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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크레 모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딱 한 번만 훑고 가는 기초 유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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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erpt: "아잔틱은 열성, 릴리 화이트는 불완전우성, 이 아이는 100% 헷. 크레 모프 이야기에는 유전학 용어가 끊임없이 나와요. 세포 속 DNA와 염색체부터 감수분열, 멘델의 법칙, 우성과 열성, 헷 확률 계산까지, 앞으로 이 블로그의 모프 글을 읽는 데 필요한 기초 개념을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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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 [모프](https://cre.deios.kr/cre-morph-calculator/)
 이야기를 하다 보면 유전학 용어가 끝없이 나와요. 아잔틱은 열성이라서 대립유전자 두 개가 모여야 나온다, 릴리 화이트는 불완전우성이다, 이 개체는 100% 헷이다. 관심은 있는데 용어의 벽에 막혀서 “그래서 그게 무슨 뜻인데?”에서 멈춘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희 집 릴리(뒤쪽 흰 개체)와 쿼드(앞쪽)예요. 같은 종인데 생김새가 이렇게 다르고, 그 차이마다 저마다의 이름이 붙어 있어요

그래서 이 글을 준비했어요.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 개별 모프의 유전을 하나씩 깊게 다룰 텐데, 그때마다 기초 개념을 처음부터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 글은 그 모든 이야기의 지도예요. 세포 안의 DNA에서 시작해 부모의 유전자가 자손에게 전달되는 과정, 우성과 열성, 그리고 브리더들이 쓰는 “헷” 표기의 진짜 의미까지, 딱 한 번만 훑고 갈게요. 각 주제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니 지금은 편하게 흐름만 따라오시면 돼요.

## 시작하기 전에: 크레 모프 지식은 어디서 왔을까

먼저 한 가지만 짚고 갈게요. 이 글에서는 편의상 “아잔틱 유전자”, “카푸치노 유전자”처럼 부를 거예요. 그런데 크레의 모프는 아직 DNA를 직접 분석해서 “몇 번 염색체의 어디에 있는 무슨 유전자”라고 밝혀진 게 아니에요. 지금 우리가 아는 건 전부 브리더들이 오랫동안 쌓아 온 교배 기록과 혈통에서 나왔어요.

전문적으로 말하면 이건 전달유전학(transmission genetics), 그러니까 고전유전학이라고 부르는 방법이에요. 쉽게 말하면 원리는 멘델이 완두콩으로 했던 것과 같아요. 멘델은 DNA라는 물질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지만, 어떤 완두와 어떤 완두를 교배했을 때 자손이 어떤 비율로 나오는지만 꼼꼼히 세어서 “무언가 전달되는 단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거든요. 브리더들이 하는 일도 똑같아요. 예를 들어 아잔틱끼리 붙였더니 전부 아잔틱이 나오고, 아잔틱과 아잔틱 대립유전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노멀을 붙였더니 자손이 전부 노멀로 나오며, 그 자손끼리 다시 붙였더니 아잔틱이 4분의 1쯤 되돌아온다고 해 볼게요. 충분한 표본에서 이런 결과를 얻는다면, DNA를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고도 “아잔틱은 열성으로 유전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요. 다만 이 4분의 1은 아잔틱의 공개 교배 기록을 집계한 수치가 아니라, 열성 유전 판정 원리를 보여 주는 예시예요.

다만 그 근거의 두께는 모프마다 달라요. 그런데 여기서 두 모프를 같은 칸에 넣지 않는 게 중요해요. 릴리 화이트는 서로 다른 브리더의 번식 집단에서 같은 결론이 되풀이 나온 쪽이에요. 반면 아잔틱은 한 계통에서 분리비를 관찰했다는 브리더 진술이 남아 있는 정도이고, 서로 다른 계통의 아잔틱이 같은 유전자좌인지는 아직 직접 교배로 확정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아직 확인해야 할 교배가 통째로 남아 있는 가설 단계인 이름도 있고요. 그 차이는 뒤에서 다시 짚을게요.

## 세포 안의 설계도: DNA, 유전자, 염색체

크레의 몸은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거의 모든 세포의 핵 안에는 DNA라는 아주 긴 분자가 들어 있어요. DNA는 네 종류의 염기(A, T, G, C)가 줄줄이 이어진 이중나선 구조인데, 이 염기의 순서가 곧 유전정보예요. 그리고 이 긴 DNA에서 특정한 정보를 담은 구간 하나하나를 유전자(gene)라고 불러요.

세포(cell) 속 핵(nucleus) 안에 염색체(chromosome)가 있고, 염색체를 풀면 DNA 이중나선이 나와요. 출처: Eukaryote DNA-en.svg, Radio89,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유전자는 흔히 “설계도”에 비유하는데, 조금만 조심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완성된 몸의 그림이 통째로 들어 있는 청사진이라기보다는,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고 발달 과정을 조절할 때 그때그때 꺼내 쓰는 정보 모음에 가까워요. 요리책에 비유하면 유전자 하나는 레시피 하나이고, 몸은 그 레시피들이 발달 과정에서 순서대로 실행되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에요.

DNA는 세포 안에서 그냥 풀어져 있지 않고 단백질과 함께 감겨 염색체(chromosome)라는 덩어리를 이뤄요. 그리고 염색체는 짝이 있어요. 같은 종류의 유전자를 서로 대응되는 위치에 싣고 있는 염색체 두 개가 한 쌍을 이루는데, 하나는 아빠에게서, 하나는 엄마에게서 온 거예요. 다만 뒤에서 볼 성염색체 Z와 W처럼 서로 대응하지 않는 구간이 있는 짝도 있어요.

여기서 앞으로 계속 나올 두 용어를 소개할게요. 유전자좌(locus)는 특정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서 차지하는 위치, 그러니까 유전자의 주소예요.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는 이걸 “도로명 주소 같은 것”이라고 설명해요. 대립유전자(allele)는 같은 유전자좌에 올 수 있는 서로 다른 버전의 유전자예요. 염색체가 쌍으로 있으니 한 개체는 유전자좌마다 대립유전자를 보통 두 개씩(아빠 것 하나, 엄마 것 하나) 갖고 있는 셈이에요. 이 글에서 다룰 모프 이야기는 대부분 성염색체가 아닌 나머지 염색체(상염색체)의 유전자좌를 가정한 거예요.

 아빠에게서 엄마에게서    A  a  B  B   유전자좌 1 A와 a로 다름 = 이형접합(헷) 유전자좌 2 B와 B로 같음 = 동형접합 그림처럼 한 개체는 유전자좌마다 대립유전자를 두 장의 카드처럼 갖고 있어요. 어떤 자리는 두 장이 서로 다르고(이형접합), 어떤 자리는 두 장이 같아요(동형접합). 같은 개체 안에서도 자리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게 중요해요.

| 용어 | 뜻 | 비유 |
| --- | --- | --- |
| DNA | 염기 서열로 유전정보를 담은 긴 분자 | 도서관에 있는 책 전체 |
| 유전자(gene) | DNA에서 특정 정보를 담은 한 구간 | 레시피 하나 |
| 염색체(chromosome) | DNA가 감겨 뭉쳐진 덩어리, 쌍으로 존재 | 책이 꽂힌 책장 한 칸 |
| 유전자좌(locus) |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서 차지하는 위치 | 도로명 주소 |
| 대립유전자(allele) | 같은 유전자좌에 올 수 있는 서로 다른 버전 | 같은 요리의 다른 레시피 |

### 크레의 실제 숫자

여기까지는 크레를 비롯한 이배체 동물에 두루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이제 크레의 실제 숫자를 볼게요. 크레의 체세포에는 염색체가 38개, 즉 19쌍 있어요(2n=38). 2024년에 크레의 유전체(게놈) 지도를 완성한 두 연구팀이 있는데, 그중 Gumangan 연구팀의 논문에 실제 크레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촬영해 배열한 핵형 사진이 실려 있어요.

