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우리 집으로 온 백합처럼 하얀 아이, 릴리를 소개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희 집 크레 식구 중 한 마리, 릴리를 소개해 볼게요.
릴리는 2025년 8월 3일에 부화해서, 그해 12월 15일에 크레인에서 저희 집으로 왔어요.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이라 그런지 하얀 몸빛이 계절이랑 잘 어울린다고 느꼈던 기억이 나요. 신기하게도 저희 집 쿼드도 릴리와 해칭일이 똑같은데, 입양 시기는 며칠 차이가 나지만 같은 날 태어났다는 걸 알고 나니 두 아이를 볼 때마다 괜히 반가워요.

릴리라는 이름은 모프(같은 종 안에서 색이나 무늬로 구분해 부르는 이름) 이름을 그대로 따 왔어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크레스티드 게코(볏도마뱀붙이) 중에서 릴리 화이트(Lilly White) 형질을 가진 개체예요. 여기서 짚고 갈 게 하나 있어요. 릴리 화이트는 특정 농장이나 혈통의 이름이 아니라, 부모에게서 자손으로 전해지는 유전 형질이에요. 그것도 불완전우성이라, 이 형질을 하나만 받아도 우리가 아는 릴리 화이트의 모습이 나타나요.
생김새도 “몸 전체가 하얗다”기보다는 조금 더 정확한 설명이 있어요. 바탕색 자체가 흰색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바탕색 위에 얹히는 흰색과 크림색 무늬가 아주 넓게 퍼져서 전체적으로 뽀얀 인상을 주는 거예요. 사진 속 릴리도 등은 크림빛으로 덮여 있지만 옆구리와 다리에는 짙은 회색 무늬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이 무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저도 지켜보는 중인데, 브리더 자료에서는 새끼 때 노란기나 주황기가 섞여 있다가 자라면서 흰 부분이 점점 넓어진다고 해요.

릴리 화이트를 알아볼 때 브리더들이 가장 먼저 보는 곳은 꼬리예요.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꼬리가 기부부터 끝까지 끊김 없이 흰색이나 크림색인지 보는데, 릴리도 딱 그래요. 눈이 은회색을 띠는 것, 배에서 시작한 흰색이 옆구리 아래쪽까지 올라오는 것도 함께 보는 특징이고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눈으로 보는 단서라서, 하나만 맞는다고 릴리 화이트로 확정하지는 않아요. 전체적인 생김새와 부모의 교배 기록을 함께 놓고 판단해요.

릴리 화이트의 유전 방식은 DNA로 원인 유전자를 확인한 결과가 아니라, 브리더들이 여러 세대의 교배와 자손을 기록하며 파악한 거예요. 원 발견 브리더의 기록에서는 릴리 화이트와 일반 개체를 교배했을 때 자손의 약 절반이 릴리 화이트로 나타났어요. 릴리 화이트끼리 교배했을 때는 온몸이 흰 슈퍼폼으로 추정되는 자손이 부화하지 못하거나 곧 죽는 사례가 반복돼서, 릴리 화이트끼리 교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에요. 이 이야기는 크레의 모프와 형질 개론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고, 불완전우성이 무슨 뜻인지는 기초 유전학 글에서 다뤘어요.
성별은 수컷이에요. 사실 입양할 당시에는 아직 어려서 성별이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태였는데, 그동안 자라면서 수컷으로 확인됐어요. 아직 성격을 완전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손 위에 올려두면 도망가지 않고 얌전히 앉아 있는 편이라 다행이에요.

사육장 안 하이드(은신처) 틈에서 이렇게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을 때도 있어요. 코르크 바크 아래 숨어서 눈만 굴리며 밖을 살피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요.

릴리의 부모는 아빠 벤츠, 엄마 패드예요. 입양처인 크레인에서 받은 정보라 두 개체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아빠 개체(참고 사진)로 받은 벤츠의 사진을 보면 릴리처럼 흰색과 크림색이 몸을 넓게 덮고 있고 꼬리도 끝까지 크림색인 게 닮았어요. 릴리 화이트는 부모 중 어느 한쪽에게 받아야 나타나는 형질인데, 벤츠 사진이 그 특징과 잘 맞아 보여요. 다만 엄마 패드는 사진을 받지 못해서, 릴리가 어느 쪽에게 받았는지를 이 사진 한 장으로 확정할 수는 없어요.

앞으로 릴리가 자라면서 무늬가 어떻게 변하는지, 밥은 잘 먹는지 하나씩 기록해 볼게요. 다음에는 조금 더 자란 모습으로 다시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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