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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크레 배아의 생식소, 난소와 정소는 언제부터 갈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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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_at: "2023-12-22T09:00: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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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erpt: "크레의 알 속에서 생식소(난소가 될지 정소가 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원시 기관)는 언제, 어떻게 암컷과 수컷의 모습으로 갈라질까요? 크레·레오파드게코·모닝게코 세 종의 배아 생식소를 조직 절편으로 비교한 논문을 읽고 정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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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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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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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레스티드게코"
  - "학술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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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크레스티드 게코, 학명 *Correlophus ciliatus*)의 성별은 알 속에서 이미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 예전 글([크레의 성별은 엄마가 정한다?](https://cre.deios.kr/crested-gecko-zw-sex-determination-rad-seq/)
)에서 다룬 적이 있어요. 그런데 유전적으로 성별이 “결정”되는 것과, 그 배아의 몸속에서 실제로 난소 또는 정소의 모습을 갖춰가는 “분화”는 서로 다른 이야기예요. 폴란드 야기엘론스키 대학교 연구팀(Rams-Pociecha, Mizia, Piprek)이 크레를 포함한 게코 세 종의 배아를 단계별로 채집해서, 아직 암수 어느 쪽도 아닌 원시 생식소가 언제부터 어떤 순서로 난소 또는 정소의 구조를 갖춰가는지 현미경으로 추적한 논문이 있어요. 학술지 *Biology*에 2023년 12월 22일 실렸고, 오픈 액세스(CC BY 4.0)라 원문 그림을 그대로 가져와 볼 수 있어요.

사진: Jazium, CC BY-SA 4.0

## 생식소 능선이란 무엇인가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모든 척추동물의 배아는 발생 초기에 “생식소 능선(gonadal ridge, 생식샘능선이라고도 함)”이라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요. 콩팥의 원형인 중신(中腎, mesonephros) 바로 옆, 장을 매달고 있는 막인 등쪽 장간막(dorsal mesentery)의 등 쪽 끝에서 체강(몸속 빈 공간)을 덮은 상피 세포층(체강 상피, coelomic epithelium)이 두툼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시작돼요. 쉽게 말하면, 아직 난소도 정소도 아닌 밋밋한 세포 덩어리 두 개가 몸 안쪽에 생겨나는 게 첫 단계라는 뜻이에요. 이 덩어리에는 나중에 정자나 난자가 될 생식세포(germ cell)가 이주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콩팥 쪽에서 온 중간엽 세포(mesenchymal cell, 결합조직을 이루는 세포)도 함께 모여들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원시 생식소는 “양쪽 가능성을 다 가진(bipotential)” 상태예요. 즉 이 시점에는 난소로도, 정소로도 자랄 수 있는 백지 상태라는 뜻이에요.

이 원시 생식소는 구조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요. 겉을 감싸는 피질(cortex)과 안쪽 중심부인 수질(medulla)이에요. 흔히 “피질은 난소가 되고 수질은 정소가 된다”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논문을 포함한 최근 연구들은 이게 지나친 단순화라고 지적해요. 실제로는 난소의 상당 부분도 수질에서 자라나고, 정소의 겉면(피막)은 피질에서 유래해요. 그래서 이 논문은 “피질이 두꺼워지고 생식세포가 늘어나는지, 아니면 얇아지고 생식세포가 사라지는지”를 기준으로 암수 분화의 첫 신호를 추적했어요.

## 세 게코, 세 가지 성 결정 방식

연구팀이 고른 세 종은 각각 게코 하위목(Gekkota) 안에서 서로 다른 과(Family)에 속하고, 성별을 정하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요.

출처: Rams-Pociecha et al. 2023, Biology, Fig. 1A

| 종 | 과(Family) | 원산지 | 성 결정 방식 | 이 연구의 부화 온도 |
| --- | --- | --- | --- | --- |
| 크레(Correlophus ciliatus) | Diplodactylidae | 뉴칼레도니아 남부 | 유전적 성 결정(ZZ/ZW), 온도 영향도 일부 있음 | 27도 |
| 레오파드게코(Eublepharis macularius) | Eublepharidae | 아프가니스탄-인도·네팔의 초원·사막 | 온도의존성 성 결정(TSD) | 26도(암컷 위주)·32도(수컷 위주) |
| 모닝게코(Lepidodactylus lugubris) | Gekkonidae | 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태평양 도서(남미에도 유입) | 단위생식(암컷 혼자 번식), 400마리 중 1마리꼴로 정자 형성이 온전치 않은 수컷 출현 | 25도 |

크레가 “유전적 성 결정(ZZ/ZW)”이라는 설명 옆에는 이 논문이 직접 인용한 참고문헌이 있는데, 바로 예전에 다뤘던 그 RAD-seq 논문(Gamble et al. 2015)이에요. 크레는 암컷이 서로 다른 두 성염색체(Z와 W)를 갖는 방식이고, 그 성염색체는 현미경으로도 구분되지 않을 만큼 크기와 모양이 똑같다는 사실이 이 논문에서도 그대로 인정되고 있어요. 반면 레오파드게코는 부화 온도가 성별을 정하는 전형적인 TSD 종이라, 사육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레오파드게코는 부화 온도로 암수를 조절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거예요. 크레는 그렇지 않다는 게 이 표에서 다시 한번 확인돼요.