크레 유전체 논문의 그림. 오른쪽 아래 E 패널이 크레의 염색체 19쌍(2n=38)을 배열한 핵형이에요. 출처: Gumangan et al. 2024, Gigabyte, CC BY 4.0

| 항목 | 수치 |
| --- | --- |
| 체세포 염색체 수 | 38개(19쌍), 2n=38 |
| 생식세포(정자·난자) 염색체 수 | 19개, n=19 |
| 유전체 크기 | 약 1.65Gb(Gumangan)·1.66Gb(Huang) |
| 예측 단백질 코딩 유전자 수 | 30,780개(Gumangan)·21,065개(Huang) |
| 성 결정 방식 | ZW(암컷이 ZW, 수컷이 ZZ) |

유전체 전체 크기는 두 연구에서 약 1.65-1.66Gb로 비슷하게 나왔어요. 재미있는 건 유전자 수예요. 두 연구가 예측한 단백질 코딩 유전자 수는 각각 30,780개와 21,065개로 꽤 차이가 났어요. 크레의 유전자 수가 그 범위 어딘가로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라, 컴퓨터로 유전자를 찾아내는 방법이 연구마다 달라서 예측 결과가 갈렸다는 뜻이에요. 두 유전체 지도 이야기는 [첫 번째 논문 해설](https://cre.deios.kr/crested-gecko-genome-assembly-tail-regeneration/)
과 [두 번째 논문 해설](https://cre.deios.kr/crested-gecko-genome-assembly-huang-2024/)
에서 각각 자세히 다뤘어요.

## 유전형과 표현형, 동형접합과 이형접합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네 단어가 여기서 나와요. 이것만 확실히 잡으면 나머지는 절반쯤 이해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유전형(genotype)은 한 개체가 실제로 갖고 있는 대립유전자의 조합이에요. 표현형(phenotype)은 겉으로 관찰되는 특징이고요. 정상형 대립유전자를 A, 변이형을 a라고 쓸게요. 그 유전자좌에 올 수 있는 대립유전자가 이 둘뿐이라면 한 개체의 유전형은 AA, Aa, aa 셋 중 하나예요. 뒤에서 볼 사람의 ABO 혈액형처럼 대립유전자가 셋 이상인 유전자좌도 있으니 “언제나 셋”은 아니에요. 두 대립유전자가 같으면 동형접합(homozygous), 다르면 이형접합(heterozygous)이라고 해요. 카드 게임에 비유하면 유전형은 손에 쥔 패이고, 표현형은 테이블 위에 실제로 드러난 모습이에요. 손에 같은 카드 두 장을 쥐었으면 동형접합, 다른 카드 두 장이면 이형접합인 거죠.

| 유전형 | 접합 상태 | 부르는 말 |
| --- | --- | --- |
| AA | 동형접합 | 정상형 대립유전자만 두 개 |
| Aa | 이형접합 | 흔히 말하는 “헷”이 바로 이 상태 |
| aa | 동형접합 | 변이형 대립유전자만 두 개 |

중요한 건 유전형이 같다고 표현형까지 항상 같지는 않다는 거예요. 표현형은 유전형과 환경이 함께 만들어요. 같은 유전형을 가진 알이라도 [부화](https://cre.deios.kr/cre-hatch-calculator/)
 온도나 사육 환경에 따라 발달 결과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크레의 부화 온도가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부화 온도 근거 정리 글](https://cre.deios.kr/crested-gecko-incubation-temperature-evidence/)
에서 다뤘어요.

이형접합이라는 말은 뒤에서 “헷”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해요. 지금은 “대립유전자 두 개가 서로 다른 상태”라는 것만 기억해 두세요.

## 감수분열: 부모의 유전자가 절반씩 전달되는 이유

크레의 체세포에는 염색체가 19쌍(38개)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는데도 자손의 염색체가 76개로 늘지 않는 이유는, 정자와 난자를 만들 때 염색체 수를 정확히 절반으로 줄이는 특별한 세포 분열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걸 감수분열(meiosis)이라고 해요. 각 쌍에서 염색체를 하나씩만 골라 담기 때문에 정자와 난자에는 염색체가 19개(n=19)만 들어가요. 정자와 난자처럼 수정에 참여하는 세포를 묶어서 생식세포라고 불러요(학술 용어로는 배우자라고 하는데, 배필을 뜻하는 그 배우자와 한자가 다른 동음이의어예요). 한 가지 덧붙이면, 정자와 난자는 피부나 근육 같은 일반 체세포가 감수분열해서 생기는 게 아니에요. 몸속에 따로 마련된, 생식세포를 만들기 위한 세포에서 만들어져요.

       아빠 몸속에서 정자를 만드는 세포 염색체 19쌍 (38개)  엄마 몸속에서 난자를 만드는 세포 염색체 19쌍 (38개)  감수분열  감수분열  정자 염색체 19개 (n=19)  난자 염색체 19개 (n=19)   수정  자손 (수정란) 다시 19쌍 (38개) 감수분열은 염색체 수를 줄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유전정보를 섞기도 해요.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일이에요. 수를 줄이는 건 각 쌍에서 하나씩만 골라 담는 과정이고, 섞는 건 교차(crossing over)라는 별도의 과정이에요. 교차는 감수분열 중에 쌍을 이룬 염색체끼리 일부 구간을 맞바꾸는 현상이에요.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때 염색체는 이미 복제돼 있고, 맞바꾸는 것은 상동염색체의 비자매 염색분체끼리예요. 이 덕분에 생식세포마다 대립유전자 조합이 조금씩 달라져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라도 생김새가 제각각인 이유 중 하나죠. 교차는 같은 염색체 위에 있는 유전자들 사이의 연결을 끊어 주기도 하는데, 두 유전자좌가 가까울수록 그 사이에서 교차가 일어날 확률은 낮아져요. 이 이야기는 바로 다음 절의 “독립의 법칙”과 이어져요.

      교차 전   A B a b  여기서 서로 맞바꿔요  교차 후     A b a B 원래 없던 A와 b, a와 B 조합이 새로 생겼어요 그림의 막대 두 개는 아빠에게서 온 염색체와 엄마에게서 온 염색체에서 한 가닥씩 꺼낸 염색분체예요. 교차에 참여해 새 조합이 생긴 쪽만 간단히 그렸고, 실제 감수분열에서는 교차에 참여하지 않아 원래 조합(A와 B, a와 b)을 그대로 간직한 염색분체도 함께 남아요.

한 가지 덧붙이면, 교과서에서는 감수분열로 반수체 세포 4개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하는데, 그 넷이 모두 제 몫을 하는 건 정자 쪽 이야기예요. 난자를 만들 때는 분열할 때마다 세포질이 한쪽으로 몰려서, 큰 세포 하나만 기능하는 난자가 되고 나머지는 극체라고 부르는 작은 세포로 남아요.

### 크레의 성별: ZW 이야기

사람은 성염색체가 XY 방식이지만 크레는 ZW 방식이에요. 수컷이 ZZ, 암컷이 ZW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수컷의 정자는 감수분열을 거치면 항상 Z를 갖게 되고, 암컷의 난자는 Z를 가질 수도 W를 가질 수도 있어요. 즉 자손의 유전적 성별은 난자가 Z와 W 중 무엇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갈려요.

| 난자가 준 성염색체 | 정자가 준 성염색체 | 자손 |
| --- | --- | --- |
| Z | Z (항상) | ZZ, 수컷 |
| W | Z (항상) | ZW, 암컷 |

재미있게도 크레의 Z와 W는 현미경으로 모양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닮아서, 연구팀이 DNA 수준의 분석으로 겨우 찾아냈어요. 이 발견 과정은 [크레의 성별은 엄마가 정한다?](https://cre.deios.kr/crested-gecko-zw-sex-determination-rad-seq/)
 글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참고로 이 글에서 다루는 모프 유전 이야기는 대부분 성염색체가 아닌 나머지 염색체(상염색체) 위의 유전자를 가정한 이야기예요. 모든 형질이 상염색체 유전인 건 아니라는 점만 기억해 두세요.

## 멘델의 법칙: DNA도 모른 채 알아낸 유전의 규칙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수도사 그레고어 멘델은 완두를 수만 그루 교배하면서 자손의 형질 비율을 꼼꼼히 세었고, 그 숫자만으로 유전의 규칙을 알아냈어요.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거의 한 세기 전의 일이에요.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크레 브리더들이 교배 기록으로 모프의 유전 방식을 알아내는 것도 본질적으로 같은 방법이에요.

멘델이 고른 완두의 일곱 가지 형질이에요. 각 칸에서 위쪽이 우성인 형태, 아래쪽이 열성인 형태예요. 열성 형태도 동형접합에서는 겉으로 드러나고, 이형접합에서만 위쪽에 가려져요. 씨앗 모양·떡잎 색·꽃 색·꼬투리 모양과 색·꽃이 달리는 위치·줄기 길이를 각각 따로 세었어요. 출처: Mendel seven characters.svg, Mariana Ruiz(LadyofHats),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멘델이 고른 형질들을 보면 하나같이 딱 두 갈래로 갈리는 것들이에요. 둥글거나 주름지거나, 노랗거나 초록이거나. 중간이 애매한 형질을 골랐다면 형질을 명확히 나누고 단순한 비율을 확인하기가 훨씬 어려웠을 거예요. 크레로 치면 아잔틱처럼 “있다/없다”가 뚜렷한 형질이 세기 쉽고, 할리퀸처럼 정도가 연속적인 형질은 세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예요.

