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 처음 키운다면: 사육장·먹이·핸들링 기본기
지금까지는 크레(크레스티드 게코)가 어떤 동물인지, 유전체 연구에서 뭐가 밝혀졌는지를 다뤘는데요, 이번엔 진짜 실전이에요. 사육장은 어떻게 꾸미고, 뭘 먹이고, 어떻게 만져야 할까요?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가 공개한 케어 가이드를 바탕으로 기본기를 정리했어요.
사육장 크기와 위치
RSPCA는 성체 기준 최소 가로 45cm × 높이 60cm × 깊이 45cm를 권장해요. 크레는 나무 위에서 사는 수목성 동물이라 바닥 면적보다 높이가 중요해요. 새끼는 이보다 작은 사육장에서 시작해서 자라는 대로 크기를 늘려가면 돼요. 재질은 습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유리를 권하고, 통풍이 안 되는 구석이나 열원(난방기 등) 바로 옆, 직사광선이 드는 창가는 피해서 놓으라고 해요.
온도: 구배를 만들어주세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사육장 안에 온도구배(thermogradient), 즉 한쪽은 따뜻하고 다른 쪽은 서늘한 온도 차이를 만들어야 해요. 쉽게 말하면 사육장을 통째로 같은 온도로 덥히는 게 아니라, 크레가 스스로 이동하면서 자기한테 맞는 온도를 골라 있을 수 있게 해주는 거예요.
- 일광욕 존(따뜻한 쪽): 26-28°C
- 서늘한 쪽: 20-24°C
- 야간 온도: 18-20°C까지는 자연스럽게 떨어져도 괜찮아요
히트 램프를 쓴다면 반드시 메시로 감싸 화상을 막고, 온도조절기(써모스탯)는 필수예요. 세라믹 히터는 조광식이나 펄스 비례 방식, 히트 매트는 온/오프형에 온도 감지 프로브를 매트 위에 직접 올려두는 방식을 써요. 일광욕 존과 서늘한 쪽에 디지털 온도계를 각각 두고 매일 확인하는 게 좋아요. 밤에는 빛이 나오지 않는 열원(세라믹 히터나 히트 매트)으로 18°C 정도를 유지해요.
습도: 40-50%, 분무로 최대 80%까지
평상시 습도는 40-50%를 목표로 하고, 분무로 일시적으로 최대 80%까지 올려줘요. 습도계로 꾸준히 확인하는 게 좋아요. 다만 기질이 물에 흥건히 잠길 정도로 과습되지 않게 주의해야 해요. 젖은 상태가 오래가면 세균이 번식해서 피부나 호흡기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조명: 자연광·UVA·UVB
빛에는 세 가지 역할이 있어요. 자연광은 크레의 하루 리듬(일주기)을 잡아주고, UVA는 시력을 자극해서 식욕을 돋우고, UVB는 비타민 D3 합성에 관여해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UVB가 있어야 피부에서 비타민 D3가 만들어지고, 이 비타민 D3가 있어야 몸이 칼슘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아무리 칼슘 보충제를 먹여도 UVB 조명이 없으면 그 칼슘을 몸이 제대로 못 쓴다는 뜻이에요.
RSPCA는 중간 출력(5-7% UVB) 램프를 사육장 위쪽에 둬서 밝은 곳과 그늘이 나뉘도록 설치하라고 권해요. UV 인덱스 측정기로 확인했을 때 일광욕 영역은 UVI 0.7 정도, 그늘은 0이 기준이에요. UVB는 눈에 안 보이게 시간이 지나며 출력이 떨어지니 제조사가 권장하는 주기에 맞춰 꼭 교체해야 해요. 조명 사이클은 12시간 켜고 12시간 끄는 걸 타이머로 맞추면 편해요.
청소
배설물은 눈에 띄는 대로 바로 치우고, 한 달에 한 번은 파충류 전용 소독제로 사육장 전체를 소독해요. 청소하거나 핸들링한 뒤에는 꼭 손을 씻어야 해요. 살모넬라균은 파충류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균이라, 사람에게 옮지 않도록 주의하는 차원이에요.
먹이: 물, 과일, 곤충, 크레스티드 게코 다이어트(CGD)
물은 늘 신선하게 채워두세요. 물그릇을 오염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자주 갈아줘야 해요.
과일은 블루베리·배·파파야·딸기·망고 등을 으깨서 보충제와 섞어 줘요. 감귤류와 바나나는 칼슘 흡수를 방해해서 피하는 게 좋아요.
곤충은 작은 듀비아 바퀴벌레, 칼시웜, 귀뚜라미 같은 살아있는 먹이를 줘요. 사육장 바닥에 풀어놓지 말고 별도 그릇에 담아 주는 게 좋은데, 크레가 기질을 함께 삼켜서 장이 막히는 폐색을 막기 위해서예요. 낮 동안 안 먹은 벌레는 치워주세요. 잠든 크레를 벌레가 물 수 있거든요. 급여 전에는 거트로딩(급여 24-48시간 전 벌레에게 영양가 있는 사료를 먹여두는 것)과 더스팅(급여 직전 비타민·미네랄 파우더를 살짝 묻히는 것)을 해주면 좋아요. 벌레 몸속과 표면에 영양을 미리 채워서, 결국 그 벌레를 먹는 크레에게 영양이 전달되게 하는 방식이에요.