## 실험은 이렇게 진행됐다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연구팀은 크레·레오파드게코·모닝게코 배아를 정해진 발생 단계(stage, 이 논문에서는 레오파드게코 발생 단계표를 기준으로 삼은 S29부터 S41까지)마다 채집해서, 파라핀에 포매한 뒤 6마이크로미터 두께로 얇게 잘라 특수 염색(헤마톡실린과 피크로아닐린 염색)을 했어요. 이 염색법은 세포 바깥의 결합조직을 진하게 물들이면서 생식세포와 체세포를 구분해서 보여주는 방법이에요. 여기에 더해 E-카드헤린(E-cadherin, 상피세포를 서로 붙여주는 접착 단백질)과 라미닌(laminin, 세포와 세포 사이 바탕질을 이루는 단백질)에 대한 면역염색도 함께 했어요. 쉽게 말하면, 일반 염색으로는 잘 안 보이는 “이 세포 덩어리가 앞으로 상피 조직이 될 놈인지, 결합조직이 될 놈인지”를 단백질 표지로 색깔을 입혀 구분해서 본 거예요.

## 크레의 생식소: 능선에서 난소·정소까지

크레의 경우 알을 낳은 뒤 5일째(발생 단계 S29)에 생식소 능선이 처음 생겨요. 체강 상피가 두 곳에서 봉긋하게 솟아오르는 형태로 시작되는데, 이 부위의 상피 두께는 주변 장간막 상피보다 두 배 넘게 두꺼워요(평균 8.78마이크로미터 대 4.13마이크로미터). 하루 뒤인 S30(부화 6일째)에는 첫 생식세포가 나타나요. 생식세포는 크기가 크고 세포질이 옅으며 핵이 둥글고 뚜렷해서 주변 체세포와 육안으로 쉽게 구별돼요.

부화 8일째(S32)가 되면 미분화 생식소가 완성돼요. 겉을 감싸는 두꺼운 피질과 중심의 수질이 뚜렷하게 나뉘고, 그 경계에는 기저막(basement membrane, 상피 조직과 결합조직 사이를 가르는 얇은 막)이 자리를 잡아요. 아래 사진이 바로 이 시점의 실제 조직 절편이에요. 노란 점선이 피질과 수질의 경계이고, 빨간 막대(co1·co2·co3)는 부위마다 다른 피질의 두께를 표시한 거예요.

출처: Rams-Pociecha et al. 2023, Biology, Fig. 2H

암수 분화의 첫 신호는 부화 10일째(S32/D10)에 나타나요. 놀랍게도 겉모습이 아니라 피질의 두께와 생식세포 숫자라는 미세한 차이로만 구분돼요. 난소가 될 생식소는 피질이 점점 두꺼워지고 그 안의 생식세포도 늘어나요. 반대로 정소가 될 생식소는 피질이 얇아지면서 생식세포가 사라지고, 대신 수질 안에서 세관 모양의 구조(정소끈, testis cord)가 뚜렷해져요. 논문이 측정한 수치를 보면 이 시점 피질 두께는 분화 중인 정소에서 평균 15.6마이크로미터, 분화 중인 난소에서는 36.4마이크로미터로 두 배 넘게 차이가 나요.

정소 쪽 변화는 유난히 빨라요. 부화 15일째(S34)만 되어도 정소끈 내부에 벌써 내강(lumen, 관 속의 빈 공간)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이건 나중에 정자가 지나다닐 세정관(seminiferous tubule)의 원형이 이렇게 일찍부터 만들어진다는 뜻이에요. 반면 난소는 조금 다른 전략을 써요. 크레의 난소는 특이하게도 초승달 모양의 피질을 갖는데, 생식소 끝부분(먼 쪽 극)과 배 쪽 면은 두껍고 장간막에 가까운 등 쪽은 얇아지는 식으로 부위마다 두께가 크게 달라요. 아래 그림은 이 과정을 알아보기 쉽게 도식화한 것으로, 왼쪽 위(A)부터 오른쪽 아래(D) 순서로 “생식소 능선 형성 → 미분화 생식소 → 크레 난소 분화 → 크레 정소 분화”를 보여줘요. 초록은 상피 세포, 분홍은 중간엽·간질 세포, 노랑은 생식세포를 나타내요.