멘델의 법칙 중 이 글에서 꼭 필요한 건 두 가지예요. 첫째는 분리의 법칙이에요. 한 유전자좌의 대립유전자 두 개는 생식세포를 만들 때 서로 갈라져서, 부모는 자손에게 둘 중 하나만 전달해요. Aa인 부모라면 절반의 정자(또는 난자)에는 A가, 나머지 절반에는 a가 담기는 거죠. 앞 절에서 본 감수분열이 바로 이 법칙의 물리적 정체예요.

둘째는 독립의 법칙이에요. 서로 다른 유전자의 대립유전자들은 생식세포를 만들 때 서로 독립적으로 분배된다는 건데, 여기엔 중요한 단서가 붙어요. 이 법칙이 잘 들어맞는 건 두 유전자가 서로 다른 염색체에 있거나, 같은 염색체라도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을 때예요. 가까이 붙어 있는 유전자들은 연관(linkage)되어 함께 전달되는 경향이 있어요. 뒤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의 모프는 조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할 텐데, 그 배경이 바로 이 법칙이에요.

멘델의 발견에는 우열의 법칙(이형접합에서 한쪽 형질만 나타난다)도 있는데, 이건 다음 절에서 제대로 다룰게요. 각 법칙의 세부와 예외는 나중에 따로 파고들 예정이에요.

## 유전자가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방식: 우성, 열성, 그리고 그 사이

이형접합(Aa)인 개체를 생각해 보세요.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 두 개를 갖고 있는데 겉모습은 어느 쪽을 따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우성과 열성이에요. 이형접합에서 표현형으로 드러나는 쪽이 우성(dominant), 가려지는 쪽이 열성(recessive)이에요.

여기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오해를 짚고 갈게요. 우성은 “더 강하다”, “더 좋다”, “더 흔하다”는 뜻이 전혀 아니에요. 열성도 “약하다”, “드물다”는 뜻이 아니고요. 우성과 열성은 오직 이형접합일 때 어느 쪽 표현형이 겉으로 나타나느냐를 가리키는 관계일 뿐이에요. 우성인데도 집단에서 드문 형질이 있고, 열성인데도 아주 흔한 형질이 있어요.

크레에서 열성으로 설명되는 대표 모프가 아잔틱이에요. 브리더 교배 기록에서 아잔틱은 열성으로 유전돼요. 즉 아잔틱 대립유전자를 두 개(aa) 가져야만 겉으로 드러나고, 하나만 가진 개체(Aa)는 노멀처럼 보여요. 저희 집 아잔도 그렇게 대립유전자 두 개가 만나 태어난 아이예요.

저희 집 아잔틱 크레, 아잔이에요. 브리더 교배 기록상 아잔틱은 열성으로 유전돼요

그런데 이형접합에서 한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가리지 않는 방식도 있어요. 불완전우성(incomplete dominance)은 이형접합의 표현형이 두 동형접합의 중간쯤으로 나타나는 경우예요. 교과서의 고전적인 예가 분꽃이에요. 붉은 분꽃과 흰 분꽃을 교배하면 분홍 분꽃이 나와요. 크레에서는 릴리 화이트가 불완전우성으로 설명돼요. 릴리 화이트 대립유전자를 하나만 가진 이형접합이 우리가 “릴리 화이트”라고 부르는 바로 그 모습이에요. 불완전우성에서는 이형접합 자체가 이미 구별되는 표현형이라는 점이 포인트예요. 대립유전자를 두 개 가진 동형접합은 흔히 “슈퍼폼”이라고 부르지만, 릴리 화이트의 경우 이 유전형이 치사성인 것으로 브리더 커뮤니티에 보고되어 살아 있는 슈퍼폼은 확인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브리더들은 릴리 화이트끼리의 교배를 피해요. 슈퍼폼과 건강 문제는 따로 한 편으로 다룰게요.

저희 집 릴리 화이트 크레, 릴리예요. 릴리 화이트는 이형접합 자체가 이렇게 구별되는 표현형으로 나타나요

공우성(코도미넌스, Codominance)이라는 방식도 있어요. 두 대립유전자의 표현형이 섞이지 않고 각각 따로 온전히 드러나는 경우예요. 사람의 AB형 혈액형이 대표적이에요. A형 대립유전자와 B형 대립유전자를 하나씩 가지면 중간 형태가 나오는 게 아니라 A의 특징과 B의 특징이 둘 다 나타나거든요.

크레에는 공우성으로 확립된 모프가 아직 없어요.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갈 게 하나 있어요.

먼저 표기부터 정리할게요. 현상의 이름은 공우성, 영어로 코도미넌스(codominance)예요. 그 성질을 가진 모프를 가리킬 때는 형용사형인 코도미넌트(codominant) 모프라고 하고, 브리더 커뮤니티에서는 줄여서 코돔이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코도미넌스”는 현상, “코도미넌트”와 “코돔”은 그 모프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문제는 파충류 정보 글에서 이 코도미넌트나 코돔이라는 말을 실제로는 불완전우성이라는 뜻으로 쓰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거예요. 볼파이톤 쪽에서 굳어진 관행인데, 슈퍼폼이 있는 모프를 통틀어 이렇게 부르는 식이에요. 브리더 커뮤니티 안에서도 [“두 용어가 자주 혼용되지만 실제 뜻은 다르다”](https://reptilesmagazine.com/a-crash-course-in-ball-python-reptile-genetics/)
고 지적해 왔고요. 그러니 분양 글이든 모프 소개 글이든 커뮤니티 글이든, 파충류 쪽에서 코도미넌트나 코돔이라는 표기를 만나시면 유전학의 공우성이 아니라 대개 불완전우성을 가리킨다고 읽으시는 편이 맞아요. 이 글에서 두 용어를 굳이 구분해 설명한 이유이기도 해요.

가끔 루왁(Luwak)이 이 대목에서 언급되기도 해요. 같은 유전자좌 가설이 맞다면 카푸치노 대립유전자와 세이블 대립유전자가 한 자리에서 만난 개체이고, 브리더 기록에서는 두 모프의 특징이 함께 나타난다고 보고되거든요. 다만 이걸 공우성으로 분류할 근거는 아직 부족해요. 두 모프의 특징이 함께 보인다는 관찰만으로는 공우성인지 불완전우성인지 또 다른 상호작용인지 가릴 수 없고, 애초에 두 모프가 같은 유전자좌라는 것 자체가 검증이 끝나지 않은 가설이거든요.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할게요. 그리고 유전자 하나가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함께 관여하는 다인자(polygenic) 형질도 있어요. 다인자 형질은 흔히 “있다/없다”가 아니라 정도의 연속으로 나타나고, 전체 표현형을 유전자 하나의 단순한 멘델 비율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관여하는 유전자좌 하나하나는 여전히 멘델식으로 전달되는데, 그 효과가 합쳐지면서 결과가 연속적으로 보이는 거예요. 사람의 키가 대표적이고, 크레에서는 할리퀸 같은 패턴 형질이 브리더 커뮤니티에서 주로 이런 방식으로 설명돼요.

| 발현 방식 | 이형접합(Aa)에서 보이는 모습 | 예시와 주의점 |
| --- | --- | --- |
| 우성/열성 | 우성 쪽 표현형만 보임 | 아잔틱(열성, 브리더 교배 기록) |
| 불완전우성(Incomplete dominance) | 두 동형접합 사이의 중간형, 또는 대립유전자 개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달라지는 표현형 | 분꽃의 분홍색, 릴리 화이트(브리더 교배 기록). 파충류 정보 글에서 코도미넌트·코돔이라고 부르는 모프는 대개 이 칸에 해당해요 |
| 공우성(코도미넌스, Codominance) | 두 표현형이 섞이지 않고 각각 따로 온전히 드러남 | 사람 ABO 혈액형의 AB형. 크레에 확립된 사례는 없어요. 파충류 쪽의 코도미넌트·코돔 표기는 이 칸이 아니라 위의 불완전우성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요 |
| 다인자(Polygenic) | 여러 유전자좌의 효과가 합쳐진 결과라서 유전자좌 하나의 Aa로는 나타낼 수 없고, 연속적인 정도 차이로 보여요 | 사람의 키, 할리퀸 패턴(브리더 설명) |

모프·형질·패턴이라는 용어 자체의 구분은 [모프가 뭐고 형질은 또 뭘까](https://cre.deios.kr/crested-gecko-morph-trait-genetics-intro/)
 글에서 정리했으니 함께 읽으면 좋아요. 참고로 같은 유전형이라도 형질이 실제로 나타나는 비율(침투도)과 나타나는 세기(표현도)가 다를 수 있는데, 이 개념은 나중에 따로 다룰게요.

