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티드 게코(Correlophus ciliatus), 알고 보면 파란만장한 도마뱀붙이예요
크레스티드 게코, 줄여서 “크레”라고 많이 불러요. 공식 국명은 속눈썹도마뱀붙이, 한국 학명은 볏도마뱀붙이이고, 학명은 Correlophus ciliatus (Guichenot, 1866)예요. 이 글에서는 편하게 “크레”라고 부를게요. 사실 크레는 한동안 “멸종한 도마뱀붙이”로 알려져 있었어요. 1994년, 로베르트 자이프(Robert Seipp)라는 학자가 이끈 탐사대가 뉴칼레도니아에서 우연히 다시 발견하기 전까지는요. 그 뒤로 사육 개체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면서, 지금은 표범도마뱀(레오파드 게코) 다음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반려 게코가 됐어요. 데려오기 전에 크레가 원래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두면 사육장을 꾸밀 때도 훨씬 감이 잡힐 거예요.

이름은 왜 이렇게 됐을까: 분류학 이야기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크레는 1866년 프랑스 동물학자 알퐁스 기슈노(Alphonse Guichenot)가 처음 학계에 기록했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Rhacodactylus ciliatus라는 학명으로 불렸는데, 이후 유전자 분석을 통한 계통분류학 연구를 거치면서 Correlophus속으로 다시 분류됐죠.
쉽게 말하면, 처음엔 이 친구를 “이 가문(속) 소속”이라고 봤는데, 나중에 DNA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실 다른 가문에 더 가깝다는 게 밝혀져서 족보를 다시 그린 거예요. 종소명 “ciliatus”는 라틴어로 “속눈썹이 있는”이라는 뜻인데, 눈 위로 뻗은 속눈썹 모양의 피부 돌기를 보고 붙인 이름이에요.
고향은 뉴칼레도니아
크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 남부에만 사는 고유종이에요. 지구상 딱 이곳에서만 자연 서식한다는 뜻이죠. 그마저도 한 덩어리로 모여 사는 게 아니라, 서로 떨어진 세 개의 개체군으로 나뉘어 있어요.
- 파인 섬(Isle of Pines)과 그 주변 작은 섬들
- 본섬(그랑드테르, Grande Terre)의 블루강(Blue River) 인근 보호구역
- 역시 본섬에 있는 즈마크산(Mount Dzumac) 남쪽 지역

세 곳 다 습기가 많은 열대우림이에요. 사육장을 만들 때 “습도 높게, 통풍도 적당히”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나와요.
생김새: 눈, 발가락, 꼬리 이야기

