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그레이스케일 요정, 잔틱이를 소개해요
오늘은 논문이나 사육 정보 말고, 그냥 다이어리처럼 우리 집 이야기를 하나 풀어볼게요. 주인공은 저희 집 크레 중 한 마리인 잔틱이에요.
손바닥에 쏙 들어올 만큼 작았던 첫날
잔틱이는 2025년 11월 8일에 해칭했고, 저는 해칭한 지 열흘 남짓 지난 11월 19일에 크레인에서 데려왔어요. 해칭한 지 겨우 11일 만에 집에 온 거라, 처음 만났을 때는 정말 작았어요. 지금 소개하는 사진들은 그 뒤로 조금씩 자라면서 찍은 사진들이에요.

아잔틱이 뭐길래
잔틱이의 모프는 아잔틱(axanthic)이에요. 크레인에서 아잔틱으로 분양받은 개체고요. 크레는 원래 갈색, 주황, 빨강처럼 따뜻한 색이 도는 개체가 많은데, 이런 색은 피부에 있는 색소세포가 만들어요. 노랑 계열은 황색소포(잔토포어), 빨강 계열은 적색소포(에리트로포어)가 맡고 있죠. 아잔틱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설명하면 이 노랑과 빨강 계열의 발색이 크게 줄어든 모프예요. 쉽게 말하면 크레가 원래 낼 수 있는 주황, 빨강, 노랑 같은 따뜻한 색감이 대부분 빠지고, 검정과 회색, 흰색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흑백 사진 같은 인상이 된다고 보면 돼요. 다만 완전한 무채색이 되는 건 아니라서, 크림색이나 옅은 회갈색 기운이 남아 있는 개체도 있어요. 위 사진의 잔틱이도 몸통은 짙은 회갈색이고, 등줄기와 다리 쪽에 하얀 반점과 줄무늬가 섞여 있어서 흑백 대비가 꽤 뚜렷한 편이에요. 크레 아잔틱에서 정확히 어느 세포의 어느 과정이 영향을 받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 그 이야기는 모프와 형질을 한 번에 정리한 글에 더 자세히 써 뒀어요.

먹는 걸 참 좋아하는 아이예요. 사료 스푼 근처에 있으면 혀로 입 주변을 계속 핥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사진에서도 딱 걸렸네요.
아빠는 아크, 엄마는 앙숙이에요
잔틱이의 부모는 아빠 아크, 엄마 앙숙이에요. 크레인에서 아잔틱 라인을 꾸준히 브리딩하고 있는데, 잔틱이 말고도 같은 아빠(아크)를 둔 아이가 저희 집에 한 마리 더 있어요. 나중에 다 자란 성체로 데려온 아잔이에요. 그래서 둘은 부계로는 남매 사이인데, 아잔은 엄마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 어미까지 같은지 아니면 배다른 사이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아래는 아빠 개체(참고 사진)예요. 잔틱이 본인 사진이 아니라 혈통을 기록해두려고 남겨둔 참고 사진이에요.

지금은 이만큼 컸어요
데려온 지 몇 달이 지난 요즘은 처음보다 훨씬 여유롭게 돌아다녀요.

낮에는 이렇게 가지 위에 웅크리고 앉아 쉬고 있을 때가 많아요. 사진만 보면 눈을 반쯤 감은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크레는 움직이는 눈꺼풀이 없어서 눈을 감지 못해요. 눈꺼풀 대신 투명한 비늘(스펙터클)이 눈을 덮고 있어서, 쉴 때도 잘 때도 눈은 그대로 뜬 상태예요. 대신 밝은 낮에는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이려고 동공이 실처럼 가늘어지는데, 사진에서 눈이 감긴 것처럼 보이는 건 그 때문이에요. 이 눈 구조 이야기는 크레의 몸 구조를 정리한 글에 더 자세히 적어 뒀어요.

그런데 또 사육통 정리를 하려고 하면 이렇게 가장자리 위로 얼굴을 쏙 내밀고 밖을 살피기도 해요. 그레이스케일이라 사진으로 찍으면 묘하게 차분한 느낌이 나서, 개인적으로 제일 애정이 가는 개체 중 하나예요.
앞으로도 잔틱이 크는 모습을 종종 다이어리로 남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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