### 크레 모프는 어느 방식에 해당할까

지금까지 배운 네 가지 방식에 크레의 대표적인 이름들을 대입해 정리하면 이렇게 돼요. **모두 브리더들의 교배 기록에서 통용되는 정보이고, 분자 수준에서 확인된 게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앞에서 말했듯 근거의 두께도 항목마다 다르고, 새로운 교배 결과가 쌓이면 바뀔 수 있어요.

| 이름 | 통용되는 유전 방식 | 메모 |
| --- | --- | --- |
| 아잔틱(Axanthic) | 열성 | 대립유전자 두 개가 모여야 겉으로 드러나요. 계통이 여럿이고 계통 사이 호환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요 |
| 릴리 화이트(Lilly White) | 불완전우성 | 이형접합이 곧 우리가 아는 릴리 화이트예요. 동형접합은 치사로 보고되어 릴리 화이트끼리는 교배하지 않아요 |
| 카푸치노(Cappuccino) | 불완전우성 | 동형접합이 슈퍼 카푸치노예요(예전에는 멜라니스틱이라고 불렀어요) |
| 세이블(Sable) | 브리더 자료 표기는 불완전우성 | 이형접합에서 발현된다는 데까지가 관찰로 확인된 범위예요. 슈퍼 세이블로 제시된 개체가 정말 세이블 동형접합인지는 브리더 문서 자신이 “확인할 단계가 여럿 남았다”고 적어 뒀어요 |
| 루왁(Luwak) | 같은 유전자좌 가설이 맞다면, 카푸치노와 세이블 대립유전자가 한 자리에서 만난 형태 | 두 모프가 같은 유전자좌라는 가설의 핵심 근거인데,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
| 프라푸치노(Frappuccino) | 조합 모프 | 브리더 운용 모델에서 서로 다른 유전자좌(non-allelic)로 취급되는 카푸치노와 릴리 화이트를 함께 가진 개체예요. 이 취급을 확정할 판정 교배와 분리비는 공개되지 않았어요 |
| 핀스트라이프(Pinstripe) | 색 줄의 발현 양상·유전 방식에 관해 자료가 갈림 | 등 가장자리 비늘 줄 자체는 크레의 종 진단 형질을 이루는 해부 구조로 기재됐어요. 자료가 갈리는 건 그 위에 나타나는 색 줄의 발현 양상과, 핀스트라이프 표현형을 이루는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에요. 우성 내지 불완전우성으로 적은 자료도 있고, 연속적인 다인자 형질로 본 브리더 관찰 기록도 있어요 |
| 달마시안(Dalmatian) | 우성으로 보고됨 | 브리더 공동 문서가 15시즌이 넘는 교배 기록을 근거로 우성으로 봐요. 다만 같은 문서에 “점 없는 페어에서 점 있는 개체가 나왔다”는 반대 관찰도 함께 적혀 있어요 |
| 타이거(Tiger) | 브리더 자료에서 고정(fixed)으로 취급 | 브리더 문서와 데이터베이스 모두 모든 크레가 가지고 있어 빼낼 수 없다고 봐요. 유전자 기호표에서도 타이거만 기호 칸이 비어 있고요. 다만 그 근거는 “빼내려고 해 봤는데 안 됐다”는 부정 결과가 쌓인 것이에요 |
| 할리퀸·플레임·쿼드스트라이프·트라이컬러 | 다인자 형질로 설명됨 | 대체로 “있다/없다”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로 나타나서, 유전자 하나의 단순한 멘델 비율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요. 브리더들은 여기에 선발육종을 더해 정도를 끌어올리는데, 선발육종은 유전 방식이 아니라 원하는 표현형을 골라 붙이는 번식 방법이라 다인자와 나란히 놓을 항목은 아니에요 |

이 표가 크레 모프 전부는 아니에요. 유전 방식이 비교적 또렷하게 보고된 것과, 이 글에서 설명한 개념을 확인하기 좋은 것 위주로 골랐어요. 각 모프의 자세한 이야기는 앞으로 하나씩 따로 다룰게요.

## 설계도가 몸이 되는 과정: 전사와 번역

유전자가 “레시피”라면, 그 레시피는 어떻게 실제 요리(단백질)가 될까요? 그 전에 별개의 과정 하나를 먼저 구분할게요. DNA 복제(replication)는 세포가 분열하기 전에 DNA 전체를 통째로 복사하는 과정이에요. 딸세포 둘 다 완전한 사본을 받아야 하니까요. 복제도 유전정보를 딸세포에 물려주기 위한 과정이지만, 특정 유전자의 정보를 꺼내 단백질을 만드는 아래의 흐름과는 목적이 다르니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게 정확해요.

단백질을 지정하는 유전자의 정보가 실제 단백질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흐름은 두 단계예요(모든 유전자가 단백질로 번역되는 건 아니고, 그 자체로 기능하는 RNA를 만드는 유전자도 있어요). 첫 단계인 전사(transcription)는 핵 안에서 유전자의 DNA 서열을 RNA라는 복사본으로 옮겨 적는 과정이에요. 이렇게 만들어진 전령 RNA(mRNA)가 핵 밖으로 나가요. 두 번째 단계인 번역(translation)은 세포질의 리보솜이라는 기계가 mRNA의 정보를 읽어 아미노산을 순서대로 이어 붙여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도서관에 비유하면, 원본 책(DNA)은 서고(핵) 밖으로 반출이 안 되니까 필요한 레시피만 복사(전사)해서 주방(리보솜)에 전달하고, 주방이 그 복사본을 보고 요리(단백질)를 만드는(번역) 셈이에요.

       복제 (별개 과정)  DNA 핵 안의 원본  전사  mRNA 핵 밖으로 나가는 복사본  번역  단백질 리보솜에서 조립 단백질의 정보가 거꾸로 핵산 서열로 되돌아가지는 않아요 번역할 때 리보솜은 mRNA의 염기를 세 개씩 묶어 읽어요. 이 세 염기 묶음을 코돈(codon)이라고 해요. 코돈은 대부분 특정 아미노산 하나를 지정하지만, 일부는 “여기서 번역을 끝내라”는 신호예요. 또 서로 다른 코돈 여러 개가 같은 아미노산을 지정하기도 해요.

 mRNA  A  U  G   메싸이오닌 코돈 1  G  C  U   알라닌 코돈 2  U  A  A   여기서 끝! 코돈 3 염기 세 개가 한 묶음, 그 묶음 하나가 아미노산 하나 또는 종결 신호예요 그림처럼 세 글자씩 끊어 읽는다는 게 핵심이에요. 그래서 단백질을 지정하는 구간에서 염기가 3의 배수가 아닌 개수만큼 빠지거나 끼어들면, 그 지점부터 코돈을 끊어 읽는 틀이 밀려날 수 있어요. 이걸 틀이동이라고 불러요. 뒤에서 볼 돌연변이 이야기와 이어지는 대목이에요.

이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로”라는 정보 흐름을 분자생물학의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라고 불러요. 예외적으로 RNA의 정보가 DNA로 거슬러 가는 역전사 같은 현상도 있지만, 핵심은 단백질까지 간 정보가 다시 핵산의 서열 정보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이 과정의 세부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깊게 다뤄 볼게요.

## 돌연변이: 설계도에 생긴 변화

돌연변이(mutation)는 DNA 염기 서열에 생긴 변화예요. 세포 분열 전에 DNA를 복제하다가 생긴 오류일 수도 있고, 자외선 같은 외부 요인 때문일 수도 있어요. “돌연변이”라는 말이 무섭게 들리지만, 유전학에서는 그냥 “서열이 달라졌다”는 중립적인 말이에요. 유전되는 크레의 색과 무늬 차이에도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서열 변화가 관여할 거예요. 다만 어떤 모프의 원인이 정확히 어떤 변이인지는 대부분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환경과 발달 과정도 최종 모습에 영향을 줘요.

중요한 건 어느 세포에 변화가 생겼느냐예요. 정자나 난자, 또는 그것을 만드는 세포 계열에 들어간 돌연변이는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어요. 반면 피부나 근육 같은 일반 체세포에 생긴 돌연변이는 그 개체의 해당 세포들에만 영향을 주고 자손에게는 전달되지 않아요.