출처: Rams-Pociecha et al. 2023, Biology, Fig. 12 (A-D)

이렇게 발생 단계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 발생 단계 | 부화 경과일 | 생식소 상태 |
| --- | --- | --- |
| S29 | 5일 | 생식소 능선 형성 시작 |
| S30 | 6일 | 첫 생식세포 출현 |
| S32 | 8일 | 피질·수질 구조를 갖춘 미분화 생식소 완성 |
| S32 | 10일 | 암수 분화 시작(피질 두께·생식세포 수 차이로만 구분 가능) |
| S34 | 15일 | 정소끈 내강 형성, 난소는 피질 발달 지속 |
| S36 | 22-25일 | 난소 특유의 초승달형 피질 완성, 정소끈 내강 확장 |

흥미로운 부분은, 연구팀이 조사한 개체 중 두 마리에서 간성(intersex, 암수 특징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 생식소가 발견됐다는 점이에요. 정소처럼 내강을 가진 정소끈이 형성돼 있으면서도, 전형적인 정소보다 두꺼운 피질에 상당수의 생식세포가 남아 있는 모습이었어요. 논문은 이 두 개체를 특별히 더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발생 과정에서 암수 분화가 아주 매끄럽게만 진행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남겨뒀어요.

## 세 종을 나란히 놓고 보면 보이는 차이

크레·레오파드게코·모닝게코 세 종 모두 생식소 능선이 만들어지는 자리와 시점(S29), 그리고 암수 분화가 시작되는 시점(S32)까지는 거의 똑같아요. 그런데 수질에서 “끈(cord)” 구조가 얼마나 일찍, 얼마나 뚜렷하게 만들어지는지는 종마다 달랐어요.

레오파드게코는 셋 중 가장 적극적이었어요. 아직 암수가 갈리지 않은 미분화 생식소 단계(S32)부터 이미 수질에 끈 구조가 만들어지고, 심지어 난소로 분화하는 개체에서도 이 수질 끈이 내강까지 갖춘 채로 계속 발달했어요(다만 그 안에 생식세포는 없었어요). 모닝게코는 그 중간 정도로, 난소 수질에 덜 뚜렷하긴 하지만 끈 비슷한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 내강과 생식세포가 함께 있었어요. 크레는 셋 중 가장 “얌전한” 쪽이었어요. 크레의 난소 수질에서는 끈도, 생식세포도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어요.

정소 쪽에서도 종 차이가 있었는데, 레오파드게코의 정소는 좌우로 납작하게 눌린 모양(bilaterally flattened)으로 자라는 반면 크레의 정소는 단면이 둥근 형태를 유지했어요. 정소끈 벽을 이루는 세포도 크레는 원주형(길쭉한 기둥 모양), 레오파드게코는 입방형(정육면체에 가까운 모양)으로 서로 달랐고요. 연구팀은 이런 차이들이 게코 하위목 안에서도 각 과(Family)마다 독자적인 발생 경로를 가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해요.

## 크레 사육자에게 주는 시사점

첫째, 이 논문은 크레의 성별이 “유전적으로 정해지되 온도 영향도 일부 있다”는 설명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줘요. 다만 이 논문 자체는 온도 조작 실험을 하지 않았고, 크레의 알은 27도 한 조건에서만 관찰했어요. 그러니 “크레도 부화 온도로 성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식의 확대 해석은 곤란해요. 레오파드게코처럼 특정 온도로 암컷 또는 수컷을 의도적으로 더 많이 얻어내는 방식은 크레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안전해요.

둘째, 유전적으로는 이미 수정되는 순간 성별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성별이 몸속 구조로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요. 이 논문 기준으로는 부화 10일째는 되어야 피질 두께 차이라는 미세한 신호가 나타나고, 육안으로 봐도 알아볼 만한 차이는 부화 2주 이후에나 뚜렷해져요. 알을 막 낳은 직후의 배아를 들여다봐도 암수를 구별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셋째, 예전 RAD-seq 글에서 다뤘던 “크레는 성염색체가 동형이라 현미경으로도 구분이 안 된다”는 이야기와 이 논문이 잘 맞물려요. 성염색체 자체도 안 보이고, 생식소가 암수로 갈라지는 과정도 아주 미세한 두께 차이로만 시작되니, 결국 지금 사육 현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성감별 방법은 여전히 개체가 충분히 자란 뒤 총배설강 주변의 신체적 특징(대퇴공, 반음경 돌출부 등)을 확인하는 것뿐이에요.

넷째, 연구팀은 논문 말미에서 크레가 “유전적 성 결정을 연구하는 모델 종”으로, 레오파드게코가 “온도의존성 성 결정을 연구하는 모델 종”으로 쓰이기 좋겠다고 제안해요. 사육이 쉽고 번식이 잘 되는 게코 특유의 장점이 학술 연구에서도 강점으로 꼽힌다는 점이, 우리가 키우는 크레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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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래 원 논문을 직접 읽고 참고문헌까지 확인해서 정리했어요.

출처: Rams-Pociecha, I.; Mizia, P.C.; Piprek, R.P. “Histological Analysis of Gonadal Ridge Development and Sex Differentiation of Gonads in Three Gecko Species.” *Biology*, 2024, 13(1), 7. [https://doi.org/10.3390/biology13010007](https://doi.org/10.3390/biology13010007)

본문의 그림(Fig. 1A, Fig. 2H, Fig. 12 일부)은 위 논문에서 그대로 가져왔어요. 첫 사진은 [crestedgecko-02-handling.webp](https://cre.deios.kr/wp-content/uploads/2026/08/crestedgecko-02-handling.webp)
 by Jazium, [CC BY-SA 4.0](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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