실질적인 방패가 되지 못했어요. 대신 3주 넘게 일찍 부화한 것이 위험 온도에 노출되는 것으로 계산된 시간과 날수를 크게 늘렸어요. 다만 그 계산은 2014년 여름 바위 온도에 2015년 부화 시기를 대입한 결과예요.
  • 크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다른 종 실험이에요. 다만 더운 데서 자라면 더위에 강해진다는 직관이 파충류 배아에서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부화 시기 자체가 결과를 바꾼다는 점은 기억할 만해요.

이 글은 아래 논문의 원문을 직접 읽고 방법·결과·논의를 정리했어요.

  • Dayananda, B., Murray, B. R. & Webb, J. K. (2017). “Hotter nests produce hatchling lizards with lower thermal toleranc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20(12), 2159-2165. DOI 10.1242/jeb.152272 · 데이터: Dryad Digital Repository

본문에서 이 논문이 인용한 자료로 언급한 연구들은 다음과 같아요.

  • Amiel, J. J. & Shine, R. (2012). “Hotter nests produce smarter young lizards.” Biology Letters, 8, 372-374.
  • Clusella-Trullas, S. & Chown, S. L. (2014). “Lizard thermal trait variation at multiple scales: a review.” Journal of Comparative Physiology B, 184, 5-21. (게코류와 다른 도마뱀 무리의 CTmax·CTmin 평균)
  • Dayananda, B., Gray, S., Pike, D. & Webb, J. K. (2016). “Communal nesting under climate change: fitness consequences of higher nest temperatures for a nocturnal lizard.” Global Change Biology, 22, 2405-2414. (둥지 온도와 기온의 상관, 성장·생존)
  • Dayananda, B., Penfold, S. & Webb, J. K. (2017). “The effects of incubation temperature on locomotor performance, growth and survival in hatchling velvet geckos.” Journal of Zoology.
  • Gao, J. et al. (2014). “Heat shock protein expression enhances heat tolerance of reptile embryo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1, 20141135. (자라 Pelodiscus sinensis의 HSP70 과발현 실험)
  • Levy, O. et al. (2015). “Resolving the life cycle alters expected impacts of climate change.”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82, 20150837. (Sceloporus undulatus 배아의 고온 노출)
  • Telemeco, R. S. et al. (2016). “Lizards fail to plastically adjust nesting behavior or thermal tolerance as needed to buffer populations from climate warming.” Global Change Biology, 23, 1075-1084. (Sceloporus tristichus 배아의 고온 생존)
  • Lutterschmidt, W. I. & Hutchison, V. H. (1997). “The critical thermal maximum: data to support the onset of spasms as the definitive end point.” Canadian Journal of Zoology, 75, 1553-1560. (임계 온도의 종점을 무엇으로 볼지 다룬 연구. 이 논문은 임계 온도가 뒤집기 반사의 소실과 결부된다고 적으면서 이 연구를 인용했어요)
  • Phillips, B. et al. (2016). “Heat hardening in a tropical lizard: geographic variation explained by the predictability and variance in environmental temperatures.” Functional Ecology, 30, 1161-1168. (열대우림 스킨크 Lampropholis coggeri의 열경화 반응)

같은 벨벳게코를 다룬 아래 두 논문도 원문을 읽고 대조했어요. 둘 다 위 논문보다 뒤에 나왔거나 같은 시기에 나온 자매 연구라, 위 논문이 인용한 자료는 아니에요.

  • Abayarathna, T., Murray, B. R. & Webb, J. K. (2019). “Higher incubation temperatures produce long-lasting upward shifts in cold tolerance, but not heat tolerance, of hatchling geckos.” Biology Open, 8, bio042564. 원문 · DOI 10.1242/bio.042564 (같은 종 후속 실험. CTmax·CTmin·열경화 능력을 14일령·42일령·6개월령에 측정)
  • Dayananda, B. & Webb, J. K. (2017). “Incubation under climate warming affects learning ability and survival in hatchling lizards.” Biology Letters, 13, 20170002. DOI 10.1098/rsbl.2017.0002 (같은 어미 43마리의 알 86개를 같은 두 프로파일로 부화시킨 자매 논문. 부화율과 공간 학습 능력을 보고)

본문의 그림 네 장(Fig. 1-4)은 위 Dayananda, Murray & Webb 2017 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왔어요. 벨벳게코 사진 두 장은 위키미디어 커먼즈에서 가져왔어요. 성체 사진은 Will Cornwell, CC BY 4.0, 어린 개체 사진은 Peter Firminger, CC BY 2.0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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