염기 서열이 바뀌는 방식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는 이래요. 한 글자가 다른 글자로 바뀌는 치환, 글자가 빠지는 결실, 새 글자가 끼어드는 삽입이에요.

 원래 서열  A  T  G  C  A  T  G 치환: 한 글자가 바뀜  A  T  G  T  A  T  G 결실: 글자가 빠짐  A  T  G   A  T  G 삽입: 글자가 끼어듦  A  T  G  C  G  A  T  G 그림은 한 글자만 바뀐 아주 단순한 예예요. 실제로는 여러 글자에 걸쳐 일어나기도 하는데, 잠시 뒤에 볼 레오파드게코 Mack Snow의 원인이 바로 13개 염기가 한꺼번에 빠진 결실이에요.

그리고 모든 돌연변이가 단백질을 바꾸는 것도 아니에요. 코돈 여러 개가 같은 아미노산을 지정한다고 했죠? 그래서 서열이 바뀌어도 단백질은 그대로인 변이가 있어요. 반대로 단백질 자체는 안 바뀌어도, 유전자를 언제 얼마나 켜고 끌지를 정하는 조절 부위가 바뀌어서 표현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어요.

### 색을 만드는 세포들

모프 이야기의 단골 주제인 “색”은 어디서 올까요? 여러 파충류에서는 피부 진피에 색소세포들이 층을 이루고 있다는 게 알려져 있어요. 가장 깊은 층의 멜라노포어는 멜라닌(검정·갈색)을, 그 위층의 이리도포어는 색소가 아니라 작은 결정판으로 빛을 반사해 구조색(파랑·은빛)을, 가장 바깥층의 잔토포어와 에리트로포어는 노랑·주황·빨강 계열 색소를 담당해요. 최종 체색은 이 층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져요.

피부를 입체적으로 잘라 본 모식도예요. 맨 위 Epidermis가 표피이고, 그 아래로 Xanthophore(잔토포어, 노랑 계열), Iridophore(이리도포어, 빛 반사), Melanophore(멜라노포어, 검정 계열)가 차례로 놓여 있어요. 맨 아래 멜라노포어가 위쪽으로 뻗은 가지가 이리도포어를 감싸는 모습도 보여요. 출처: Ligon & McCartney (2016), Current Zoology 62(3), Figure 1, CC BY-NC 4.0

그림을 보면 층의 순서가 한눈에 들어와요. 재미있는 건 맨 아래 멜라노포어가 가만히 있지 않고 가지를 위로 뻗어 이리도포어를 감싸고 있다는 점이에요. 멜라노포어 안의 멜라닌 알갱이를 가지 쪽으로 넓게 퍼뜨리거나 세포 중심으로 다시 모으면 피부의 밝기와 색조가 달라질 수 있어요. 다만 파충류의 색 변화는 종마다 기전이 달라요. 카멜레온처럼 이리도포어의 결정 구조가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어요.

다만 이건 여러 파충류에서 알려진 일반적인 구조이지, 크레의 피부에서 이 구조와 특정 모프의 원인이 함께 확인된 건 아직 아니에요. 종과 부위에 따라 세부는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아잔틱도 “잔토포어가 없는 상태”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노란 계열 색소의 발현이 크게 줄어든 상태”로 이해하는 게 안전해요. 세포 수, 색소 합성, 색소 축적이나 이동 중 어디가 어긋나도 비슷한 겉모습이 나올 수 있거든요. 색소세포 이야기도 언젠가 한 편으로 제대로 다뤄 볼게요. 참고로 이 색소세포 층이 크레의 피부 어디에 놓이는지, 그리고 모프 이야기에 늘 나오는 도살·레터럴·포트홀 같은 부위 이름이 정확히 몸의 어디를 가리키는지는 [크레 몸은 이렇게 생겼어요](https://cre.deios.kr/crested-gecko-anatomy/)
에서 그림과 함께 정리했어요.

### 원인 유전자가 밝혀졌거나 후보까지 좁혀진 파충류 모프

크레는 아직이지만, 다른 파충류에서는 모프의 원인 유전자가 분자 수준에서 실제로 밝혀진 사례들이 있어요. 레오파드게코의 Mack Snow 모프는 PAX7 유전자의 13염기 결실이 원인으로 확인됐고, Lemon Frost 모프는 단일 유전자좌까지 좁혀져 SPINT1 유전자가 강력한 후보로 지목됐어요(이쪽은 아직 확정은 아니에요). 콘스네이크의 아멜라니스틱 모프는 OCA2 유전자에 끼어든 삽입 변이가 원인으로 밝혀졌고요.

레오파드게코 야생형(위), Mack Super Snow 동형접합(가운데), Mack Snow 이형접합(아래). 이 모프는 PAX7 유전자의 13염기 결실이 원인으로 확인됐어요. 출처: Ullate-Agote & Tzika (2024) PNAS Figure 1

레오파드게코 야생형(A), Lemon Frost 이형접합(B), Super Lemon Frost 동형접합(C)이에요. 연구에서는 Lemon Frost 대립유전자를 두 개 가진 C에서 흰색 표현이 더 강하게 나타났어요. 다만 이 모프는 원인 유전자좌까지만 좁혀졌고 SPINT1은 아직 후보예요. 출처: Guo et al. (2021) PLOS Genetics Figure 1, CC BY 4.0

Lemon Frost 사진은 대립유전자 개수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는 모습을 눈으로 비교하기 좋아요. 논문은 이 관계를 반우성(semidominant)이라고 적었는데, 앞에서 본 불완전우성과 사실상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에요. 연구에서 Lemon Frost 대립유전자를 하나 가진 B보다 두 개 가진 C에서 표현이 더 강하게 나타났거든요. 앞에서 본 릴리 화이트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되는데, 릴리 화이트는 동형접합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보고되어 이런 비교 사진을 볼 수 없다는 차이가 있어요.

왼쪽(A)이 야생형, 오른쪽(B)이 아멜라니스틱 콘스네이크예요. 아래쪽 확대 사진을 보면 검은 눈동자와 무늬 테두리의 검은색이 사라진 게 뚜렷해요. 멜라닌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OCA2 유전자의 열성 변이가 원인이에요. 출처: Saenko et al. (2015) Scientific Reports Figure 1, CC BY 4.0

콘스네이크 사진이 열성 변이를 이해하기에 특히 좋아요. 왼쪽 야생형과 오른쪽 아멜라니스틱은 검은색의 유무만 다르죠. 이 변이를 하나만 가진 개체는 겉으로 왼쪽처럼 보이고, 두 개가 모여야 오른쪽이 나와요. 뒤에서 다룰 “헷”이 바로 이 상태예요.

이 사례들은 “교배 기록으로 추론한 유전 모델”과 “DNA에서 원인을 직접 확인한 것”의 차이를 잘 보여줘요. 다만 셋을 한 칸에 넣으면 안 돼요. Mack Snow와 콘스네이크 아멜라니스틱은 원인 변이까지 짚어낸 사례이고, Lemon Frost는 유전자좌까지 좁혀 후보 유전자를 제시한 단계예요. 크레 모프의 현재 위치는 잠시 뒤에 다시 정리할게요.

## 수정란에서 한 마리의 크레가 되기까지

정자(염색체 19개)와 난자(염색체 19개)가 만나면 염색체 19쌍을 가진 수정란이 돼요. 이 세포 하나가 분열을 거듭하고, 각 세포가 저마다 다른 유전자를 켜고 끄면서 눈이 되고 꼬리가 되고 피부가 돼요. 유전정보는 완성된 몸의 사진이 아니라, 이 발달 과정 내내 참조되는 레시피 모음이라고 했던 걸 떠올려 보세요.

크레 배아의 발달 과정 중 재미있는 대목 하나를 소개하면, 알을 낳은 시점에 이미 유전적 성별(ZZ 또는 ZW)은 정해져 있지만, 생식소가 실제로 난소와 정소로 갈라지기 시작하는 건 산란 후 열흘쯤 지나서예요. 이 관찰은 [크레 배아의 생식소 발달을 다룬 논문 해설](https://cre.deios.kr/crested-gecko-gonad-sex-differentiation-histology/)
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A는 생식소가 될 자리(생식소 능선)가 부풀어 오른 단계, B는 아직 암수 어느 쪽도 아닌 미분화 생식소, C와 D는 같은 출발점에서 갈라져 나온 크레의 난소와 정소예요. 노란 동그라미가 나중에 정자나 난자가 될 생식세포예요. 출처: Rams-Pociecha et al. (2023) Biology Fig. 12 (A-D), CC BY 4.0

같은 모양에서 출발해 한쪽은 난소로, 다른 쪽은 정소로 갈라지는 게 보이시죠. 유전정보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발달 과정에서 차례로 실행되는 정보라는 말이 이런 뜻이에요.