눈부터 볼까요. 크레는 눈꺼풀이 없어요. 대신 눈을 덮는 반투명한 비늘, ‘스펙타클(spectacle)’이라는 구조가 있어요. 전문적으로는 이게 각막을 보호하고 눈의 수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우리가 콘택트렌즈를 끼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태예요. 렌즈에 먼지가 묻으면 손으로 만지죠? 크레는 손 대신 혀로 핥아서 이물질을 닦아내요.
발가락도 신기해요. 발가락 끝과 꼬리 끝에는 아주 가느다란 털(setae)과 주걱처럼 생긴 미세 구조(spatulae)가 빽빽하게 나 있어요. 이 구조들이 표면과 분자 수준에서 달라붙는 힘(반데르발스 힘)을 만들어내는데, 결과만 보면 마치 벨크로(찍찍이)처럼 유리 같은 매끈한 표면에도 착 달라붙어 걸어 다니는 거예요. 사육장 유리벽을 아무렇지 않게 타고 다니는 게 바로 이 능력 덕분이죠.
꼬리는 절반은 붙잡는 용도예요. 완전히 원숭이처럼 나뭇가지를 휘감아 매달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걸치듯 살짝 감아 균형을 잡는 데 씁니다(반전지성, semi-prehensile). 위협을 느끼면 도마뱀 특유의 “꼬리 끊고 도망가기(자절)”도 가능한데요, 문제는 표범도마뱀과 달리 한 번 끊어지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야생에서 잡힌 성체는 꼬리가 없는 경우가 오히려 흔해요. “크레 꼬리는 소모품”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거예요.
크기는 성체 기준 꼬리까지 합쳐서 대략 20-25cm, 몸무게는 35-55g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꼬리가 전체 길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니, 꼬리 없는 개체를 보면 실제 몸집보다 훨씬 작아 보일 수 있어요.
색과 무늬는 정말 다양해요. 회색·갈색·빨강·주황·노랑까지 폭넓고, 무늬도 아예 없는 개체, 몸 가장자리가 흰 개체,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있는 개체 등 야생에서도 제각각이에요. 지금 사육 시장에 나와 있는 화려한 모프들이 이렇게 다양한 야생 색상 변이에서 출발한 셈이에요.
어떻게 살아갈까: 생태와 습성
크레는 나무 위에서 사는 수목성 동물이에요. 열대우림 상층부를 좋아하고, 낮에는 높은 가지 위에서 자다가 밤이 되면 활동하는 야행성이에요. 이동할 때는 가지 사이를 멀리뛰기로 건너다녀요.
식성은 잡식이에요. 과일, 꽃꿀, 꽃가루, 그리고 다양한 곤충을 함께 먹어요. 사육 시 과일 베이스 배합 사료(CGD 같은 제품)가 널리 쓰이는 것도 이 잡식성 때문이에요.
야생 개체는 여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어요.
- 외래종 왕개미(전기개미, Wasmania auropunctata) 유입: 가장 큰 위협으로 꼽혀요.
- 산불로 인한 서식지 파괴
- 외부에서 들어온 쥐의 포식, 사슴·돼지 유입으로 인한 서식지 훼손
이런 이유로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은 이 종을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뉴칼레도니아의 다른 게코 종들과 함께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보호종 지정도 검토 중이에요.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말하면, “이 이상 야생에서 마구 잡아가면 안 되는 명단”에 오를지 심사받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만큼 지금 우리 손에 있는 개체들은 대부분 야생이 아니라 사육 번식 개체라는 걸 기억해 두시면 좋아요.
번식은 이렇게 이루어져요
암컷은 한 배(clutch)에 알을 2개씩 낳고, 부화까지는 60-150일 정도가 걸려요. 한 번 짝짓기를 하고 나면 이후 8-10개월 동안 4-6주 간격으로 계속 2개씩 알을 낳을 수 있어요. 이 산란기가 끝나면 겨울철 기온과 일조 시간 변화로 유도되는 휴지기(쿨링 사이클)를 거치면서 체력과 영양 상태를 회복해요.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암컷의 입천장에는 칼슘을 저장해 두는 주머니가 두 개 있어요.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반복되는 산란으로 칼슘 소모가 급격히 늘면서 이 저장분이 급속히 고갈될 때, ‘칼슘 크래시(calcium crash)’라고 부르는 급성 칼슘 결핍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알을 낳을 때마다 몸속 칼슘 저금통을 헐어 쓰다가 잔고가 바닥나서 갑자기 몸에 탈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산란기 암컷에게 칼슘 보충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거고요.

갓 태어난 새끼는 조금 특이하게, 첫 탈피를 마치기 전까지는 아예 먹이를 먹지 않아요. 그때까지는 알 속에 있던 난황낭(yolk sack)에 남은 영양분으로 버텨요.
반려동물이 되기까지

지금은 야생 개체 수출이 금지돼 있어서, 우리가 만나는 크레는 거의 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육 번식된 개체예요. 손이 많이 가지 않고 색·무늬가 다양한 덕분에 표범도마뱀 다음으로 인기 있는 반려 게코가 됐어요. 수명은 기록상 15-20년 이상까지 보고돼 있지만, 정확한 최대 수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그만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친구라는 뜻이겠죠.
이번 글은 크레라는 종 자체를 알아보는 기초 편이었어요. 사육장 크기·온습도·조명·먹이 급여 같은 실전 사육 정보는 다음 글들에서 하나씩 다뤄볼게요.
출처: APES CareBase: Crested Gecko (Correlophus ciliatus)
사진 출처: Crested gecko – 1 by Lennart Hudel, CC BY 4.0 / Crested gecko face macro by Michael McConville, CC BY 4.0 / Tame Crested Gecko by Jazium, CC BY-SA 4.0
지도 출처: Nouvelle-Calédonie collectivity relief location map centered by Eric Gaba (Sting), CC BY-SA 3.0, 세 서식지 표시를 추가해 사용
칼슘 주머니 사진은 Altitude Exotics의 How to check Calcium Sacks in Crested Geckos 4분 35초 지점을 인용 목적으로 캡처했으며,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