CGD(크레스티드 게코 다이어트)는 물에 개어 쓰는 분말 보조 사료예요. 이것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밀·쌀·겨가 들어간 제품은 피하는 게 좋아요. 빨리 쉬어버리니 매일 치워줘야 해요.
RSPCA는 3주 주기로 식단을 돌리는 방법을 예로 들어요. 첫 주는 신선한 과일과 보충제, 둘째 주는 살아있는 곤충, 셋째 주는 CGD,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식이에요. 잘 먹고 있는지는 정기적으로 체중을 재보는 게 가장 확실해요. 자라는 개체라면 꾸준히 늘어야 하고, 다 자란 개체라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정상이에요.

사육장 환경 꾸미기
크레가 붙잡고 뛰어다닐 수 있는 가지나 덩굴(과일나무 가지나 포도덩굴처럼 안전한 목재)을 넣어주고, 반으로 자른 코코넛 껍질이나 코르크 튜브 같은 은신처를 마련해줘요. 살아있는 벌레를 급여하는 것 자체가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좋은 자극이 돼요. 기질은 코코넛 섬유나 전용 배합토를 쓰고 위에 이끼나 낙엽을 덮어요. 키가 크고 잎이 넓은 실제 식물을 넣어주면 명암 변화가 생겨서 크레가 숨을 곳을 스스로 고를 수 있어요. 더 본격적으로 꾸미고 싶다면 지렁이·톡토기 같은 청소 생물까지 넣는 바이오액티브 사육장도 고려해볼 만해요.
혼자 살아야 할까, 같이 살아야 할까
기본적으로는 한 마리씩 단독으로 키우는 게 원칙이에요. 특히 수컷끼리는 절대 함께 살 수 없어요. 암컷끼리는 조건부로 합사가 가능한데, 일광욕 자리·은신처·먹이 자리가 개체 수만큼 충분해야 하고 공격성을 계속 지켜봐야 해요. 쫓아다니기, 울음소리, 꼬리를 흔드는 행동, 물기 같은 신호가 보이면 바로 분리해야 해요.
핸들링: 꼬리는 절대 잡지 마세요

크레가 스스로 손 위로 올라오도록 유도하는 게 원칙이고, 억지로 붙잡지 않아요. 꼬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잡으면 안 돼요. 자절될 위험도 있지만, 꼬리에는 지방이 저장돼 있어서 잃으면 그만큼 손해고, 앞서 다룬 것처럼 크레는 꼬리가 다시 자라지도 않아요. 손 위에 올려두는 시간은 10분 정도가 적당해요. 사람 체온이 크레보다 높아서 오래 잡고 있으면 크레의 체온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새 사육장에 들일 때는 일주일 정도 장비를 미리 켜서 환경을 안정시킨 다음 크레를 들이고, 들인 첫 주는 핸들링을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이때는 조명을 끈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다루는 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돼요.
이동시킬 때
통풍이 되는 플라스틱 용기에 부드럽고 흡수력 있는 종이를 깔아서 옮겨요(새끼는 곤충 사육용 소형 통도 괜찮아요). 너무 춥거나 더운 환경은 피하고, 필요하면 핫팩을 넣되 과열되지 않게 조심해요. 이동 시간 자체를 최대한 짧게 하는 게 좋아요.
건강 이상 신호
건강한 크레는 눈이 맑고 밝으며 빛에 동공이 잘 반응하고, 피부에 물집이 없이 매끈하고, 꼬리와 척추가 곧아요.
탈피는 파충류라면 다 겪는 정상적인 과정이고, 크레는 어릴수록 자주 탈피해요. 벗은 허물을 스스로 먹는 것도 정상 행동이에요. 문제는 탈피가 제대로 안 끝나서 허물이 발가락에 남는 경우인데, 심하면 발가락을 잃고 이동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요. 원인은 대개 먹이·수분·습도 부족이에요. 이럴 때는 미지근한 얕은 물에 담가 불린 뒤 살살 떼어주고, 절대 세게 잡아당기면 안 돼요(새 피부가 다칠 수 있어요). 반복되면 파충류 전문 수의사와 상담하세요.
대사성 뼈 질환(MBD)은 비타민·미네랄, 특히 칼슘 부족과 비타민 D3 부족(UVB 조명 부족과 직결)이 원인이에요. 다리·입·척추가 붓거나 변형되는 증상으로 나타나고, 한번 심해지면 치료가 어렵고 만성 기형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앞서 설명한 UVB 조명과 균형 잡힌 식단이 곧 예방책이에요.
폐색은 소화 안 되는 기질을 삼키거나, 영양이 부족해서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었을 때 생겨요. 곤충을 별도 그릇에 담아 주고 완전한 영양의 먹이를 챙기는 게 예방법이에요.
처진 꼬리 증후군은 오를 공간이 부족해서 유리벽에 거꾸로 매달리다가 꼬리가 눌려 손상되는 증상이에요. 충분한 높이와 등반용 가지를 마련해주면 예방할 수 있어요.
이 중 하나라도 의심되면 미루지 말고 파충류를 잘 아는 수의사에게 데려가야 해요.
이 글은 RSPCA의 케어 가이드를 바탕으로 정리했어요. 사육장·먹이·건강 항목 각각을 더 깊게 다루는 글은 다음에 이어서 준비해볼게요.
본문 사진: Correlophus ciliatus in aquarium by KKPCW (Kyu3), CC BY-SA 4.0 / Baby crested gecko by DigitalLem0n, CC BY-SA 4.0 / Tame Crested Gecko by Jazium, CC BY-SA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