발달 과정에는 유전자만 작용하는 게 아니에요. 앞에서 말한 대로 온도를 비롯한 환경도 함께 작용해서, 최종 표현형은 유전형과 환경의 합작품이에요. 발생 이야기도 나중에 따로 한 편으로 다룰게요.

## 크레 모프와 유전자: 지금까지 알려진 것

이제 기초 개념을 크레 모프에 적용해 볼게요. 첫째, 모프 하나가 곧 유전자 하나는 아니에요. 아잔틱처럼 한 유전자좌의 열성 유전 모델로 깔끔하게 설명되는 모프도 있지만, 할리퀸이나 플레임 같은 패턴 형질은 브리더 커뮤니티에서 주로 여러 유전자가 관여하는 다인자 형질로 설명되고, 브리더들은 세대를 거친 선발육종으로 그 정도를 끌어올려 왔어요(선발육종은 유전 방식이 아니라 원하는 표현형을 골라 붙이는 번식 방법이에요). 이런 형질은 교배해 보면 “있다/없다”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로 나오고, 유전자 하나의 단순한 멘델 비율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요. 다만 겉보기에 같은 “패턴 형질”이라고 해서 유전 방식까지 같은 건 아니에요. 달마시안은 브리더 공동 문서가 15시즌이 넘는 교배 기록을 근거로 우성으로 보고, 타이거는 브리더 문서와 데이터베이스가 아예 모든 크레가 가지고 있어 빼낼 수 없는 고정 형질로 취급해요. 둘 다 다인자로 뭉뚱그릴 대상이 아니에요. 핀스트라이프도 브리더 문서 사이에서 설명이 갈리는데, 무엇이 논쟁의 대상인지 정확히 구분해야 해요. 핀스트라이프가 나타나는 자리의 솟고 커진 비늘 줄은 [해부학 글](https://cre.deios.kr/crested-gecko-anatomy/)
에서 다뤘듯 크레의 분류학적 종 진단 형질을 이루는 해부 구조로 기재돼 있어요. 이 비늘 줄 자체는 여기서 말하는 유전 방식 논쟁의 대상이 아니에요. 자료가 갈리는 건 그 위에 나타나는 색 줄의 발현 양상과, 핀스트라이프 표현형을 이루는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에요. 어떤 자료는 우성 내지 불완전우성으로 적고, 어떤 브리더 관찰 기록은 연속적인 다인자 형질로 봐요.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는 게 정확한 상태예요.

저희 집 쿼드예요. 등줄기 양옆과 옆구리를 따라 크림색 선이 이어지는 게 보여요. 이런 줄무늬 패턴은 있다/없다로 딱 갈리기보다 선이 얼마나 길고 뚜렷한지의 정도 차이로 나타나요

위 사진의 줄무늬를 보면 왜 이런 형질을 세기 어려운지 감이 올 거예요. 선이 끊긴 곳도 있고 이어진 곳도 있어서, 완두의 “둥글다/주름졌다”처럼 두 갈래로 나눠 비율을 셀 수가 없거든요.

둘째, 서로 다른 유전자좌의 모프는 조합할 수 있어요. 브리더 교배 기록에서 카푸치노와 릴리 화이트는 서로 다른 유전자좌의 형질로 취급되고, 실제로 두 형질을 한 개체에 모을 수 있어요. 그렇게 모은 조합이 프라푸치노(Frappuccino)예요. 다만 조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두 유전자좌가 독립의 법칙을 따른다고 확정할 수는 없어요. 같은 염색체에 있어도 교차로 조합될 수 있으니까요. 팬텀 표현형까지 함께 나타나는 Phantom Frappuccino라는 이름도 브리더 커뮤니티에서 쓰이는데, 이 이름이 곧 독립된 유전자 세 개가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열성인 아잔틱과 불완전우성인 릴리 화이트를 겹친 아잔틱 릴리 화이트 같은 조합도 있고요.

셋째, 반대로 다른 이름의 모프가 알고 보니 같은 유전자좌일 수도 있어요. 브리더들의 공동 기록에 따르면 카푸치노와 세이블을 교배했더니 슈퍼 카푸치노도 슈퍼 세이블도 아닌 제3의 표현형(“루왁”)이 나왔는데, 이건 두 모프가 같은 유전자좌의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라는 가설을 시사해요. 다만 여기에는 경쟁 가설이 나란히 있어요. 기록을 남긴 브리더들은 두 가설에 각각 검증 기준을 네 가지씩 붙여 뒀어요. 같은 유전자좌의 대립유전자라는 가설 쪽은 네 가지 중 두 가지가 충족돼서 “부분적으로 뒷받침된 가설” 단계이고, 세이블이 카푸치노에 얹힌 별개 유전자라는 반대 가설 쪽은 네 가지가 전부 진행 중이에요. 게다가 그 문서가 2023년 6월에 밝힌 예상 기한은 이미 지났는데 이후 갱신이 없어요. 그러니 “곧 결론이 난다”가 아니라 “결론이 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까지만 정해진 상태”로 보는 게 정확해요. 아잔틱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커뮤니티에 아잔틱 계통이 여섯 개쯤 있다고 보고되는데(그중 Obscurial 계통은 새끼 네 마리 중 한 마리쯤이 아잔틱으로 부화하더라는, 글 앞부분에서 소개한 진술이 남아 있는 계통이에요) 계통 간 호환성이 직접 교배로 확정되지 않았고, 같은 변이가 헷 상태로 퍼진 것이라고 추정하는 브리더들이 있는 정도예요.

  서로 다른 유전자좌 (브리더 운용 모델)    카푸치노 릴리 화이트 주소가 다르니 한 개체가 둘 다 가질 수 있어요 프라푸치노 같은 유전자좌 (가설) 아빠에게서   카푸 엄마에게서   세이블  같은 자리를 아빠 것 하나, 엄마 것 하나가 나눠 가져요 루왁 둘째와 셋째를 한 그림으로 비교하면 이래요. 왼쪽은 주소가 다르니 한 개체가 두 형질을 다 가질 수 있어요. 오른쪽은 주소가 같다는 가설을 그린 건데, 앞에서 봤듯 상염색체의 유전자좌에는 아빠에게 받은 대립유전자 하나와 엄마에게 받은 대립유전자 하나가 들어가요. 그 두 자리를 카푸치노와 세이블이 각각 차지한 개체가 루왁이라는 설명이에요. 그래서 이 둘은 서로 겹쳐 쌓이는 게 아니라 한 자리를 나눠 갖는 관계가 돼요.

넷째, 2026년 8월까지 확인한 동료심사 문헌에서는 크레 모프의 원인 변이가 분자 수준에서 동정된 사례를 찾지 못했어요. 앞서 본 레오파드게코나 콘스네이크와의 차이가 여기 있어요. 다만 2024년에 크레 유전체 지도가 두 편이나 완성됐으니, 앞으로 크레에서도 원인 유전자를 찾는 연구가 가능해질 토대는 마련된 셈이에요. 개별 모프 하나하나의 유전은 [모프·형질 용어 글](https://cre.deios.kr/crested-gecko-morph-trait-genetics-intro/)
에 이어 각각 별도의 글로 다룰 예정이에요.

## 헷(het): 숨어 있는 유전자 이야기

드디어 헷이에요. 헷(het)은 heterozygous, 그러니까 앞에서 배운 이형접합의 준말이에요. 유전학에서는 한 유전자좌에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 두 개를 가진 상태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파충류 거래에서는 주로 “겉으로는 안 보이는 열성 대립유전자를 숨겨 가진 개체”라는 좁은 의미로 써요. 열성 모프는 대립유전자 두 개가 모여야 발현되니까, 하나만 가진 헷은 노멀처럼 보이지만 자손에게 그 대립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는 거죠.

그럼 “100% 헷”은 무슨 뜻일까요? 유전자를 100% 가졌다는 게 아니라, 부모 조합상 헷일 확률이 100%, 즉 확실히 헷이라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아잔틱(aa)과 노멀(AA)을 교배하면 자손은 전부 Aa가 될 수밖에 없죠.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 둘게요. 첫째, “100% 헷”은 할리퀸이나 아잔틱 같은 모프 이름이 아니에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유전자 상태를 적어 둔 유전형 표기예요. 둘째, 그 “100%”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아니라 부모 조합에서 나온 계산이에요. 그래서 **그 계산의 바탕이 되는 근거를 믿을 수 있을 때에만 이 표기가 성립해요.** 부모 양쪽의 유전형과 혈통 기록이 가장 흔한 근거이고, 바로 뒤에서 볼 막내처럼 어미의 유전형과 본인의 표현형만으로 확정되는 경우도 있어요.

마침 저희 집에 그 차이를 보여 주는 사례가 둘 있어요.

먼저 근거가 확실한 쪽이에요. 저희 집 아잔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막내는 100% 헷 아잔틱이 확정이에요. 근거는 두 줄이면 끝나요. 어미 아잔은 비주얼 아잔틱이니까 아잔틱 대립유전자를 두 자리 모두 갖고 있고(aa), 그래서 아빠가 누구든 새끼는 어미에게서 아잔틱 대립유전자를 반드시 하나 받아요. 그리고 막내 본인은 비주얼 아잔틱이 아니에요. 열성 형질은 두 자리를 다 채워야 겉으로 드러나니까, 나머지 한 자리는 아잔틱이 아니라는 뜻이 되죠. 그래서 Aa, 곧 100% 헷이에요.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도 이건 확정돼요.

저희 집 막내예요. 어미가 비주얼 아잔틱이고 본인은 아잔틱이 아니라서, 아빠를 몰라도 100% 헷 아잔틱이 확정되는 경우예요

막내가 태어나던 날 이야기는 [막내 소개 글](https://cre.deios.kr/my-gecko-kongi-hatchling/)
에 적어 뒀어요.

반대쪽이 다다예요. 다다는 분양받을 때 “100% 헷 아잔틱”으로 안내받았는데, 부모 개체 기록을 함께 받지는 못했어요. 막내는 어미가 비주얼 아잔틱이라는 사실 하나로 계산이 끝났지만, 다다에게는 그 자리를 채워 줄 부모 기록도, 대신 쓸 다른 근거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 다다는 “확정된 100% 헷”이 아니라 “분양 당시 그렇게 안내받은 개체”로 적어 두는 게 정확해요. 정말 헷인지 확인하려면 아잔틱 개체와 직접 붙여서 자손을 보는 검정교배(test cross)를 해 봐야 해요. 다만 이 방법은 한쪽으로만 확실한 답을 줘요. 아잔틱 자손이 한 마리라도 나오면 다다가 그 대립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강한 증거가 되지만, 안 나왔다고 해서 헷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자손 수가 적으면 헷이어도 우연히 전부 비아잔틱으로 나올 수 있거든요.

저희 집 다다예요. 분양 당시 100% 헷 아잔틱으로 안내받았지만, 부모 기록이 없어서 그 표기를 뒷받침할 혈통 근거가 없어요

다다를 데려온 이야기는 [다다 소개 글](https://cre.deios.kr/my-gecko-dada-100het/)
에서 했어요.

교배 조합별 결과를 퍼넷 사각형(Punnett square)으로 볼게요. 분리의 법칙에서 봤듯이 부모는 자기가 가진 대립유전자 두 개 중 하나만 정자나 난자에 담아 줘요. 그래서 아빠가 줄 수 있는 대립유전자를 가로에, 엄마가 줄 수 있는 대립유전자를 세로에 놓고 칸을 채우면 자손의 유전형이 한눈에 나와요.

아래 두 표는 열성 형질을 기준으로 한 거예요. 칸 색깔은 이렇게 읽어 주세요. 회색은 열성 대립유전자가 아예 없는 칸, 노란색은 겉으로는 안 보이지만 열성 대립유전자를 하나 숨겨 가진 칸(헷), 초록색은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칸이에요.

먼저 아빠와 엄마가 둘 다 헷(Aa)인 경우예요. 각각 A를 줄 수도 a를 줄 수도 있어요.

| 아빠 Aa (헷) × 엄마 Aa (헷) | 아빠 정자가 A | 아빠 정자가 a |
| --- | --- | --- |
| 엄마 난자가 A | AA (비발현) | Aa (비발현, 헷) |
| 엄마 난자가 a | Aa (비발현, 헷) | aa (발현) |

네 칸 중 초록색은 한 칸뿐이라 발현 개체가 나올 확률이 4분의 1, 즉 25%예요.

이번엔 아빠가 헷(Aa), 엄마가 노멀(AA)인 경우예요. 엄마는 AA라서 만들 수 있는 난자가 A 한 종류뿐이에요. 그래서 아래 표는 두 행이 똑같은데, 난자가 두 종류라는 뜻이 아니라 같은 경우를 두 번 적은 것으로 봐 주세요.

| 아빠 Aa (헷) × 엄마 AA (노멀) | 아빠 정자가 A | 아빠 정자가 a |
| --- | --- | --- |
| 엄마 난자가 A | AA (비발현) | Aa (비발현, 헷) |
| 엄마 난자가 A | AA (비발현) | Aa (비발현, 헷) |

그래서 자손은 전부 겉모습이 노멀이면서 각 개체가 헷일 확률은 절반이에요. 반대로 아빠가 노멀이고 엄마가 헷이어도 결과는 같아요. 대립유전자를 누가 주느냐가 아니라 어떤 조합이 만나느냐가 중요하거든요. 주요 교배 조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 교배 | 자손의 유전형 | 해석 |
| --- | --- | --- |
| aa × aa (발현 × 발현) | 100% aa | 전부 발현 |
| aa × Aa (발현 × 헷) | 50% aa, 50% Aa | 절반 발현, 비발현 자손은 전부 100% 헷 |
| Aa × Aa (헷 × 헷) | 25% AA, 50% Aa, 25% aa | 비발현 자손은 AA와 Aa가 1 대 2 |
| Aa × AA (헷 × 노멀) | 50% AA, 50% Aa | 전부 비발현, 각 개체가 헷일 확률 50% |

그럼 브리더들이 말하는 “66% 헷”은 어디서 나온 숫자일까요? 헷×헷 교배에서 태어난 비발현 새끼를 생각해 보세요. 이 아이는 AA일 수도 Aa일 수도 있는데, 표에서 보듯 비발현일 확률은 4분의 3이고 그중 헷(Aa)은 4분의 2예요. 조건부확률로 계산하면 이래요.

$$ P(\text{헷} \mid \text{비발현}) = \frac{2/4}{3/4} = \frac{2}{3} \approx 66.7\% $$

그래서 정확한 표기는 66% possible het(66% pos het), 즉 “헷일 가능성이 66%인 개체”예요. 한국에서 흔히 쓰는 “66헷”도 같은 뜻인데, 유전자를 66%만 가졌다는 뜻이 절대 아니라 헷일 확률이 66%라는 뜻이라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 마찬가지로 헷×노멀에서 나온 비발현 개체는 50% possible het이고요. 참고로 여기서 AA라고 둔 “노멀”은 그 열성 대립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볼 근거가 충분한 개체를 뜻해요. 출처를 모르는, 겉모습만 노멀인 개체를 함부로 AA로 가정할 수는 없고, 검정교배에서 발현 자손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자손이 몇 마리였느냐에 따라 근거의 두께가 달라져요. 그리고 이 계산 전체는 부모의 유전형이 확실하고, 상염색체 위의 단일 유전자이며, 완전한 열성이고, 유전형대로 항상 발현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어요.

### 확률의 함정: 25%는 보장이 아니에요

헷×헷 교배에서 발현 개체가 25%라고 하면 “알 4개를 받으면 1마리는 나오겠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확률은 수정란 하나하나마다 새로 적용돼요. 동전을 네 번 던진다고 앞면이 정확히 두 번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같아요.

크레는 한 클러치에 보통 알을 2개 낳기 때문에 이 오해가 특히 잘 생겨요. 헷×헷 교배에서 알 하나가 발현일 확률이 4분의 1, 비발현일 확률이 4분의 3이니까 알 2개짜리 클러치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면 이렇게 돼요.

| 알 2개의 결과 | 확률 |
| --- | --- |
| 둘 다 비발현 | \( (3/4)^2 = 9/16 \), 약 56% |
| 하나만 발현 | \( 2 \times (1/4) \times (3/4) = 6/16 \), 약 38% |
| 둘 다 발현 | \( (1/4)^2 = 1/16 \), 약 6% |

클러치 하나에서 발현 개체를 한 마리도 못 볼 확률이 절반을 넘어요. 25%라는 숫자만 보고 기대했다가 시즌 내내 못 보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뜻이에요. 자손 수가 적을수록 실제 결과는 이론 비율과 크게 어긋날 수 있으니, 교배 계획을 세울 때는 이 점을 꼭 감안하세요.

## 마무리: 이제 모프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됐어요

정리해 볼게요. 크레의 세포에는 염색체 19쌍이 있고, 각 유전자좌마다 대립유전자를 부모에게서 하나씩 받아요. 감수분열이 그 “하나씩”을 만들고, 멘델의 법칙이 그 전달의 규칙이에요. 이형접합에서 두 대립유전자의 효과가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우성·열성, 불완전우성, 공우성으로 나뉘고, 표현형은 유전형과 환경이 함께 만들어요. 그리고 크레 모프 지식의 근거는 아직 DNA 분석이 아니라 브리더들의 교배 기록이라는 것, 그 기록의 두께가 모프마다 다르다는 것까지 이야기했어요.

이 지도를 바탕으로 앞으로 다룰 이야기가 많아요. 아잔틱, 릴리 화이트, 카푸치노 같은 개별 모프의 유전을 하나씩 깊게 파볼 거고, 슈퍼폼과 건강 문제, 침투도와 표현도 같은 조금 더 깊은 개념도 각각 한 편씩 다룰 예정이에요. 글을 읽다가 “이 용어가 뭐였지?” 싶으면 언제든 이 글로 돌아와서 지도를 다시 펼쳐 보세요.

> 여기서 훑은 유전 개념이 실제 모프 이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크레의 모프와 형질 개론](https://cre.deios.kr/crested-gecko-morphs-traits-overview/)
> 에 정리했어요. 릴리 화이트·아잔틱·카푸치노 같은 이름마다 어떤 유전 방식이 보고됐고 그 근거가 어느 정도인지 표로 볼 수 있어요. 거기서는 근거를 한 줄로 세우지 않고 그 이야기가 어디에 적혀 있는가(기록 수준)와 유전 방식이 어디까지 확인됐는가(결론 수준) 두 축으로 나눠 적었어요.

## 참고 자료

### 과학 용어·기초 개념

- [NHGRI Talking Glossary of Genomic and Genetic Terms](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 [Allele](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Allele) , [Locus](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Locus) , [Meiosis](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Meiosis) , [Crossing Over](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Crossing-Over) , [Central Dogma](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Central-Dogma) , [DNA Replication](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DNA-Replication) , [Transcription](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Transcription) , [Translation](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Translation) , [Codon](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Codon) , [Mutation](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Mutation) , [Codominance](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Codominance) , [Heterozygous](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Heterozygous) , [Polygenic Trait](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Polygenic-Trait) , [Mendelian Inheritance](https://www.genome.gov/genetics-glossary/Mendelian-Inheritance)
- [Genetics, Meiosis – StatPearls, NCBI Bookshelf](https://www.ncbi.nlm.nih.gov/books/NBK482462/) : 멘델의 법칙과 감수분열
- [Nature Scitable – Incomplete Dominance](https://www.nature.com/scitable/definition/incomplete-dominance-149/)
- [Nature Scitable – Gene Inheritance and Transmission](https://www.nature.com/scitable/topic/gene-inheritance-and-transmission-23/) : 전달유전학
- [Punnett Squares – Ask A Biologist, Arizona State University](https://askabiologist.asu.edu/punnett-squares)
- Guo L, Bloom J, Sykes S, et al. (2021). “Genetics of white color and iridophoroma in ‘Lemon Frost’ leopard geckos.” *PLOS Genetics* 17(6):e1009580. [원문](https://journals.plos.org/plosgenetics/article?id=10.1371/journal.pgen.1009580) (CC BY 4.0)
- Ligon RA, McCartney KL (2016). “Biochemical regulation of pigment motility in vertebrate chromatophores: a review of physiological color change mechanisms.” *Current Zoology* 62(3), 237. [PMC 원문](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804272/) · [DOI](https://doi.org/10.1093/cz/zow051) (CC BY-NC 4.0): 척추동물 색소세포 리뷰
- 크레 고유 수치: [Gumangan et al. 2024, Gigabyte](https://doi.org/10.46471/gigabyte.140) (핵형 2n=38, 유전체 1.65Gb), [Huang et al. 2024, G3](https://doi.org/10.1093/g3journal/jkae265) (유전체 1.66Gb), [Gamble et al. 2015,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https://doi.org/10.1093/molbev/msv023) (ZW 성 결정)

### 브리더 커뮤니티 자료 (학술논문이 아닌 교배 기록·커뮤니티 통용 설명)

- [Foundation Genetics Part 2.1](https://lmreptiles.com/fg-pt2-1/) : 크레 모프 유전 방식 정리
- [Foundation Genetics – Sable and Cappuccino Discussions](https://lmreptiles.com/fg-sablevscapp/) : 카푸치노·세이블 대립유전자 가설과 검증 현황
- [Foundation Genetics – Cappuccino Guide](https://lmreptiles.com/fg-pt2-capps/)
- [Pangea Reptile – Cappuccino, Frappuccino & Melanistic](https://www.pangeareptile.com/blogs/blog/cappuccino-frappuccino-melanistic) : 프라푸치노 조합 기록
- [Zen Habitats – Crested Gecko Guide to Morphs, Colors and Traits](https://www.zenhabitats.com/blogs/reptile-care-sheets-resources/crested-gecko-guide-to-morphs-colors-and-traits)
- [Method Noir Exotics – Axanthic Crested Gecko Genetics](https://methodnoirexotics.com/axanthic-crested-gecko-genetics/)
- [Gecko Time – Notes on Crested Gecko Genetics (Tom Favazza, 2016)](https://geckotime.com/notes-crested-gecko-genetics/)
- [Reptiles Magazine – A Crash Course In Ball Python/Reptile Genetics (Steven C. Bulinski)](https://reptilesmagazine.com/a-crash-course-in-ball-python-reptile-genetics/) : 브리더 커뮤니티에서 코도미넌트와 불완전우성을 혼용해 온 문제를 다룬 파충류 전문 매체 기사

### 사진 출처

- 세포-DNA 확대 도해: [Eukaryote DNA-en.svg](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ukaryote_DNA-en.svg) , Radio89, Wikimedia Commons, [CC BY-SA 3.0](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 크레 핵형 그림: Gumangan et al. 2024, *Gigabyte*, Figure 1, [CC BY 4.0](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 멘델의 완두 일곱 형질 도표: [Mendel seven characters.svg](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endel_seven_characters.svg) , Mariana Ruiz(LadyofHats),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 레오파드게코 Lemon Frost 비교 사진: Guo et al. (2021), *PLOS Genetics* 17(6):e1009580, Figure 1, [CC BY 4.0](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 콘스네이크 아멜라니스틱 비교 사진: Saenko et al. (2015), *Scientific Reports* 5:17118, Figure 1, [CC BY 4.0](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 크레 배아 생식소 분화 모식도: Rams-Pociecha et al. (2023), *Biology* 13(1):7, Fig. 12 (A-D), [CC BY 4.0](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 진피 색소포 단위 모식도: Ligon & McCartney (2016), *Current Zoology* 62(3), Figure 1, [CC BY-NC 4.0](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 레오파드게코 Mack Snow 비교 사진: Ullate-Agote & Tzika (2024) *PNAS* Figure 1
- 아잔·릴리·다다·쿼드·막내 사진: 자체 촬영

### 관련된 글:

1. [모프가 뭐고 형질은 또 뭘까: 크레 유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https://cre.deios.kr/crested-gecko-morph-trait-genetics-intro/)
2. [모프 브리딩 확률표는 어떻게 읽을까](https://cre.deios.kr/crested-gecko-morph-breeding/)
3. [크레의 모프와 형질 개론: 이름 60개가 각각 무엇이고, 어디까지 확인됐는지](https://cre.deios.kr/crested-gecko-morphs-traits-overview/)
4. [크레의 성별은 엄마가 정한다? 현미경으로도 안 보이는 성염색체를 찾아낸 논문](https://cre.deios.kr/crested-gecko-zw-sex-determination-rad-s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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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Comments

1. 핑백: 크레의 모프와 형질 개론: 이름 60개가 각각 무엇이고,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2. 핑백: 모프가 뭐고 형질은 또 뭘까: 크레 유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3. 핑백: 크레는 ZW인데 왜 어떤 게코는 부화 온도로 성별이 정해질까: 도마뱀붙이 세 개체군 이야기
4. 핑백: 이름은 아직 없지만, 우리 집 막내가 태어났어요
5. 핑백: 크레 몸은 이렇게 생겼어요: 겉모습부터 뱃속까지, 그리고 도살·레터럴·포트홀이 정확히 어디인지
6. 핑백: 새로운 크레 모프는 어떻게 검증할까
7. 핑백: 형질 브리딩은 외형을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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